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은 직접세를 납부하는 사람이 사회복지 서비스를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잔여주의 복지정책’이어서 복지서비스 확대와 조세부담 증가를 한 묶음으로 하는 진보적 정책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시민 전 장관은 지난 16일 오후 가톨릭대 사회복지연구소(소장 김종해 가톨릭대 사회복지학전공 교수) 주최로 부천시 원미구 역곡2동 43의 1번지 소재 가톨릭대 성심교정 소강당에서 열린 ‘우리나라 사회복지정책의 발전방향 모색’ 심포지엄에 발제자로 참석, “우리나라가 다윈주의적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사회투자국가로 진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장관은 “사회복지제도는 개체의 생존 가능성과 함께 집단의 생존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호혜성에 대한 기대를 동력으로 삼아 탄생하고 발전한다는 것이 사회복지에 대한 다윈주의적 해석”이라며 이러한 해석을 시도하는 이유에 대해 “사회복지정책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보수세력과 대화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유 전 장관은 세계화, 지식정보화, 양극화, 고령화 등의 새로운 도전을 맞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나라가 다윈주의적 경쟁력을 획득하려면 낡은 20세기형 발전국가 모델을 벗어나 경제와 복지를 통합하는 ‘사회투자국가’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토론자로 나선 이영환 성공회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파를 설득하기 위한 접근 방법에 대한 고민은 공감하나, 그보다는 시민을 설득하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또 문진명 서강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사회경제적으로는 이미 21세기형 후기 산업사회로 이행되어 가고 있으나, 아직까지 전통적인 의미의 복지국가의 면모마저 갖추지 못한 복지의 후진성을 띠고 있다”며 한국 복지국가가 직면한 문제에 대해 “비동시성의 동시적 진행”으로 진단했다.

문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는데, 그러한 맥락에서 사회투자 전략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는 바로 국민기본선(the principal of national minimum)의 확보”라고 주장했다.

유범상 가톨릭대 사회복지대학원 강사는 “복지를 국가경쟁력, 경제적 효용, 기술적 가치 등과 대비시키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며 “복지는 시장이나 경쟁의 원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투자국가는 한국적 현실에서 신자유주의적 복지국가를 강화할 수도 있으며, 사회복지 의식과 발전을 왜곡하고 장기적으로 한국사회를 잔여주의적 복지유형으로 틀을 지울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가톨릭대학교 사회복지연구소의 이날 심포지엄은 2008년 정권 교체 이후 우리나라의 사회복지정책을 진단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사회복지정책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

한편 가톨릭대 사회복지연구소는 급격히 변화하는 한국의 사회복지 현실 속에서 한국 실정에 맞는 실천과 이론 모형을 연구 및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으며, 실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와 사회복지정책 등의 연구결과를 공유하는 장으로서 월례 세미나를 개최하고 있다.

1996년부터 정기 간행물 ‘사회복지 리뷰’를 통한 다양한 사회복지 주제로 연구 논문 및 연구 업적을 출간하고 있으며, 1996년부터 <대학의 사회봉사>라는 주제 아래, ‘한ㆍ중ㆍ일 아동ㆍ청소년 복지의 현재와 미래(1997년)’, ‘사회서비스 바우처 제도와 장애인 복지사업의 비전과 과제(2007)’, ‘노인ㆍ장애인 장기요양보험제도의 현황과 쟁점(2008 춘계)’ 등 국내 및 국제 사회복지 동향에 이슈가 되고 있는 주제를 갖고 학술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