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단상(斷想)

어릴적 달집 태우기, 쥐볼깡통돌리기 기억 새록새록
요즘 아이들에rps 정월 대보름은 어떤 날일까

어릴 적, 시골에서는 정월 대보름날에 아침 해가 뜨기 전에 동네 친구를 찾아가 이름을 크게 불러 대답을 하면 “내 더위 사가라”라고 더위를 팔았다. 더위를 팔게 되면 그해 여름에는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했다. 요즘에는 ‘더위팔기’ 놀이를 하기 어려운 주거환경으로 인해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더위를 팔려면 같은 가족끼리 팔 수 밖에 없다.

또 정월 대보름에는 술을 마시면 그 기운으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눈과 귀를 밝게 한다고 해서 ‘귀밝이술’을 마시는 풍습이 있어서 어린 아이들에게도 술맛을 보게 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다양한 종류의 술이 등장하고 아예 술자리로 이어져 너무 많이 마시는 경향이 있어 탈이다.

밤, 호두, 잣과 같은 견과류를 소리가 나도록 깨물어 먹으면 부스럼 등 피부병을 예방한다는 ‘부럼’을 나눠 먹는 풍습도 빼놓을 수 없다. 대보름날 부럼으로는 땅콩이 불티나게 팔린다.

정월 대보름날에는 오곡인 팥, 콩, 수수, 차조, 기장에 찹쌀과 멥쌀을 함께 넣고 지은 오곡밥과 취나물, 박고지, 시래기, 고비, 고구마줄기, 콩나물, 도라지, 무나물, 고사리, 톳나물, 토란대 등 아홉 가지 묵은 나물 반찬으로 세끼를 먹었는데, 요즘에는 이런 것을 고루 갖춰 먹는 가정이 드물고, 대신 찰밥을 먹는 가정이 많다.

정월 대보름 풍습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민속놀이로는 달집태우기와 쥐불 깡통돌리기가 있는데, 도심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어릴 적, 시골에서는 대보름날이면 동네 청년들이 볏짚을 나르고 산에서 소나무를 베어와서 달집을 높이 만드는데 바빴다. 달집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로 보름달을 가리게 하면 그해 풍년이 든다고 해서 달집을 높게 쌓았고, 완성된 달집에는 저마다 소원을 적은 종이를 주렁주렁 매단 뒤 보름달이 떠오를 즈음에 불을 지펴 올린 뒤 달집을 태우는 동안 소원을 빌었고, 마을 사람들이 신명나는 농악놀이를 벌였다.

달집을 태우고 난 뒤에는 동네 개구장이들이 헌 깡통에 못구멍을 내서 만든 깡통에 달집을 태우고 난뒤 불씨를 담아 논두렁 등지에서 불씨가 활활 타오르도록 깡통을 신나게 돌린 뒤 허공에 던져 올리면 불씨가 쏟아져 내리는 광경이 장관인 쥐불 깡통 돌리기가 대보름 밤을 장식했다.

도심에서는 달집을 만들 수 있는 볏짚과 소나무 등을 구하기 어렵고 마땅한 장소도 없는 관계로 달집 태우기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쥐불 깡통돌리기 또한 찾아볼 수 없다.

그 대신에 대보름날을 전후해 척사놀이(윷놀이)가 각 동(洞) 주민센터마다 열려 어려운 이웃을 돕는 행사로 진행되고 있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대보름날 민속놀이는 거의 열리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는 구제역으로 인해 대부분의 농촌에서도 정월대보름달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고유의 명절인 정월 대보름에 행해졌던 다양한 민속놀이와 풍습이 점점 잊혀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시골 농촌에서 자라 어린 시절에 정월 대보름날 달집 태우기와 쥐불 깡통 돌리기를 했던 때를 떠올릴 수 있는 기억이 소중하고 새롭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게 정월 대보름은 어떤 날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