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부천시 호텔 화재 사고는 경찰 수사 결과, 전기 배선 불량과 소방시설 관리 소홀 및 부실한 안전관리 등으로 인해 피해가 커진 인재(人災)로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 수사본부(본부장 경무관 김종민)는 지난 8월 22일 발생한 화재 원인에 대한 집중수사를 벌여 호텔 소유주 A씨(66), 운영자 B씨(42) 및 C씨(여ㆍ45, A씨의 딸), 매니저 D씨(여ㆍ36) 등 4명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8일 밝혔다.

호텔 소유주 A씨는 건물물관리법 위반 혐의, 운영자 B씨와 C씨는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 매니저 D씨는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도 각각 추가됐다.

경찰은 19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번 화재 사고는 810호 객실 에어컨의 실내ㆍ외기 연결 전선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열려있던 810호 객실 문과 비상구 방화문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급속하게 복도와 9층으로 확산됐으며, 화재 발생을 알리는 화재경보기가 작동됐음에도 이를 먼저 끄고 화재 현장을 확인한 후에서야 재작동시킴으로써 투숙객들의 피난이 지연되면서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또한 공기 안전매트에 낙하해 추락사한 2명의 투숙객과 관련햐 소방 측에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경찰은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수사를 통해 확인된 제도상의 문제점들을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화재 발생 원인>

경찰은 화재 발생 당시 “810호 에어컨을 작동하자 실내기 전선에서 스파크가 튀었다”는 투숙객의 진술 및 CCTV상 ‘열려 있던 810호 객실 문을 통해 복도로 연기가 유입되는 것’이 확인되고, 810호 에어컨 실내기 주변이 가장 심하게 소훼된 점 등을 종합했을 때 화재 원인은 810호 에어컨 실내기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국과수 감정 결과에서도 현장 연소 현상 및 전기적 특이점을 고려할 경우 810호 벽걸이형 에어컨 실내기 부분에서 발화한 것으로 볼 수 있고, 810호 에어컨에 배선된 실내·외기 연결전선에서 식별되는 아산화동 증식(도체의 접촉저항이 증가, 접촉부가 산화되어 발열하는 현상) 과정에서 발생된 전기적 발열이 주변 가연물을 착화시키는 발화원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경찰은 이에 따라 이번 화재 원인은 ▲부실한 에어컨 전선 시공이라고 판단했다.

소유주 A씨는 2004년 10월 준공된 호텔은 2017년 5월에 인수해 2018년 5월경에 준공 이후 만 14년만에 모든 객실 에어컨 교체 과정에서 공사 난이도ㆍ영업 지장 우려 등을 이유로 전체적인 배선 교체 대신 기존의 노후 전선을 계속 사용하도록 결정했다.

당시 에어컨 설치업자는 기존의 에어컨 실내ㆍ외기 전선의 길이가 짧아 작업이 어려워지자 기존 전선에 새로운 전선을 연결하면서 슬리브 등 안전장치 없이 절연테이프로만 허술하게 마감했고, 이후 에어컨 A/S 기사가 전선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수차례 권고했음에도 호텔 관계자들은 근본적인 배선공사 없이 방치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총 63개 객실 중 15개는 육안상으로도 에어컨 전선 결선 상태가 부실한 것으로 봤다.

<피해 확산 원인>

경찰은 피해 확산 원인으로 가장 먼저 ▲‘도어클로져 미설치’를 꼽았다.

각 객실문이 갑종 방화문(60분 이상 화염을 버틸 수 있는 방화문)으로 돼 있는 것은 적절했으나 설치된 방화문이 항상 닫힘 상태이거나 화재로 인한 연기나 불꽃 감지 시 자동으로 닫히는 구조여야 함에도 모든 객실에 도어클로져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810호의 열려진 객실 문을 통해 화염과 연기가 복도로 급속히 확산됐다는 것이다.

설계 도면에는 도어클로져가 설치돼 있는 것으로 표시되어 있고, 이 같은 내용으로 사용승인됐으며, 전(前) 소유자들 역시 도어클로져가 모두 설치돼 있었다고 주장하지만, 소유주 A씨는 인수 시부터 도어클로져가 없었다며 진술이 상반됐는데, 경칠은 인터넷에 게재된 출입문 사진(2006~2020년 4건), 2022년 10월 인테리어 공사 전·후 출입문 사진, 설치 흔적이 없다는 국과수 감식 결과를 토대로 도어클로저 설치 흔적이 없는 정황을 확인했다.

경찰은 피해 확산 두 번째 원인으로 ▲‘비상구의 방화문 개방’을 꼽았다.

환기 등을 이유로 복도에서 연결되는 지하 주차장 방향 비상구의 방화문을 ‘생수병 묶음’으로 고정해 열어둠으로써 8층 복도의 화염과 연기가 열려진 비상구의 방화문을 통해 9층으로 빠르게 확산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7·8·9층의 지하주차장 방향 비상구 방화문은 모두 열린 상태인 것을 확인했디.

경찰은 피해 확산 세 번째 원인으로 ▲‘화재경보기 작동 차단’을 꼽았했다.

화재경보기가 작동되자 호텔 매니저 D씨는 화재발생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우선 경보기 작동을 정지시켰고, 8층으로 올라가 810호 객실 내 화재를 목격한 후 1층으로 다시 내려와 화재경보기를 재작동 시켰는데, 이는 2분 24초 만큼 투숙객들의 피난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1차 화재경보(19:37:06), 경보기 차단(19:37:14), 2차 화재경보( 19:39:30)에 따라 D씨가 경보기를 차단하지 않았을 경우, 사망자 발생 호실(802·807·902호) 투숙객 5명은 일명 ‘블랙아웃’ 이전 시간에 화재 발생사실을 인지함으로써 대피가 가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경찰은 피해 확산 네 번째 원인으로는 ▲‘간이 완강기 미비치’를 꼽았다.

모든 객실에 간이 완강기가 비치돼어 있었어야 함에도 31개 객실에는 비치되어 있지 않았고, 9개 객실의 로프길이는 층고에 미달했으며, 비치 위치 및 사용방법에 대한 표지가 부착되어 있지 않는 등 피난기구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807호(추락사)는 간이 완강기 미비치, 902호(사망) 및 801호(부상)는 완강기 탈출을 시도했으나 실패, 805호(부상)는 완강기를 찾았으나 비치돼어 있지 않아 포기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마지막 피해 확산 원인으로는 ▲‘소방안전교육 등 미비’를 들었다.

운영자 B씨는 관련 교육을 미이수한 상태에서 소방안전관리자로서 자격을 유지했고, 소방계획서 역시 부실하게 작성했으며, 종업원에 대한 소방교육도 실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이 같은 수사 결과를 통해 ▲부적합한 전기배선 시공 및 방치 ▲방화문 등 소방시설과 피난기구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가운데 ▲안전교육 미흡에 따른 ▲화재경보기 임의 차단 행위 등이 더해져 이번 대형참사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소방 측에 대한 수사>

경찰은 807호 투숙객(추락사 2명) 구조과정의 적정성과 관련, 화재 상황 판단을 위해서 807호 객실 문을 열었으나 문을 다시 닫을 수도 없었을 정도로 복도의 화염이 급속히 807호 내로 확산됐고(19:53:37경 여성 투숙객의 낙하 전ㆍ후로 창문에서는 검은 연기가 분출돼 당시 807호 내부는 화염이 매우 거셌을 것으로 추정), 구조대원의 진입도 어려웠으며, 간이 완강기 조차 없는 상황에서 유일한 탈출구는 지상에 전개된 매트 밖에 없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고가사다리차(53m)가 도착(19:48:05)했고 5분 32초 후 낙하(19:53:37)한 것과 관련, 소방학교에서 시연한 결과 전개 완료까지는 약 7분 51초 소요됐을 것으로 봤다.

경찰은 또 매트 전개 지점의 열악한 환경이었다고 판단했다.

매트를 전개해야 하는 807호 창문의 직하방은 호텔 주차장 진입로로, 도로에서 건물방향으로는 경사(약 7도)가 있고 전개 지점 가운데 일부분의 볼록한 굴곡으로 인해 전개된 매트의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는 것이다. 주차장 진입로 상의 벽으로 인해 매트를 건물에 밀착시킬 수 없었던 여건이었디고 봤다.

경찰은 운영지침의 부재도 문제점으로 봤다. 매트 설치 등에 관한 체계적인 매뉴얼이 없는 가운데, 당시 매트 설치인력(1명)도 부족해 출동 경찰관의 도움을 받아 매트를 설치했다는 것이다.

수사본부는 급박한 현장 상황에서도 경찰관의 도움까지 받아 비교적 신속하게 매트를 전개한 후 매트를 건물에 밀착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전개 지점이 경사와 굴곡으로 인하여 고정이 용이하지 않았고, ▲여성이 뜨거운 불길을 피해 급박하게 뛰어내리던 중 매트의 모서리 지점으로 낙하해 매트가 전도됐고, 3초 후에 낙하한 남성은 전도 상태인 매트에 추락함으로써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바닥에 튕기면서 사망한 점 등을 고려했을 때 807호 투숙객들의 사망 원인을 소방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수사본부는 “수사를 통해 확인된 소방 구조장비의 운용상 개선점과 호텔 객실의 도어클로져 의무적 설치 필요성에 대하여 관계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부천 호텔 코보스 화재 사고는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7분께 810호 객실 내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해 7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부상(중상 1명, 경상 11명)을 입었으며, 경찰은 사고 발생 즉시 형사기동대ㆍ부천원미서 형사를 중심으로 85명 규모의 수사본부(본부장 김종민 경무관)를 편성해 사고원인 규명을 위해 피의자 4명 등 관련자 총 91명 조사, 경찰·국과수 등 합동 감식, 소방시설 위탁업체 등 압수수색, 재연 실험을 통한 화재 현장 재구성 등 괄범위한 수사를 진행했으며,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에 책임이 있다고 판단한 4명을 피의자로 입건하고 이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한 최졸 수가결과를 이날 오후 2시 부천원미경찰서에서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