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옛 미군기지 ‘캠프 머서’의 화학물질 매립 의혹에 따른 환경오염 조사를 실시해온 민관군 공동조사단의 조사 일정이 지난 10일 굴착조사를 끝으로 사실상 종료된 가운데, 부천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야4당 등 29개 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주한미군 고엽제 등 독극물 불법매립 진상규명 부천시민대책위원회’는 12일 오후 성명서를 내고 “공동조사단을 유지하고 관련 자료 공개 등을 통해 철저한 진상 규명과 대책위가 추천하는 민간전문가, 주민, 대책위 관계자, 부천시민의 참여가 보장되는 설명회를 다시 개최할 것”을 국방부와 부천시에 요구하는 한편, “ 주한미군은 관련 자료를 공개하고 진상규명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부천시민대책위의 이날 성명은 민관군 공동조사단이 지난 4일 토양 시료 채취를 통한 환경오염 여부에 대한 성분 분석 결과 “화학물질 매립으로 인한 토양오염 및 다이옥신, 고엽제에 의한 오염이 있다고 볼만한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발표한데 이어, 지난 10일 부대 내 3개 지점에 대한 굴착조사를 벌인 결과 “화학물질 매립 흔적을 찾지 못해 공동조사단 활동은 종료하기로 했다”고 한데 따른 것이다.

부천시민대책위는 이날 민관군 공동조사단의 발표에 몇가지 의문과 이의를 제기했다.

우선, 지난 6월13일 부천시가 실시한 부대 주변 지하수 수질검사에서 기준치 이상 검출된 발암물질 트리클로로에틸렌(TCE),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에 대해 민관군 공동조사단은 “타지역에서도 많이 검출되고 있는 실정”이라고만 언급했을 뿐, 의 오염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공동조사단의 토양 전(全) 항목 분석결과를 보면 토양 시료의 오염도는 토양오염 우려기준 3지역(국방, 군사시설 부지)에 훨씬 못미치고 심지어 기준이 훨씬 높은 전답, 과수원 등의 부지 기준인 1지역의 기준치에 가깝게 나와 농사를 지어도 좋을 만큼 깨끗(?)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한미군의 고엽제 등 화학물질 보관, 이동 관련 자료에 대한 검토가 없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오정동 군부대 33만1천803㎡의 넓은 땅에서 고작 14개 지점에서의 시료 채취와 3곳의 굴착조사만으로 1963년 7월부터 1964년 4월까지 ‘캠프 머서’에서 근무했던 주한미군 레이 보우서 씨가 “캠프머서에 주한미군의 화학물질 저장소가 있었고 1964년 3, 4월경 화학물질 저장소를 경북 칠곡의 캠프캐럴로 옮기면서 온갖 화학물질을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고 증언한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에 대해 “과학적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과학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부천시민대책위는 ‘캠프 머서’에 주한미군의 화학물질 저장소가 있었는지, (있었다면)그 저장소엔 어떤 화학물질이 있었고 옮겼거나 폐기했다면 누가, 언제, 어디로, 어떻게 했는지를 밝혀야 하는데도, 공동조사단은 주한 미군으로부터 최초 부대 배치도만을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부천시민대책위는 “앞으로 진실 규명의 핵심 고리인 주한 미군의 환경 관련자료 공개를 위한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동조사단 조사 결과의 미흡함과 한미 SOFA의 부당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서명운동, 촛불집회 등 범시민적인 한미 SOFA 개정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부천시민대책위는 민관국 공동조사단의 조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이같은 의문을 제기하며 오는 17일 김만수 시장을 만나 대책위의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한편, ‘주한미군 고엽제 등 독극물 불법매립 진상규명 부천시민대책위원회’(cafe.daum.net/bc-usarmyㆍ바로 가기 클릭)는 건강한 부천을 위한의료인 모임, 국민참여당 부천지역위원회, 민주노동당 부천시위원회, 민주당 원미을ㆍ원미갑ㆍ오정ㆍ소사구 지역위원회, 민주노총 부천ㆍ시흥ㆍ김포지부, 부천가톨릭노동사목, 부천노점노동연대, 부천노동문제연구소, 부천노사모, 부천비정규노동센터, 부천시민연합, 부천새시대여성회, 부천YMCA, 부천YWCA, 부천교육희망네트워크, 부천여성노동자회, 부천여성의전화, 부천여성회, 부천청년회, 부천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부천환경교육센터, 아이쿱 부천생협, 아시아인권문화연대, 아트포럼 리, 진보신당 부천당원협의회, 참여예산 부천시민네트워크, 풀뿌리자치연대, 평화와 자치를 열어가는 부천연대, 한국노총 부천지역지부 등이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