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환상·모험’을 주제로 열리는 한여름의 영화축제인 ‘제17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2013·7월18~28일)에서는 남미 영화의 거장인 알레한드로 조드로프스키(84) 감독을 조명하는 ‘회고전-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기괴함의 시인’이란 제목으로 6편의 영화가 소개된다.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남미 판파트스틱 시네마 특유의 화려하면서도 기괴한 r시적 상상력과 미술적 리얼리즘을 대표하는 이름이다.

1968년 <판도와 리스>를 시작으로 84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활발한 작품활동을 벌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성서와 신화, 금기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며 영화가 건넬 수 있는 이야기와 그 표현 영역의 한계를 최대치로 확장시키면서 말 그래도 ‘충격’ 그 자체로 기억되는 인물이다.

조도로프스키는 칠레에서 태어난 러시아계 유대인으로 1950년대 페르난도 아라발, 롤랑 토포르 등 당대 초현실주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면서 ‘파닉 무브망’이라는 그룹을 조직해 초현실주의적 감수성과 영화 매체의 조합을 꾀했으며, 지금까지도 그의 영화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초현실주의적 이미지 및 세계는 당시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1968년 공개한 그의 첫 장편영화 <판도와 리스>는 등장부터가 충격이었다. 당시 관객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금기적 소재와 파격적인 이미지들은 야유와 함께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지만, 그의 이름을 강력하게 각인시킨 문제작이었다.

조도로프스키의 이름이 전세계적으로 알려진 것은 1970년에 발표한 걸작 <엘 토포>였다. 성서에 기반을 둔 서부극으로 조도로프스키가 각본, 주연, 연출을 맡으면서 아직까지도 조도로프스키의 영화관이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대표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엘 토포>에 뜨거운 반응을 보인 팬들 가운데는 비틀즈의 존 레논도 끼어 있다는 일화는 유명한데, 이를 계기로 존 레논은 조도로프스키의 다음 작품인 <홀리 마운틴>의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기도 했다,

하지만 조도로프스키의 영화력은 그 악명 만큼이나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독특한 영화세계와 작가적 의지 때문에 그는 상업 영화권과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독립 제작을 고집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작품의 권리를 소유한 제작자와의 오랜 공방으로 그의 걸작들은 30여년간 관객을 만나기 힘들었으며 헐리우드와는 결코 화해하지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제17회 PiFan 회고전에서는 <판도와 리스>, <엘 토포>, <홀리 마운틴>과 함께 자신의 어린 시절에 기반한 자서전적 영화로 올해 칸 영화제 감독 주간에서 최초로 공개된 신작 <현실의 춤>을 상영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전작에서 익숙한 초현실적 이미지와 기이한 상상력을 보다 보편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며 결코 죽지 않는 노(老)감독의 힘이 느껴지게 하는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영화와 만화, 각본과 연기, 작곡 등 다양한 창작활동을 끊임없이 이어온 그의 또다른 작품으로 이번 회고전에서 상영되는 <의식- 사이코매직>은 조도로프스키의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로 정신과 의사로 직접 출연했다.

PiFan2013에서는 ‘조도로프스키의 회고전’과 함께 그의 영화와 일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메가토크: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의 영화와 삶’도 7월 22일 오후 2시 CGV부천 3관에서 <엘 토포> 상영에 이어 마련된다.

이번 메가토크에서는 <엘 토포>에서 조도로프스키의 어린 아들로 출연하고 신작 <현실의 춤>의 주연을 맡은 조도로프스키의 아들 브론티스 조도로프스키와 <의식- 사이코매직>의 프로듀서이자 조도로프스키의 오랜 지기인 지안루이기 페론, 영화평론가 김성욱이 조도로프스키의 스크린 안과 밖 모두에 대해 심도깊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제17회 PiFan에서 마련한 ‘회고전-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기과함의 시인’을 통해 상영되는 작품은 다음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