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65)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구속돼 서울구치소에 수감됐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헌번재판소에서 탄핵이 인용(파면)된 첫 번째 대통령에 이어, 역대 대통령 중 검찰에 구속된 세 번째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31일 오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뇌물수수(제3자 뇌물수수 포함),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강요, 강요미수, 공무비밀누설 등 13가지 혐의로 구속, 경기도 의왕시에 위치한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전 3시3분께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고,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및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박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강 판사는 어제(30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7시10분까지 무려 8시간 40분 동안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역대 최장 시간을 벌인 뒤 기록 검토를 거쳐 31일 오전 3시를 조금 넘겨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구속된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 수감된 역대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5년 11월16일 재임 당시 대형 국책사업 발주 등과 관련해 기업인 30명으로부터 2천359억9천6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되면서 헌정 사상 첫번째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됐고, 전두환 전 대통령은 1995년 12월3일 12.12 군사반란과 비자금 혐의 등으로 안양교도소에 구속 수감된 바 있다.

박 전 대통령은 법원의 영장 발부와 함께 이날 오전 4시29분께 검찰 관용차인 K7 승용차(69하 6942) 뒷좌석 중앙에 앉고 양 옆에는 여성 수사관이 자리한 가운데 서울중앙지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와 약 16분 후 오전 4시45분에 서울구치소 정문을 통과했다.

박 전 대통령은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미결수용자 신분으로 입감 절차(사진 촬영, 지문 채취, 수용자 번호 지정 등)를 밟고 전기 열선이 들어간 난방 패널이 깔린 바닥에 매트리스와 TV, 화장실이 갖춰진 10.6㎡(약 3.2평)의 독방에 수감돼 일반 수용자들과 같은 일과를 하게 된다.

구치소에서는 4월 중순까지 동복을 입는 관계로 박 전 대통령은 가슴에 수인 번호가 부착된 연두색 겨울용 수의를 입은 것으로 전해졌고, 다른 재소자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6시에 일어나 오후 8시에 잠을 자야 한다.

식사는 한 끼에 1천440원 정도하는 식사를 하고 난 뒤에는 화장실 세면대에서 식판과 식기를 닦아 반납해야 하고 외부음식은 들여올 수 없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의 구속 기한은 4월19일까지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이 기간에 박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보강 수사를 진행하고 기소할 예정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영욕(榮辱)의 20년 정치 인생’
1997년 11월 정치권 입문… 2017년 3월 구속

박 전 대통령은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16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지 2년 만인 1963년 영애(令愛)로서 청와대에 입성해 어린 시절을 청와대에서 보낸 뒤 1974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지만 같은해 광복절 경축 행사장에서 육영수 여사가 피살당해 귀국한 뒤 영애에서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79년 10월26일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총에 맞아 서거하자 한 달 정도 지나 서울 신당동 자택으로 돌아와 육영재단 이사장과 정수장학회 이사장, 영남대 재단 이사장 등으로 활동했지만 육영재단을 둘러싼 분쟁으로 정치와는 거리를 둔 채 외부와 접촉을 끊고 18년간 칩거생활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11월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선후보 캠프 고문으로 선거운동을 하면서 정치권에 발을 들여 놓았고, 다음 해인 1998년 4월2일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되면서 정치에 공식 입문했다.

한국미래연합 창당과 한나라당 재합류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차떼기’ 불법 대선자금 사건 수사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한나라당이 사상 최악의 위기에 빠졌던 2004년 구원투수로 등장해 2년 3개월간 당 대표를 역임하면서 천막 당사를 설치하고 천안 연수원을 매각하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며 대선 주자로 발돋움했다.

특히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집권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을 상대로 ‘40대0’ 완승을 거두면서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까지 얻었고, 2006년 서울 신촌로터리에서 지방선거 유세 도중 오른쪽 뺨이 칼에 찢기는 테러를 당한 와중에도 병원에서 “대전은요?”라고 선거 판세를 물었던 일화는 유명하다.

2007년 당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당시 후보에게 패한 뒤에는 비주류로 밀려 친박계를 이끌었고, 박 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차떼기 사건 이후 2011년 서울시장 보선 패배와 디도스 공격 파문 등으로 다시 위기에 처하자 당 전면에 다시 등장해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며 당명칭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는 등 파격 행보를 보이면서 2012년 4월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해 ‘선거의 여왕’임을 다시 입증했다.

이후 압도적인 지지율로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데 이어, 제18대 대선에서 ‘최초’ 여성 대통령이자 ‘최초’ 부녀 대통령이 됐고, 1979년 청와대를 떠난 지 34년 만에 대통령으로 재입성했다.

하지만 임기 4년 차인 2016년 10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박 전 대통령의 정치 시계는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12월 3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발의된데 이어, 12월 9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탄핵심판과 특별검사 수사를 동시에 받는 상황에 처했고, 2017년 3월10일 헌법재판소에서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심판 인용(판면)으로 청와대를 떠나는 대통령이 됐으며, 3월21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은 뒤 3월27일 구속영장이 청구돼 결국 3월31일 법원의 영장 발부로 구속돼 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