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25년만에 한국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고속전철을 처음으로 탑승했고, 세월호 유가족 1명에게 직접 세례를 해주기로 했다.

15일 오후 9시30분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교황 방한위원회의 언론 브리핑에 참석한 교황청 대변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날 교황의 주요 일정을 설명하면서 이같은 내용을 전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우선, “교황님께서는 아주 바쁜 하루를 보내셨고 약간의 써프라이즈가 있었다”며 “아침에 교황님이 헬기 대신에 기차(KTX)를 타고 대전에 내려가 많은 분들이 놀라셨는데, 비상사태 때문에 이렇게 결정이 된 것은 아니며, 날씨가 협조하지 않았고, ‘기차를 타고 내려가는 것이 훨씬 더 수월할 것 같다’는 얘기를 해 주셨고, 방한위원회가 이미 준비를 잘 해 주어 KTX 예약도 다 준비가 돼 정확하게 시간을 준수할 수 있었다”고 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님 입장에서는 ‘처음으로 고속전철을 타고 대전을 가게 돼서 매우 기쁘다’는 얘기를 하셨다”면서 “KTX, 고속전철을 아르헨티나나 이태리에서 한번도 타보신 적이 없었기 때문에 ‘한국에서 드디어 KTX를 타게 됐다’고 하시면서 좋아하셨다”고 전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에 대해서도 “매우 멋진 미사였다. 어떻게 보면 어떤 믿음의 큰 축제의 장을 볼 수 있었던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교황이 성모승천 대축일 미사 전에 세월호 유가족들을 만난 내용도 전했다.

“10명의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자, 희생자들의 부모님과 신부님들에게 포옹을 해 주시고, 이분들의 머리에 손을 얹어주셨고, 어떤 분들은 눈물도 흘리셨다”며 “세월호 유가족 한 분이 교황님에게 세례를 해 달라고 청했다”고 한다.

교황에게 세례를 청한 세월호 유가족에 대해 “그 분은 이미 2년 전부터 세례를 받으려고 준비를 하셨다고 했고, 미사에도 가시면서 준비를 하고 계셨던 분으로, 불행히도 세월호 사고로 아들을 잃어 너무나 많은 고통을 받고 그 슬픔을 극복하기 위해서 사고가 일어난 장소에서부터 이곳까지 수백km에 달하는 도보 순례를 했다고 얘기하면서 교황님에게 세례를 해 달라고 청을 했다”고 한다.

롬바르디 신부는 “교황님은 이런 청을 처음 들으셨기 때문에 좀 놀라셨지만 생각을 해 보시고… 또 유흥식 나자로 주교님도 옆에 계셨고, 유가족과 함께 동행한 신부님도 계셨고, 통역을 해 주시는 신부님도 계셨고, 그래서 교황님이 ‘할 수 있다. 해 주겠다’라고 수락하셨다”고 말했다.

롬바르디 신부는 “내일(16일) 아침에 대사관에서 개별적으로 이 분에게 세례를 주시기로 하셨다. 상당히 흥미로운 사실인 것같다”면서 “왜냐하면 교황님이 어떻게 보면 영적으로, 또 마음으로 유가족의 고통과 아픔을 공유하실 뿐만 아니라, 또 이번 기회에 한국에 와서 세례를 직접 해 주실 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님께서는 로마에서도 세례를 주신 적이 있으며, 세례라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의식, 기본적인 성사”라며 “사실 매년 10만명이 한국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는다고 얘기를 들었는데 교황님께서 한국에 와서 이렇게 세례를 직접 해 주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는 것같다”고 했다.

또 “방한기간 동안 세례를 통해 새로운 가톨릭 신자를 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이번 방한의 아주 놀랍고 멋진 결과일 것같다. 아주 작게 보일 수도 있지만 의미 있는 일인 것같다”며 “교황께서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세례의식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한국인 최초의 사제인 김대건 신부의 생가가 있는 솔뫼 성지와 제6회 아시아 청년대회에 참석한 20명의 청년들과 오찬을 하며 간단한 대화와 일문일답도 하는 등 유익한 시간을 보냈으며, 서울로 돌아올 때는 헬기를 타고 도착해 서강대학교를 방문해 예수회 단체 회원 및 학생들을 만나 매우 친근감 있는 시간을 가졌고 짧은 사목적인 연설도 했지만 공개하지는 않기로 했다면서 롬바르디 신부는 방한 이틀째 언론 브리핑을 마쳤다.

<↓추가 업데이트>
프란치스코 교황이 직접 세례를 해주기로 한 세월호 유가족은 희생된 단원고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56) 씨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세례는 당초 16일에서 일정 등의 관계로 하루 늦추져 17일 세례를 해줄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