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오후 7시 국회 제340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단독으로 정보위원회를 통과시킨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108명 전원이 테러방지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을 신청했고, 이날 오후 7시6분부터 더민주 김광진 의원이 필리버스터 첫번째 토론자로 나서 연설을 시작했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는 스페인어로 해적을 뜻하는 ‘필리버스테로’에서 유래됐으며, 미국 의회로 건너오면서 의회에서 다수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이루어지는 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행위로 ‘무제한 토론’을 뜻한다.
우리 국회에서 필리버스터는 1973년 폐지됐다가, 지난 2012년 5월 18대 국회에서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을 입법될 때 도입된 제도로, 전체 의원 재적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 신청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필리버스터를 시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난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으로 필리버스터가 도입된 이후 국회에서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의원 한 사람이 한 차례에 한해 시간과 의사 정족수의 제한 없이 토론을 할 수 있으며, ▲토론할 의원이 없을 때 ▲국회 회기가 종료될 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있을 때 종료될 수 있다.
우리나라 국회의 의사진행발언 최장 기록은 고(故) 김대중 전(前) 대통령이 1964년 민중당 소속 의원 당시 박정희 정부가 일본 정부로부터 1억3천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김준연 자유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저지하기 위해 5시간 19분 동안 의사진행발언을 했고, 이 기록은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필리버스터의 국내 최장 기록은 1969년 신민당 박한상 의원이 3선 개헌 저지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발언한 10시간 15분이다.
이번에 43년만에 19대 국회에서 필리버스터 부활의 단초를 제공한 테러방지법 제정안은 국가정보원에 테러 위험 인물에 대한 통신 이용 정보 수집, 출입국ㆍ금융거래 정지 등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 내용으로, 국정원 출신인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 정식 명칭이다.
새누리당은 정보기관이 테러 정보 수집과 활용의 전문가이고 주요 선진국들도 정보기관을 정보 수집·활용의 ‘컨트롤타워’로 활용한다는 점을 들며 이 조항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정원에 정보 수집ㆍ활용 권한을 주게 되면 불법ㆍ탈법적으로 이를 활용해 민간인 사찰과 야당 감시 등에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국회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테러방지법을 비판하는 야당 국회의원이나 법률전문가들은 테러방지법이 아니라 국정원의 권한만 강화하는 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민주는 국회 제340회 임시회 회기 종료일인 오는 3월10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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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토론자로 나선 더민주 김광진 의원에 이어, 국민의당 문병호 의원, 더민주 은수미 의원, 정의당 박원석 의원, 더민주 유승희ㆍ최민희 의원, 정의당 김제남 의원, 더민주 신경민ㆍ강기정ㆍ김경협 의원, 정의당 서기호 의원, 더민주 김현ㆍ김용익ㆍ배재정 의원 순으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이어갈 예정이다.
야당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는 국회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다.
한편, 여야가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키로 한 오는 26일에도 ‘필리버스터’가 계속될 것으로 보여 선거구 획정안 처리가 또다시 지연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