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경作 ‘빨래터’
| AD |
수년 전에 문근영, 박신양 주연의 SBS드라마 ‘바람의 화원’(2008년 9월24일~12월4일)으로 조선시대 천재화가였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모습을 그려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물론 드라마의 내용이 실제의 김홍도, 신윤복의 생활상과 달라 그 당시 몇몇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기억도 납니다.
‘빨래터’라는 작품은 김홍도의 <단원풍속화첩>에 실려있는 그림 중 하나입니다.
그림을 살펴보면, 개울가에서 아낙들이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옷감을 물에 헹구거나 방망이로 두드립니다. 한편에서는 아이를 데리고 온 아낙이 감은 머리를 빗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바위 뒤에서 이 광경은 훔쳐보는 사내가 있다는 것입니다. 갓을 쓴 폼을 보니 점잖은 선비입니다.
그리고 ‘빨래터’에서는 바위 뒤에 숨어서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빨래하는 여인들의 허벅지를 몰래 훔쳐보는 양반의 점잖치 못한 행동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얼핏 보면 그림의 주제는 ‘빨래터’인 것같은데, 아무래도 점잖은 척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행동은 점잖치 못하고, 빨래하는 여인들의 허벅지를 훔쳐보는 양반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선비는 오른손에 부채를 들고 있고, 왼손으로는 서책을 뒤적거리고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볼 때 아직 벼슬길로 나가지 못하고 요즘으로 치면 고시 공부인 과거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한편, ‘빨래터’의 세계는 빨래하고 밥하고 자식을 키우는 서민 아낙네들의 생활을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한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과연 아낙네들은 선비의 존재를 눈치 챘을까요?
도돌이표 구조와 방망이의 방향, 두 여인의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낙네들이 은근히 남자의 시선을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단원이 ‘빨래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 것은 분명해졌습니다.‘빨래터’를 빌미로 한 아낙네들의 여성성(女性性)입니다.
단원은 혜원보다 그림에서 노출의 수위가 낮습니다. 혜원이 ‘단오 풍정’에서 모델 같은 기생의 매끈하게 관리된 몸이며 젖가슴 팔 다리를 대폭 드러낸 데 비하여, 단원은 기껏 빨래를 하기 위해 치마를 걷어 올린 아낙들의 다리 정도 입니다.
또한 개울가라는 배경도, ‘단오 풍정’의 계곡처럼 신체 노출이 자연스러운 곳입니다. 유교 규범이 엄격했던 조선시대에 여성의 신체 노출은 그것만으로 충격의 강도가 보통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해보면, 왜 선비가 미끈한 여인이 아닌 펑퍼짐한 아낙들의 맨살을 탐하려는지, 그 이유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시에 아낙의 다리 노출 광경만으로도 남자들은 가슴이 쿵쾅거리지 않았을까요?
‘빨래터’를 통해 김홍도는 그 당시 살아가던 사람들의 참모습을 예리한 관찰력과 묘사로 깊은 공감을 끌어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