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노동자회는 10월10일 ‘임산부의 날’을 맞아 올해 1~8월까지 전국 10개 고용평등상담실 평등의전화에서 받은 모성권 상담사례를 분석한 결과, 총 1천964건의 상담 중 근로조건(40.8%, 801건)에 이어 모성권 관련 상담이 36.1%(709건)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성권 상담 유형으로는 육아휴직이 44.6%(316건), 출산 전후 휴가가 36.5%(259건)을 차지했고, 임신 출산 불이익이 6.8%(48건), 임신 출산 해고가 3.5%(25건) 순이었다.

안산여성노동자회 상담 사례 중에는 “임신 7개월이 됐을 때 기존자리에서 구석진 자리로 이동 조치됐고, 사무담당 업무상 전화기가 필요한데 전화기를 지급하지도 않았으며, 출산 전후 휴가를 다녀왔더니 한번도 발령이 된 적이 없는 산에 다니며 현장노동자들을 관리하는 다른 과로 발령이 났다”고 한다.

광주여성노동자회 상담 사례 중에는 “5년여간 근무한 회사에서 출산 전후 휴가를 요청했더니 한달만 쉬고 나오라고 해서 노동법에 90일이 보장돼 있으니 60일만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한달만 쉬고 출근하라고 강요했다”는 내용도 있다.

이처럼 임신, 출산, 육아와 관련해 축하를 받거나 보호를 받기는 커녕 가중되는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임신한 몸으로 여기저기 뛰어다녀야 하고, 출산휴가 조항이 강행규정임에도 사업주가 원만하게 휴가 사용을 승인하지 않다보니 임신한 노동자들이 먼저 출산 전후 휴가와 관련한 법적내용을 문의하는 상담이 많고, 실제 해고 압박이나 해고를 당한 뒤 상담하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 휴가와 관련하여 근로기준법 제74조 1항은 ‘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성에게 산전과 산후를 통하여 90일(다태아의 경우 120일)의 보호 휴가를 주어야 하고, 이 경우 휴가기간의 배정은 산후에 45일 이상(다태아의 경우 60일)이 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출산 휴가는 1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고 여성근로자가 임신한 사실만 입증하면 고용 형태가 어떻든지에 상관없이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출산휴가를 주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사업주에게 적법한 산전후 휴가를 요구하고 만약 사업주가 부여하지 않을 경우에는 사업장 관할 지방노동관서에 민원을 제기해 도움을 받으라고만 하고 있는 실정이어서 사업주가 “출산 전후 휴가를 안주려고 할 경우 대처 방법에 대한 상담이 많을 수밖에 없고,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 휴직 전후에 해고되는 경우도 많아서 실업급여라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특히 영세사업장의 경우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 휴직과 관련한 제출서류와 절차 등에 대해 잘 몰라 사업주와 노동자 동시에 상담하는 경우도 많으며, 비정규직의 경우에는 출산 전후 휴가나 육아 휴직 기간 중 계약이 만료되는 경우에 대한 상담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 107조는 출산휴가를 주지 않을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고, 출산 전후 기간과 그후 30일 동안 해고하지 못하는 규정을 위반했을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돼 있다.

여성노동자회는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날로 감소하고 있어 ‘임산부의 날’까지 제정하며 출산 장려를 독려하고 있지만 현실과 제도의 간극이 여전히 너무 멀어 여성들의 임신과 출산은 여전히 경력단절 요인으로 작동하고 있고 일과 생활 양립이 불가능한 직장문화가 여전하다”며 “상담사례를 볼 때 여성들의 권리의식은 높아졌지만 사업장은 임신과 출산 등을 사적인 문제로만 취급하고 있는 만큼, 사업주로서 최소한의 법제도를 알 수 있도록 사업주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며, 특히 법제도적으로 보장된 부분이 지켜질 수 있도록 임신 출산으로 인한 해고나 불이익에 대해 보다 강력한 사업장 관리감독, 처벌이 필요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