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만 부천시민의 허파 역할을 하는 원미산에는 지금, 가을 단풍이 곱게 내려앉아 주말이면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자 일요일인 31일 가톨릭대 성심교정 기숙사 뒤편으로 오르는 등산로를 택해 원미산을 찾았다.

불과 10여분도 채 안돼 원미산길을 오르자 눈앞에 맞딱뜨린 것은 푸른 나뭇잎 색깔과 같은 색인 비닐천을 담장처럼 둘러치고 외부의 시선을 철저히 차단한 채 마치 개인 소유의 땅처럼 등산로를 가로막은 배드민턴 공간이었다.

‘사림 배드민턴 클럽.’

등산로에서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도록 돼 있지만 회원들이 배드민턴을 치면서 웃는 소리가 밖으로 간간히 흘러나왔다. 천으로 된 출입문을 들여다 보니 10여명 남짓한 남녀 회원들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푸른 천으로 두텁게 둘러싸인 배드민턴장 내부는 취사도구까지 갖춰놓아 금지된 취사행위는 물론 전기를 끌여들여 야간에도 운동이 가능하도록 꾸며놓았다.

견고하게 둘러쳐진 배드민턴장으로 인해 원미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배드민턴장 옆 소로(小路)를 이용할 수 밖에 없고, 이곳을 지나치는 시민들은 배드민턴장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 듯 무심히 지나쳤다.

‘멋대로 숲 파괴… 단속은 팔짱… 야산 곳곳 시름앓아’

‘사림 배드민턴 클럽’을 지나 또다시 10여분 남짓 가면 원미산 정상을 앞두고 가파른 고갯길 초입에 다다르면 ‘국민생활체육 원미배드민턴클럽’에서 ‘회원모집’을 위해 큼지막하게 내건 현수막과 함께 푸른 비닐천으로 감싸안은 배드민턴장이 떡하니 버티고 있다.

이곳은 그나마 등산로와 조금 비켜선공간에 자리잡고 있어 등산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큰 불편을 주지 않지만 회원제로 운영되는 관계로, 이곳 역시 일반시민들이 발을 들여놓기에는 어색하기 짝이 없는 ‘그들만의 공간’ 이었다.

턱까지 차오르는 가파른 고갯길을 올라 원미산 정상을 향하는 기슭, 석왕사 방향 멀뫼길에서 오르는 등산로와 맞딱뜨리는 그곳엔 어느날부터인가 각종 등산용품과 커피를 파는 간이 상점이 진을 치고 있다.

이른바 ‘산속에 등장한 불법 노점상’ 이었다. 모처럼 원미산을 찾은 시민들은 산속에서 마주친 노점상에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내면서도 “산속에까지 굳이 노점상이 들어설 정도인가”라는 찜찜한 구석을 떨쳐낼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가 하면, 일부 시민들은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커피를 사 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원미산은 그렇게 불법 상혼(商魂)이 파고 들고 있었다.

춘덕산약수터 주변에도 검은 비닐천으로 감싼 배드민턴장이 취사도구는 물론 전기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춰놓고, 역시 일부 회원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이처럼 무단으로 설치된 불법 배드민턴장들이 어디 원미산 뿐이겠는가. 성주산 등 부천지역 곳곳의 작은 야산들마다 불법 배드민턴장이 등산로 옆에 흉물처럼 들어서 있어 산림 훼손은 물론 숲속 미관을 해치고 있는 실정이다.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탓에 줄어들기는 커녕 오히려 하나 둘씩 생겨나면서 일부 회원들만을 위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산속마다 우후죽순으로 들어선 불법 배드민턴장이 더이상 생겨나는 것을 막고 산림 훼손을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대체부지를 마련해 이전을 유도하는 등 대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부천시 등 관계당국조차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원미산과 성주산 등 부천지역 곳곳의 야산에 그들만의 공간을 위해 멋대로 산림훼손과 숲을 파괴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관계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단속이 이루어져야만 할 것이다.

부천에서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한 기업인은 “부천지역의 경우, 공장부지난에 허덕이는 업체들이 건물옥상에 가건물을 하나 설치해도 구청에서 늑달처럼 달려와 불법 운운하며 당장 철거하라고 아우성을 치면서 부천시민 모두의 휴식공간이 돼야 할 산속에 산림 훼손을 서슴치 않는 불법 배드민턴장이 우후죽순처럼 버젓이 들어서 있는 것을 보고도 뒷짐만 진 채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