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재단과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펴낸 ‘참여정부 정책 총서’인 <진보와 권력> 제1권 정부 운영편에서는 ‘인수위원회, 인사정책, 대통령비서실의 조직과 운영, 그리고 권력기관의 운영’ 등 4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이 가운데 <대통령의 인사정책>과 관련해 의미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 자리가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런 연후에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으라는 취지에서 ‘적소적재’라는 용어를 사용키로 했다고 한다”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이 책의 167쪽에 정찬용(60) 전 청와대 인사수석의 인터뷰를 소개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당선인께서 나를 불러서 몇 가지 말씀 하셨죠. 그때 이제 기억에 남는 것이. 첫째, 인사를 아주 공정하게 해 달라. … 두번째, 인재풀을 좀 짜 달라. … 세번째 당부는 진흙 속에 묻힌 진주를 좀 찾아오세요. 이 세가지 당부셨어요. … 대통령의 인사 철학은 내가 표현하면, 국리민복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국가에 이롭게 하고 백성들을 복되게 해야 한다. 이게 아마 대통령의 국가 운영 철학이요, 인사의 철학입니다.”

이번 부천시 9.15 국장급 전보인사가 갖는 이와 유사한 시사점은 기자 출신으로 언론노조 운동을 했고 광주지역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의 대표를 지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회 비서관으로 활동했던 민형배(50) 광주 광산구청장이 지난 2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인사는 단체장이 아닌 조직이 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다. 노무현 대통령께서 늘 말씀하시던 것처럼 인사는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아닌 적소적재(適所適材)로 해야 한다. 먼저 지위에 대해 분석하고, 거기에 맞는 사람을 보내는 것이다”라고 말한 대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민 구청장은 또 ‘선출직 단체장에게 공무원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공직자들은 적응력이 뛰어나고 착하다. 관건은 공직자에게 자율성 창의성을 주는 것인데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그동안 지시 일변도의 행정에서 꽉 차있는, 경직돼 있는 사고와 태도를 풀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창의성이 들어갈 여유를 주는 것이다. 한 사회의 흐름을 이끌어간 분들이 바로 공무원이다. 그동안 지시에 익숙해져 있었던 분들에게 자발성, 자기 주도성을 회복하게 해야 한다. 그러면 진정한 의미의 ‘동력’이 된다.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며 사회흐름을 주도하는 동력….공직자의 소명의식은 공직은 그 자체로서 목적이고 목표이다.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이 일하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남들에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고 밥 벌어먹고 사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기 위해서 공무원들은 더 이상 관리자에 머무르면 안된다. 이제 공무원들은 자기가 구청장이 되고, 시민단체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 조정자ㆍ촉진자·네트워커가 돼야 한다. 근무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로 이런 역할을 키우기 위해서 한 달에 한번 자기계발을 위한 출장을 보내고, 직원들끼리 런치토크를 해서 공부하고 있다. 업무나 상사 눈치보지 말고 최소한 한 달에 한번 자기만의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라는 얘기다. 여유가 생겨야 창의력도 생기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김만수 부천시장은 노무현 정부(참여정부)와는 인연이 꽤 깊어 정치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1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가 된 이후 인지도가 낮았을 당시 부천시의원으로 캠프에 합류해 당시 노무현 캠프의 ‘유일한 현역 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이후 노 전 대통령 후보 공보팀장ㆍ선대위 부대변인ㆍ인수위 부대변인을 맡으면서 노 전 대통령의 ‘입’ 역할을 해오다가, 2004년 4.15 총선(17대)에서 소사구에 출마해 김문수 현 경기지사에게 고배를 마셨다.

김 시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청와대 보도지원비서관(초대 춘추관장)에 이어 2005년 3월 청와대 대변인으로 기용됐고, 2006년 4월23일까지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2006년 5.31 지방선거에 김문수 경지지사가 의원직을 사퇴하면서 그해 7.29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차명진 현 국회의원에게 고배를 마시면서 정치적 휴식기를 가지면서 2007년 4월 결성된 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럼) 집행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2008년 4.9 총선(18대)에 소사구에 출마했으나 차명진 의원에게 패하면서 정치적으로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김 시장은 노 전 대통령 서거 이후 국민적 추모 열기가 확산되면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사람들’과 정치적 재기 움직임의 중심에 섰고, 이른바 ‘친노그룹’ 인사중에는 가장 먼저 부천시장 선거에 도전장을 던져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당선돼 민선 5기 부천시정을 이끌고 있다.

김 시장의 민선 5기 부천시정 운영 스타일도 ‘참여정부’에 직접 참여했던 만큼 자연스럽게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진보와 권력>에서 소개한 인사청책과 관련해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용어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그 자리가 무슨 일을 하는 자리인지를 먼저 파악하고, 그런 연후에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을 찾으라는 취지에서 ‘적소적재’라는 용어를 사용키로 했다고 한다”라고 한 내용은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하겠다.
김만수 시장은 이번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에 전광석화처럼 단행한 9.15 국장급 전보인사에 대한 분분한 해석을 낳고 있는 것과 관련해 15일 오후 “적재적소(適材適所)가 아니라 적소에 적재가 필요했다”고 밝힌 대목에서 이번 인사의 취지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국장급 전보인사는 직무 특성과 국장 개개인의 직무 역량 등을 충분히 고려해 그 자리에 맞은 국장들을 포진시킨 이른바 ‘적소(適所)’에 ‘적재(適材)’를 ‘적시(適時)’ 배치한 것’으로 보면 무난하다고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국장급 전보인사에 담긴 ‘김만수 시장의 의중’은 민선 5기 2년차를 맞아 ‘적재(適材)’라고 판단한 국장들에게 권한을 부여해 그동안 추진해오고 있는 사업들에 대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