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청소년을 대상으로 돈을 주겠다면서 대포통장을 만들도록 하고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대포통장을 넘겨준 뒤 피해금을 중간에서 가로챈 공익요원이 경찰에 구속됐다.

부천오정경찰서는 안산시의 모 구청에 공익요원으로 근무하는 박모(21) 씨를 사기방조와 전자금융거래법,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이달초까지 가출청소년 8명으로부터 대포통장을 만들게 한 뒤 통장 7개를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겨 3천500만원 상당의 사기를 당하도록 한 혐위를 받고 있다

박씨는 또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돈이 입금되는 문자를 동시에 받아볼 수 있는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돈이 미리 입금 사실을 확인하고 보이스피싱 조직보다 먼저 피해금 1천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박씨는 ‘가출팸’이나 ‘떠돌이 카페’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돈을 급하게 필요로 하는 대구 등 지방 곳곳의 가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통장을 양도하면 많게는 1개당 1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속인 뒤 대포통장을 모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의 꾐에 넘어간 가출청소년들은 친구나 알고 지내는 다른 가출청소년들을 박씨에게 소개해 ‘다단계식’으로 대포통장을 모집했고, 박씨는 대포통장 명의자들에게 입금 문자서비스를 반드시 신청하게 한 뒤 통장을 퀵서비스나 버스 택배를 통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넘겼다.

박씨는 특히 SNS를 통해 알게 된 여고생 서모(17) 양을 돈으로 매수해 서양의 휴대폰으로 통장 명의자들로 하여금 입금 문자를 보내도록 해 입급 문자가 수신되면 박씨의 휴대폰으로도 수신되도록 하는 어플을 설치해 보이스피싱 조직보다 먼저 입급된 돈을 가로챘으며, 연인관계인 여대생 강모(20) 씨에게 보이스피싱 조직과 연락을 유지하도록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의 이같은 치밀한 수법은 지방의 한 버스터미널에서 대포통장을 넘겨받던 중 현장에서 잠복하고 있던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경찰은 박씨와 공범인 여대생 강씨, 여고생 서양 등의 휴대폰을 압수해 추가 혐의를 분석중이며, 대포통장의 계좌내역을 압수해 피해자 확보에 나서는 한편, 7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한 추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부천오정경찰서 지능팀은 “현재 대부분의 은행에서 부모 동의가 없어도 청소년에게 통장을 개설해 주고 있어 가출청소년들이 새로운 대포통장 공급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 당국에 통보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보이스피승 유통책에게 속아 통장을 넘긴 청소년들의 경우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 수도 있다”며 청소년과 보호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