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일도, 아쉬운 일도 참 많았던 그야말로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붉은 원숭이의 해’ 2016년 병신년(丙申年)이 저물고, 60년만에 찾아온다는 ‘붉은 닭의 해’인 2017년 정유년(丁酉年)이 성큼 다가왔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60간지 중 34번째 해로 ‘붉은 닭의 해’로 부르는 것은 ‘정(丁)’은 붉은색, ‘유(酉)’는 닭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선, 60간지(干支)는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도 부르며 고대 중국과 우리나라의 역법에서 사용됐던 주기로 10천간(天干)과 12지지(地支)를 결합해 만든 주기이다.

육십갑자(60간지)는 ▲10간(干)인 갑(甲)ㆍ을(乙)ㆍ병(丙)ㆍ정(丁)ㆍ무(戊)ㆍ기(己)ㆍ경(庚)ㆍ신(辛)ㆍ임(壬)ㆍ계(癸)이며, 하늘과 기둥을 상징하는 ‘천간(天干)’이라고 하며 색깔을 결정한다.

▲12지(支)는 자(子)ㆍ축(丑)ㆍ인(寅)ㆍ묘(卯)ㆍ진(辰)ㆍ사(巳)ㆍ오(午)ㆍ미(未)ㆍ신(申)ㆍ유(酉)ㆍ술(戌)ㆍ해(亥)이며, 땅의 동물을 상징하는 ‘지지(地支)’라고 한다.

천간지지(天干地支)를 모두 조합하면 총 60글자가 나오기 때문에 육십갑자(六十甲子)라고 한다.

천간(天干) 중 ▲갑(甲)ㆍ을(乙)은 청(靑)색 ▲병(丙)ㆍ정(丁)은 적(赤)색 ▲무(戊)ㆍ기(己)는 황(黃)색 ▲경(庚)ㆍ신(辛)은 백(白)색 ▲임(壬)ㆍ계(癸)는 흑(黑)색을 각각 상징한다.

지지(地支) 중 ▲자(子)는 쥐 ▲축(丑)은 소 ▲인(寅)은 호랑이 ▲묘(卯)는 토끼 ▲진(辰)은 용 ▲사(巳)는 뱀 ▲오(午)는 말 ▲미(未)는 양 ▲신(申)은 원숭이 ▲유(酉)는 닭 ▲술(戌)은 개 ▲해(亥)는 돼지를 상징한다.

따라서 매년 해가 바뀔 때마다 천간(天干)의 첫 글자인 ‘갑(甲)’과 지지(地支)의 첫 글자인 ‘자(子)’를 조합한 ‘갑자년’이 60개 조합 중 첫 번째이며, 이후부터 순서대로 한 글자씩 조합해 나가면 그 해의 이름과 상징 동물이 된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는 그래서 ‘붉은 닭의 해’이다.

닭은 12간지 가운데 10번째 해당하며, 서쪽을 지키는 방위신이자 오후 5시에서 7시를 가리키며, 예로부터 닭은 상서로운 새인 ‘서조(瑞鳥)’로 여기며, 어둠 속에서 새벽을 여는 새로 여겼다.

아침이 시작되기 전에 닭 울음소리가 먼저 들려왔기에 새 아침, 새로운 시작, 새로운 시대, 어둠 속에서 빛을 알리는 동물로 여겼으며, 풍요와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이다.

닭은 또한 ‘계유오덕(鷄有五德)’이라고 해서 오덕(五德)을 가진 동물로 여겨져 왔다.

한시외전(韓詩外傳)에서 닭의 오덕에 대해 ‘머리에 관(볏)을 쓴 것은 문(文)이요, 발에 갈퀴를 가진 것은 무(武)요, 적에 맞서서 싸우는 것은 용(勇)이요, 먹을 것을 보고 서로 부르는 것은 인(仁)이요, 밤을 지켜 때를 잃지 않고 알리는 것은 신(信)이다’라고 했다. 따라서 닭은 학문, 무예, 용맹, 인정, 신뢰 등을 갖춘 동물로 여겨졌다.

닭은 야맹증이 있어서 깜깜하면 주변이 안 보이지만 사람이 감지하지 못하는 빛을 눈과 피부로 알아채기 때문에 여명이 밝아올 때 쯤이면 빛을 느낄 때 홰(닭이 올라앉게 가로질러 놓은 나무막대)를 치며 ‘꼬꼬댁 꼬꼬~’·‘꼬끼오~’ 소리를 내며 우는데 동틀녘에 혈액 농도가 높아지면서 발생하는 일종의 생리현상이라고 한다.

동틀녘 새벽에 어김없이 닭울음소리가 들리기 때문에 ‘닭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민주화투쟁 시절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한 말)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시계가 없던 시절에는 닭 울음소리를 듣고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 1시께 닭 울음소리를 듣고 제사를 지냈고, 새벽 5시께 우는 소리를 듣고 하루의 아침을 열었다. 하지만 초저녁에 닭이 울면 재수가 없다고 하거나, 오밤중에 울면 불길한 징조로도 여겼다.

‘닭은 여명(黎明)과 축귀(逐鬼)의 상징’

닭이 한반도에 자생하기 시작한 것은 문헌상으로 삼한시대 이전부터로 알려져 있지만, 닭이 본격적으로 한국문화의 상징적 존재로 나타나게 된 것은 『삼국유사』에서 혁거세와 김알지의 신라 건국신화에서부터이다.

닭은 울음으로 새벽을 알리고, 빛의 도래를 예고하는 동물로, 닭이 울면 새벽이 오고 어둠이 끝나며, 밤을 지배하던 마귀나 유령도 물러간다고 여겼다고 한다.

닭의 울음은 시보(時報)의 역할은 물론 귀신을 쫓아내는 축귀(逐鬼)의 능력이 있어 빛을 불러오면서 액을 물리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벽사와 축귀의 의미로 닭 그림을 대문에 붙이거나 닭피를 뿌려서 안녕을 빌었으며, 닭은 태양이 뜰 때를 예견하는 예조(豫鳥)로 여겼고, 볏의 모양이 마치 관(冠) 모양과 같다고 하여 입신출세와 부귀공명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고, 병아리를 돌보는 모습에서 자손 번창의 기원을 담기도 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여명(黎明)을 알리는 닭은 상서롭고 신통력을 지닌 서조(瑞鳥)로, 우렁찬 울음소리는 하루의 시작 또는 한 시대의 시작을 상징하는 서곡(序曲)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금(家禽)이라고 부르는 닭은 사람과는 아주 친숙한 동물이면서 아낌없이 주는 대표적인 가축으로, 집에 귀한 손님이 오면 대접하는 음식으로도 애용돼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았고, 보양식(삼계탕)과 각종 음식(닭도리탕, 계란 프라이)과 안주(치킨) 등으로도 애용돼 2104년 OECD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 1명이 1년에 닭고기 15.4㎏을 먹고, 달걀은 1인당 연간 소비량이 254개에 달한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혼례식에서는 닭을 앞에 두고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12지(支) 중 닭을 뜻하는 유(酉)는 술 주(酒) 자와 비숫한데 물(水)을 먹는 것처럼 천천히 마시라는 뜻이 담겨 있으며, 닭이 물을 먹는 모습도 물 한 모금 먹고 하늘을 쳐다 보는 모습과도 비슷하다.

서민경제가 팍팍한 가운데 최근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2천만 마리가 넘는 닭들이 죽어나가면서 계란 값이 치솟고 있어 걱정이 앞서면서 닭과 관련된 옛 속담 중에 닭살이 돋거나, 닭똥 같은 눈물을 흐리는 일이 없이 ‘붉은 닭의 해’인 2017년 정유년(丁酉年)은 우리사회 곳곳에 배움(文), 굳셈(武), 용맹(勇), 인정(仁), 신뢰(信) 등 계유오덕(鷄有五德)이 자리잡기를 간절히 바라는 것이 모두의 마음일 것이다. 시국이 어수선하고 종종 세상사가 힘들 때에는 뀡 대신 닭이는 옛 속담의 지혜도 필요할 것같다.

한편, 국립민속박물관은 2017년 정유년(丁酉年) 닭띠 해를 맞아 2월20일까지 ‘정유년 새해를 맞다’ 특별전을 기획전시실Ⅱ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변상벽(卞相璧), 필(筆) ‘계도(鷄圖)’, ‘금계도(金鷄圖)’를 비롯한 닭과 관련된 회화, ‘닭 모양 연적’과 제기인 계이(鷄彝)․다리미 같은 생활용품 등 총 50여 점의 자료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