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는 근대문화유산을 보존ㆍ활용하기 위해 새롭게 도입한 ‘경기도 등록문화재’로 제1호 ‘한국전쟁 피난민 태극기’ 등 11건을 선정했다.

경기도는 지난 21일 경기도문화재위원회 등록문화재분과위원회를 열고 ▲동두천 자유수호평화박물관 소장 한국전쟁 피난민 태극기(제1호) ▲파주 갈곡리 성당(제2호) ▲오산 유엔군초전기념비와 옛 동판ㆍ한국노무단(KSC) 안내판(제3호) ▲일제강점기 문화재 실측 및 수리도면 일괄(제4호) ▲안산 기아 경3륜 트럭 T600(제5호) ▲부천 한미재단 소사 4-H훈련농장 사일로(제6호) ▲수원 방화수류정 자개상(제7호) ▲파주 라스트 찬스(제8호) ▲파주 말레이시아교(제9호) ▲안산 동주염전 소금운반용 궤도차(제10호) ▲안산 목제솜틀기(제11호) 등 11건의 경기도 등록문화재 등재를 최종 의결했다.

앞서 경기도는 국가와 시ㆍ도 지정 문화재로 관리하는 전통문화유산과 달리 근대문화유산(만들고 50년 이상 지난 문화유산)은 국가 등록문화재 탈락 시 마땅히 보호할 방법이 없다며 지방정부도 등록문화재를 운영할 수 있도록 2016년 제도 개선안을 건의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2019년 경기도의 건의안을 수용하면서 경기도는 지난해 9월부터 시ㆍ군 실태조사, 도민 의견 수렴 등 지방정부 등록문화재 선정을 추진한 바 있다.

최종 11건의 등록문화재들 번호는 도민 의견, 전문가 추천 등을 바탕으로 역사적 가치와 상징성 등을 고려해 선정됐다.

제1호 ‘한국전쟁 피난민 태극기’는 1951년 9월 당시 북한 지역에서 탈출하던 피난민이 간직하다가 미군에 전해져 1987년 동두천시에 기증한 것으로, 한국 전쟁 당시 긴박했던 역사적 비극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제2호 ‘파주 갈곡리 성당’은 지역민과 미군의 협조로 1954년 건립된 건물이다. 위원회는 한국전쟁 이후 피폐한 상태였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양식을 보여주는 한편, 성당 주변이 구한말 이후 형성된 신앙 마을 공동체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 초기 교회사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제3호 ‘오산 유엔군 초전 기념비와 옛 동판ㆍ한국노무단(KSC) 안내판’은 죽미령 전투 장소에 건립된 기념비다.

이곳은 한국전쟁 초기 북한군과 유엔군이 최초로 전투를 벌이며 수많은 전사자가 생겼던 장소로, 기념비와 함께 주한미군 전투 지원을 맡았던 한국노무단이 기념비를 보수한 것을 기록한 안내판이 있어 전쟁이 남긴 상흔을 떠올리게 한다.

제6호 ‘부천 한미재단 소사 4-H 훈련농장 사일로(silo)’는 부천시 소사본동 364-6에 있으며, 젖소, 돼지, 닭의 사료인 사일리지를 저장한 시설(사일로)로, 벽면에 한미재단의 표식이 있어 소사 4H 훈련농장에서 사육한 젖소, 돼지, 닭의 사료를 저장한 시설로 농장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시멘트 벽돌 조적조(組積造ㆍ돌, 벽돌, 콘크리트 블록 등으로 쌓아 올려서 벽을 만드는 건축 구조로 오래전부터 사용됐던 구조)로, 동물 사료 저장 및 공급 건축물 1기이다.

한미재단은 1953년 8월 발족해 전쟁 후 한국의 재건과 농업기술 근대화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며, 1963년 부천 소사 소사리에 4-H 훈련농장을 설립했으며, 한미재단이 1964년부터 1979년 해체 때까지 지속적으로 활동했던 증거물이다.

더구나 소사 4-H 훈련농장은 3천620명의 훈련생을 배출해 국내 농ㆍ축산업 발전의 기초를 이룩한 훈련장의 역사를 갖고 있다는 의미에서 소사 4-H 훈련농장의 시설물은 건축적 가치의 측면보다는 근대 농ㆍ축산업 발전의 역사와 사회 문화적 가치를 높게 평가받았다.

다른 8건의 등록문화재도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1960~1970년대 산업현장 등의 역사와 시대상을 담고 있어 높게 평가받았다.

경기도 문화유산과는 “도내 근대문화유산 보호를 위해 마련된 경기도 등록문화재 제도의 시행 첫 성과로 등록된 11건 모두 경기도의 정체성과 지역성을 특징적으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문화유산”이라며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근대문화유산을 발굴하고 보호해 높은 개발압력 속에서 사라져가는 근대문화자원들의 가치를 널리 알리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