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만화축제인 제41회 프랑스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지난달 30일부터 2월2일까지 ‘지지 않는 꽃’이란 주제로 고재일·김광성·김금숙·김신·김정기·김형배·박건웅·박재동·백성민·신지수·안수철·오세영·이현세·정기영·조관제·차성진·최신오·최인선·탁영호 등 19명의 만화가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각자 특색 있는 작품을 선보이며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 기획전’이 성황리에 열려 전 세계인들과 소통했다.

2일 국내 대표적 만화진흥기관인 (재)한국만화영상진흥원(부천시 원미수 상동 영상문화단지내 소재)에 따르면 1월30일 오전 11시 앙굴렘 전시장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 개막식에는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 프랑크 봉두(Frank Bondoux) 앙굴렘국제만화축제 조직위원장, 필립 라보(Philippe Lavaud) 앙굴렘 시장을 비롯해 박재동·김광성 만화가,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희재 이사장과 오재록 원장 등이 참석, 개막을 축하했다.

조윤선 여성가족부 장관은 “전시·분쟁 지역에서 아동·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이유 중 하나는 위안부 문제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처럼 과거 범죄에 대한 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반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번 기획전이 분쟁지역 뿐 아니라 세계 거의 모든 나라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력과의 전쟁을 끝내기 위한 출발점이 되고 이 작품들이 반성과 위로를, 희망과 연대의 다짐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립 라보 앙굴렘 시장은 “이번 앙굴렘 페스티벌은 1차 세계대전 100주년을 맞아 전 세계의 잔혹사를 다루고 있다”며 “이번 한국만화기획전은 역사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과거 잔혹한 세계사 등 최근 프랑스에서 이슈가 되는 테마와도 잘 부합한다”고 말했다.

프랑크 봉두 앙굴렘 조직위원회 위원장은 “한국만화 기획전을 초대하게 돼 기쁘게 생각하며, 이번 전시가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여성 폭력의 근절을 통해 인류가 진화하는 기회가 되길 희망한다”면서 “이번 한국만화기획전은 작품의 만화적 예술성도 높고 전시 상황의 비극을 작가 정신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국제예술비평가협의회 회장으로 재직 중인 라파엘 퀴르 교수(Dr. Raphael Cuir)와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 파브리스 비르길리(Fabrice Virgili) 연구책임자, 코톨드미술대학 학과장으로 재직중인 사라 윌슨(Sarah Wilson) 등이 참석해 일분군 위안부 문제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전시장을 찾은 프랑스 관람객 샬롯 알레망 씨는 “많은 분들이 겪은 고통스런 비극을 오늘 처음 알게 됐다”며 “이 슬픈 사실을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알아야 한다”고 전했고, 중국에서 온 이건융 씨는 “예술이 어떻게 활용되는지의 좋은 예다. 성공적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겼으며, 알제리국제만화축제 조직위원장인 달리라 나젬 여사는 “매우 평온하고 아름답게 표현했지만 그 안에서 강한 기운을 느꼈다”고 관람 소감을 전했다고 한다.

기획전과 연계해 2월1일 앙굴렘 내 네모극장에서는 김준기 감독의 <소녀이야기>와 그림자 애니메이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등이 상영돼 관람객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했다고 한다.

앙굴렘만화축제 기간 중 한국만화기획전 전시장 입구 로비에서는 김광성, 정기영, 차성진, 김정기, 박재동, 김금숙 작가의 사인회를 비롯해 김정기 작가의 드로잉 쇼 등이 펼쳐져 한국만화 기획전을 더욱 빛냈다.

이번 만화기획전은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연합에서 위안부 문제를 다룬 20여개 만화 작품을 제작·출품했으며, 여성가족부에서 후원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은 “전시회를 방문하면 위안부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며 그 고통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같은 문제로 고통스러워하는 여성들에게 진정한 경의를 표하는 전시회로, 조형적 전시 수준 또한 상당히 높다”고 보도했다.

박재동 작가는 “만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한이 풀리고 명예가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다”며 “온 국민의 뜻과 세계인들의 뜻이 하나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분들을 위로하는 마음이 전달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한국만화기획전을 총괄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오재록 원장은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찾아주고 이번 전시의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감상해 주신 점에 감사드린다”며 “만화는 어떠한 장르보다 강한 전달력과 호소력이 있어 전시장을 찾은 뜨거운 취재 열기와 일본의 관심이 만화가 가진 가치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로 41회를 맞이한 앙굴렘 국제만화축제는 지난 1974년 처음으로 개최된 세계 최대의 출판만화축제로, 올해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 100주년을 맞아 전쟁 고발이나 전시 여성 성폭력 문제 등을 다룬 만화를 다수 전시했으며, 그 일환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기획전’을 열었다.

2014 앙굴렘 국제만화축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한국만화 기획전- 일본 측 방해

제14회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서 ‘지지 않는 꽃’이란 주제로 열린 ‘한국만화 기획전’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전시 및 분쟁지역에서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문제를 고발하기 위한 것으로, 지난 20세기에 일어난 여성에 대한 성범죄행위에 대해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일깨워 인류평화를 도모하고, 누구나 알기 쉬운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심과 지지 확산을 위해 마련됐다.

위안부 관련 만화를 제작해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 출품하는 것에 대해 일본정부와 극우세력들인 일본 페미니스트 NGO의 주도로 1만2천명의 전시회 반대 서명 서한을 앙굴렘조직위측에 항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월30일 앙굴렘 조직위 브리핑장에서 “파리 사전 기자회견을 취소하지 않으면 전시회를 열 수 없다는 조직위의 이야기가 있었다는 게 사실인지 알고 싶다”는 질의에 프랑크 봉두 조직위원장은 “그것이 현실이었다”고 답변해 일본 측의 압력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주 프랑스 일본공관은 1월31일 앙굴렘만화축제 프레스센터(앙굴렘시청)에서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본의 대응’이라는 문서를 배포하고 ‘한국정부가 주도하는 위안부 관련 만화 전시는 상호 이해와 우호 친선 증진을 도모하려는 본 페스티벌의 취지가 크게 왜곡되는 것을 깊이 우려하는 바이다’라는 입장을 현지 취재 기자 및 관람객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작년 5월 및 8월 앙굴렘 시장을 만나 앙굴렘 국제만화축제에 위안부 관련 만화 출품 협조를 요청했고, 필립 라보 앙굴렘 시장은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1월30일 열린 한국만화기획전 개막식에서 필립 라보 앙굴렘 시장은 축사를 통해 “이번 위안부 한국만화전시전은 보석상자와 같다. 이 행사를 계기로 한국과 프랑스의 우호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표명했다.

앙굴렘 조직위원회 위안부 만화 출품 관련 니콜라 피네 아시아 디렉터는는 1월30일 브리핑을 통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알리는 것이 정치적인 게 아니라 사실을 왜곡해 알리는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며, ‘정부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라는 질문에 “앙굴렘 페스티벌도 시청의 지원을 받는다. 많은 예술가들이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지원을 받는다고 하여 정치적인 것은 아니다”며 앙굴렘 만화축제에 위안부 만화가 출품되는 것에 대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관람객 대부분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인식이 없었지만,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고, 위안부 문제를 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드니(55) 씨는 “오늘에서야 이 비극을 알게 됐다. 이야기를 지금까지 간직하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는 슬프고, 한편으로는 용기있는 행동이다. 모든 감정을 가슴에 불러 일으키는 전시였다”고 말했고, 오렐리앙(28) 씨는 “6시간 동안 전시를 보았다. 무척 인상적이다. 이전부터 이 문제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일본군이 썼던 ‘위안부’라는 용어를 지금도 계속 한국사람들이 쓰고 있는 것이 의아했다. ‘위안부’보다는 ‘성노예’가 더 맞는 것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마르땅(62) 씨는 “지금 가진 용기보다 더 큰 용기를 가지고 끝까지 과거 기억을 잊지 않게 하세요. 이것이 제가 한국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말”이라고 했고, 노에미(24, 여) 씨는 “이전에는 모르고 있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말했고, 소피안(19, 여) 씨는 “무척 슬픈 현실이 만화로 시적이고 한국적인 감성으로 드러나서 흥미롭고 감동적인 전시였다”고 전했다고 한다.

외신들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한국만화 기획전을 보도했다. Sud-Ouest 프랑스 남서부 지역신문은 1월31일자에서 “전시회를 방문하면 위안부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으며 그 고통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며 “한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 같은 문제로 고통스러워 하는 여성들에게 진정한 경의를 표하는 전시회”라고 평가했고, ActuaBD 만화잡지는 “2차 대전시 일본군에 의해 성폭력을 당한 어린 여성들인 ‘위안부’라는 무관심할 수 없는 주제를 다룬 뛰어난 전시회”로 소개하며 “일부 일본 극우주의자들이 전시회 반대운동을 벌였다”면서 “조형적 퀄리티가 상당히 높은 전시회”라고 평가했다.

NHK, TBS, ABC 등 일본 방송 및 언론 다수도 취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한국만화 기획전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 공감대 형성 및 관심과 지지 확산 및 지난 20세기에 발생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해 지금도 세계 곳곳 분쟁지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여성, 아동에 대한 성폭력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을 세계인 모두가 깨닫고, 위안부 문제에 대한 올바른 해결없이 현재도 계속 발생하고 있는 여성에 대한 성폭력 방지에 대한 세계인의 노력은 힘을 잃을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