부천시의회가 지난 16일 제169회 임시회에서 ‘부천시 비정규직 노동자 권리보장과 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이하 비정규직 조례)를 무기명 비밀투표에 부쳐 29명 의원 가운데 강병일 의원이 불참한 가운데 반대 15명, 찬성 12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된 것과 관련, 국민참여당ㆍ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과 노동계ㆍ시민사회단체가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비정규직 조례 부결에 따른 규탄 성명을 통해 “반대를 당론으로 정한 한나라당 의원 12명과 민주당 일부가 반대해 부결됐다”며 “부천시의회는 4월 임시회에 비정규직 조례를 제정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권리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부천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이번에 상정된 비정규직 조례는 부천시의 무분별한 비정규직의 양산을 제어할 수 있는 장치와 장기적인 비정규직 정책 협의를 위한 틀을 마련하는 내용과 더불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권리보장 기구인 ‘비정규직 노동자지원센터’ 설치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고용 보장을 명시한 최소한의 비정규직 보호장치였다”며 “관련 조례 부결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 문제를 정치권이 외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특히 반대 당론을 정한 한나라당에 대해 “몰염치한 정당”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4월 임시회서 조례 통과에 적극 호응할 것”을 촉구하는 한편, 원내 다수당인 민주당에 대해서도 “부결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민주당은 입으로는 반(反)한나라당 전선과 야권 연대를 부르짖으면서 실천으로는 친(親)한나라당, 야권 분열을 이뤄내고 있다”며 “정황상 다수의 민주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지만, 몇몇 의원들이 한나라당과 손잡은 만큼 민주당은 4월 임시회 때 관련 조례 통과에 주도적으로 임할 것”을 주문했다.

부천시에 대해서도 “비정규 문제에 대한 소극적 태도와 비정규직 조례가 의원 발의되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는 등 근거없는 흠집 내기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며 “시집행부는 비정규 정책협의회 기능이 노사민정협의회와 겹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권리보장의 내용에 강제 조항이 문제가 있다는 것인데, 이는 공무원의 입장일 뿐이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부천시의 정치적 의지가 담겨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일부 지역언론의 보도와 관련해서도 “조례 통과시 새로운 예산은 비정규센터 설치에 필요하고 나머지는 예산의 배분의 문제이지 새로운 예산이 들어가지 않으며, 조례 어느 항목에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라는 내용은 담겨 있지 않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부천시의회의 의결 방식 중에 하나인 ‘무기명 비밀투표’에 대해서도 “지난 임시회에서 기업형 슈퍼마켓(SSM) 조례 부결과 이번 비정규직 조례 부결도 무기명 비밀투표로 가부를 결정해 모두 부결됐다”며 “정치적 책임을 져야하는 의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를 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만큼 무기명 비밀투표를 없애야 한다”고 문제 삼았다.

비정규직 조례 부결에 따른 규탄 성명은 국민참여당ㆍ민주노동당ㆍ진보신당 등 3개 정당과 민주노총ㆍ일반노동조합ㆍ부천가톨릭노동사목ㆍ부천노동문제연구소ㆍ부천비정규노동센터ㆍ부천여성노동자회 등 노동계, 건강한 부천을 위한 의료인모임ㆍ(사)나눔과섬김ㆍ부천 노무현을 사랑하는 시민모임ㆍ부천노점노동연대ㆍ부천새시대여성회ㆍ부천시민연합ㆍ부천여성회ㆍ부천청년회ㆍ아시아문화인권연대ㆍ풀뿌리자치연대ㆍ평화와 자치를 열어가는 부천연대ㆍ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등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