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상주에서 발생한 이른바 ‘농약 사이다’ 사건의 피의자 박모(82) 할머니에 대한 구속영장이 20일 발부됐다.

대구지법 상주지원은 이날 오후 박 할머니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기록에 의할 때 범죄 사실에 대한 소명이 있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상주경찰서는 앞서 지난 18일 오후 11시께 박 할머니에 대해 살인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 할머니는 지난 14일 오후 2시43분께 경북 상주시 공성면 금계1리 마을회관에서 고독성 살충제를 탄 사이다를 할머니 6명에게 나눠 마시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농약 사이다’를 마신 정모(86)·라모(89) 할머니 2명이 숨졌고, 신모(65) 할머니는 의식을 찾았으나 이모(88)·민모(88)·한모(77) 할머니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중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박 할머니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있는 것은 당시 마을회관에 있던 7명의 할머니 중 유일하게 사고 전 피해 할머니 가운데 1명이 농약이 든 사이다를 건넸으나 집에서 음료수를 먹고 와서 배가 부르다며 사이다를 마시지 않았고, 박 할머니의 옷과 전동 스쿠터 등에서 살충제인 메소밀 성분이 검출됐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감식 결과가 있었고, 박 할머니의 집안에서 발견된 자양강장제와 메스밀 성분이 검출된 자양강장제 병은 제품과 유통기간이 모두 같았기 때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할머니의 집 근처에서 발견한 자양강장제 병과 농약병을 영장실질심사의 증거로 제출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피해 할머니들과 함께 있었고, 혼자‘농약 사이다’를 마시지 않은 채 6명의 할머니가 의식을 잃고 쓰러졌는데도 신고를 하지 않았고, 신고는 오후 3시54분께 ‘농약 사이다’를 마신 신모 할머니가 비틀거리면서 마을회관 안에서 나와 밖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한 마을회관 옆에 사는 주민 박모(63·여)씨가 119에 신고한 점도 의심스러운 대목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박 할머니는 신 할머니가 비틀거리면서 마을회관 밖으로 나올 때 뒤따라 나왔다가 119구급차가 도착하자 마을회관 안으로 들어간 뒤 신 할머니를 태운 구급차가 출발할 때는 마을회관 앞 계단에 앉아 먼 산을 바라보고 있었고, 마을회관 안에 5명의 할머니가 쓰러져 있다는 사실에 대해 말을 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마을회관 안에 쓰러져 있던 5명의 할머니는 뒤늦게 마을 이장이 발견해 신고하면서 병원에는 신 할머니보다 1시간 가량 늦게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미심쩍은 부분이 많던 박 할머니에 대해 지난 15일 오후 3시30분께 박 할머니의 집 앞마당에서 뚜껑이 없는 자양강장제 병을 발견하면서 용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박 할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나는 모르는 일로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것같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 할머니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범행 동기, 살충제 구입 시기 및 판매처 등 정확한 사건 경위를 추가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경찰이 증거물로 제시한 드링크병에서 박 할머니의 지문을 확보하는데 실패해 앞으로 수사 과정에서 양측의 진실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