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조직위원회(위원장 홍건표 부천시장)는 4일 오후 열린 이사회에서 조직위원장을 비롯한 이사진 11명 모두가 사퇴하고 (가칭)PiFan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올해 제9회 영화제(7월14~23일)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PiFan 이사회는 또 지난달 30일 이사회 총사퇴를 요구하고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사직하겠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한 PiFan 스탭진 28명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로 했다.

한편 이날 PiFan 이사회는 오후 5시30분부터 이사 11명 중 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2시간여 동안 PiFan 스탭진이 이사회 총사퇴 요구 공동 성명을 발표한 의도와 행후 대책 등에 대한 논의를 계속했으며, 조직위원장 이하 이사진 총사퇴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까지는 회의 결과를 점칠 수 없을 정도로 오리무중(五里霧中) 속에 열려 한때 이사회 총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PiFan 이사회는 오후 7시40분께 정회를 하는 동안 이사진 모두가 “올해 영화제 만큼은 개최돼야 한다”고 인식한데다, 정초신 수석프로그래머가 서강진 시의원에게 “이사회 총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스탭진 중에 사직하는 스탭이 몇명이건 자신이 가장 먼저 물러날 수 밖에 없다는 뜻을 홍 시장에게 전달해 달라”고 SOS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사회 내내 줄곧 “이사회 총사퇴시 영화제 후원 협조를 이끌어 내기 어려워 성공적 개최는 불가능하다”며 이사회 총사퇴 요구 불가 입장을 완강히 밝힌 홍건표 시장에게 서강진 의원이 “영화제 개최를 위해 명분을 찾자”고 설득, “이사회 총사퇴시 PiFan의 성공적 개최는 어려운 만큼 자신도 영화제에서 손을 완전히 떼겠다”며 조직위원장 사퇴를 밝혀 이사회 총사퇴라는 결정을 이끌어내고 (가칭)PiFan 비상대책위를 꾸려 영화제를 개최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PiFan 이사회의 결정은 스탭진들의 요구를 사실상 수용한 것이어서 스탭진들의 영화제 준비를 위한 정상적인 근무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가칭)PiFan 비상대책위원회가 어떤 형태로 꾸려질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사회 총사퇴를 사직서 제출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요구했던 PiFan 스탭진들이 앞으로 국내 영화인 및 단체들과 얼마만큼 협조를 이끌어내 PiFan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있을 것인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또다른 측면에서는 결국 이렇게 PiFan 이사회 총사퇴 결정을 하게 됐을 것을 굳이 (사)영화인회의와의 PiFan 사태 수습을 위한 논의를 깰 필요성이 있었겠는가 하는 지적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느낌이 없지 않은 대목이다.

이날 결정으로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최에 따른 최대 고비는 일단 넘겼지만 (가칭)PiFan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어느 쪽 입맛에 맞게 꾸려지느냐에 대한 과제를 남겨 PiFan 사태는 좀더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가칭)비상대책위원장으로는 원년 영화제 산파 역할을 하고 이번 PiFan 사태 수습을 위한 중재에 나서기도 했던 이장호 영화감독 등이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다.

PiFan 스탭진, 무뤂 꿇고 공식 사과

PiFan 이사회 총사퇴 요구 공동 성명을 발표했던 정초신 수석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스탭진 10여명은 이날 오후 8시20분께 시장 접견실을 방문, 정초신 스석프로그래머가 스탭진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진들 앞에서 무릎을 끓고 공식 사과를 한 뒤 “PiFan 개최를 위해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씁쓸한 광경이 연출된 것이다.

정초신 수석프로그래머, 영화인회측과 일전 불사 의지

정초신 수석프로그래머는 PiFan 이사회가 조직위원장을 포함한 이사진 총사퇴 결정이 내려진 뒤 이날 오후 9시16분께 <더 부천>과의 전화통화에서 “이사회 총사퇴 요구가 받아들여진 만큼 영화인회의측에 맞서 스탭진들이 그동안 당한 아픔을 되돌려줄 것”이라며 “영화인회의측에 스탭진 명의의 성명서도 내고 맞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영화인회의측과의 일전 불사 의지를 밝혔다.

이날 통화는 ‘이사회 총사퇴 결정에 따른 PiFan 스탭진의 복귀 결정은 국내 영화인 및 단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을 의미하는가’를 문화예술과 관계자와 질의하는 과정에서 문화예술과 관계자 및 스탭진, 이날 이사회 진행을 지켜본 취재진들과 저녁식사를 가진 자리에서 참석했던 정초신 수석 프로그래머에게 답변을 넘겨 듣는 과정에서 이같이 밝혔다.

<더 부천>이 이날 이사회의 이사진 총사퇴 결정은 PiFan 스탭진 28명이 “PiFan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국내 영화인들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이사회 총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사직할 수 밖에 없다”고 최후 통첩을 보낸 이후 이루진 것이어서 과연 이사회 총사퇴 이후 PiFan 스탭진들이 국내 영화인 및 단체의 협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있다면 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 해소차원에 이루어진 취재였다.

그러나 우연히 통화가 이루어진 정초신 수석프로그래머의 답변은 전혀 의외였다. “이사회 총사퇴 결정이 내려진 만큼 이제부터 영화인회의측과 맞서 나갈 것”이라며 “영화인회의측의 협조 유무를 떠나 영화제 준비를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여전히 혼란스런 대목이다.

PiFan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국내 영화인들과 단체의 PiFan에 대한 협조가 필요하다며 이사회 총사퇴를 요구해놓고 이같은 결정이 내려진 직후 PiFan 준비를 진두 지휘하는 정초신 수석 프로그래머의 답변은 “영화인회의측과 맞서 싸우겠다”는 것이다. 진의(眞意)가 무엇이건간에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홍건표 부천시장, 지난 2일 <더 부천>과 통화에서 “이사회 총사퇴 수용 불가” 입장 완강
이날 이사회에서도 불변… “이사회 총사퇴시 후원받기 어렵다” 영화제 개최 포기 밝히기도

PiFan 조직위원회 위원장인 홍건표 부천시장은 지난 2일 오후 <더 부천>과의 전화통화에서 “김홍준 전 집행위원장의 해촉과 관련, 이사들이 잘못이 있으면 사퇴해야 하지만 잘못이 없으므로 사퇴해선 안된다”는 입장임을 밝혔으며 이날 이사회에서도 이같은 입장에는 불변이 없었다.

홍 시장은 이날 전화 통화에서 PiFan 스탭진들이 이사회 총사퇴를 요구한 것과 관련, “PiFan을 살리겠다는 의도인지 의심스럽다”며 “이사회 총사퇴 요구를 수용하기 어려운 만큼 PiFan 스탭들이 사직서를 제출한다면 수리하고 올해 영화제를 개최안하면 그만”이라고까지 언급했었다.

그는 “지금 이사회 총사퇴시 새로운 이사회를 구성하기 어려운데다, 영화제 후원을 받기가 어렵게 되고 그렇게 되면 맥빠진 영화제가 될 수 밖에 없다”며 “문화관광부조차 한쪽 편만 드는 입장은 안좋은 것”이라고 문광부측에 유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국내 영화인들이 PiFan 개최를 방해한다면 PiFan을 접고서라도 다른 대안 축제를 개최하는 방안을 모색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날 PiFan 이사회에서도 이같은 입장을 굽히지 않았으나 서강진 시의원 등이 중재에 나서 최악의 상황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빠른 시일내 총회를 열어 구성키로 한 (가칭)PiFan 비상대책위원회가 어떤 식으로 꾸려질 것인지가 올 영화제의 막판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PiFan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자신의 조직위원장 사퇴로 PiFan 사태가 매듭져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홍건표 시장이 바라본 PiFan에 대한 문제의식과 판단이 옳았는지 여부는 어느덧 두달 남짓 남은 영화제 준비가 얼마만큼 순조롭게 진행되고 어떤 모습으로 개최될 것인가로 평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