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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에 운영 중단 위기에 처한 ‘범박공부방’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부천시 해법 모색해야” 
더부천 기사입력 2015-06-11 10:11 l 강영백 기자 storm@thebucheom.com 조회 6062


▲범박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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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소사구 계수동 재개발지역 자녀들의 방과후 돌봄 역할을 해 오고 있는 ‘범박공부방’이 30년만에 운영이 중단될 위기에 놓인 것과 관련해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가 11일 “행정 원칙은 필요하지만 아동 관련 사안은 UN아동권리협약에 따라 아동에 대한 최선의 이익에 우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발표했다.

다음은 전국지역아동샌터협의회가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한 내용이다.

범박공부방은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의 번지수도 없는 낡은 폐건물에 위치해 있으며, 옆에 고층 아파트단지들로 하늘 높이 솟아 있는 모습과 대비되게 길 하나만 건너면 1960년대에서 시간이 멈춘 듯한 작은 마을 안에 있다.

이곳 마을의 절반은 이미 재개발돼 아파트단지로 변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재개발이 추진되다가 멈춰 몇 년째 방치되고 있다. 용산 참사 이후 재개발사업 시행계획에 ‘세입자의 주거 및 이주 대책’이 포함되면서 세입자들을 미리 내보내면서 몇년새 빈집이 부쩍 늘어났다. 유지 보수를 안하여 지붕이 무너져 내린 집도 부지기수다.

부천시 지역아동센터연합회(대표 지부예·65·사회복지사))는 30년 가까이 ‘범박공부방’을 운영하며 영세민과 모자가정이 많은 동네 아이들에게 무료급식과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

IMF 직후에는 채무에 시달린 사람들이 마을로 모여들며 70명이 넘는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지금은 많은 가정이 이주를 했지만 아직도 10명의 아이들이 ‘범박공부방’이란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고 있는 상황이다.

‘범박공부방’의 정원에 등록된 초등학생만 10명이다. 범박공부방은 분리된 시설이 아닌 마을과 함께하는 ‘마을공동체’ 형태의 공부방으로 장기간 함께해 온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정원 외 미등록 청소년 10여명이 있다.

2004년 다른 민간 공부방들은 법정 아동복지시설인 지역아동센터로 바뀌어 정부의 지원을 받게 됐다. 당시 재개발 지역에 있던 ‘범박공부방’은 아이들을 남겨놓고 떠날 수 없어 결국 비인가 시설로 남게 됐다.

늘어나는 빈집과 낯선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져 범죄의 사각지대로 전락할 수 있는 마을에는 무엇보다 아동 보호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몇 년을 아무런 지원없이 버티다 2009년 언론에 보도되면서 당시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찾아와 관심과 지원을 약속하면서, 부천시가 자체적으로 일부 예산을 편성해 지금까지 매월 90만원(인건비 55만원 포함)과 처우개선비 25만원을 별도로 지원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부천시는 갑작스럽게 ‘범박공부방’ 지부예 대표에게 65세가 정년이라며 더 이상 지원해줄 수 없다는 전화 통보를 해 왔고, 이에 범박공부방과 오랫동안 함께 협력해 온 ‘부천시 지역아동센터연합회’는 부천시 담당자를 만나 지원을 유지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부천시에서는 정년으로 지원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허가 시설을 꾸준히 지원해온 만큼 부천시는 나름의 역할을 충분히 했으며, 무허가 시설을 왜 지원하냐는 지적도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답변했다. 부천시장 면담도 수차례 요청했으나 매번 거절당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 지역아동센터연합회(대표 지부예)는 아래와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첫째, 한국은 UN아동권리협약 가입국이다. 협약은 아동과 관련된 사안을 다룰 때 두 가지 원칙을 적용할 것을 요구한다. 먼저 ‘어떤 이유로도 아동을 차별하지 말 것’ 그리고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이 되도록 할 것’이 바로 그것이다. 가입국은 협약을 실천하고 아동권리 수준을 향상시킬 책임이 있으며, 그 주체는 국가 즉, 정부에게 있다.

따라서 부천시의 입장과 대책은 일반 행정 원칙으로 보면 일견 타당한 면이 있으나 본 사안은 ‘아동이 직접적으로 연관된 내용’이므로 아동권리 측면에서도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

즉, 부천시가 마련한 대책으로 바꾸는 경우와 범박공부방이 현재처럼 운영되는 경우를 비교한다면 아동에게 최선의 이익은 어떤 선택일까? 이를 기준으로 행정이 이뤄져야 한다.

더욱이 범박공부방을 이용하는 철거촌 저소득 가정 아동에게는 특히 ‘성장기의 정서적 측면, 애착 관계, 심리적 안정 등’에 대해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마치 물건을 옮겨놓듯 서비스만 투입하면 되는 존재로 아동을 다루는 것은 부당하며 아동에겐 ‘누가 하느냐’가 정서적으로 더 중요한 문제일 수 있는가.

둘째, 어려운 여건에서 몇 십년간 수고하는 이에게 더 고생하시라 말하기도 송구스러운 일인데 행정의 원칙만 고집하며 정년을 이유로 폐업을 종용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부천시가 인건비라 부르기 힘든 박봉을 감내하며 30년간 무허가촌에서 헌신한 노(老)사회복지사에게 작은 지원조차 끊겠다는 것이 최선의 행정인지 돌아봐야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관내에서 가장 아픈 곳을 보듬다보니 노후 대책도 없는 사회복지사에 대한 격려와 지지 차원에서라도, 사회적 기여와 수고를 생각해서라도, 최소한의 예우를 갖추는 것이 행정을 통한 인간적 배려 아닌가.

부천시청의 요구로 이런 저런 서류를 만들면서 지부예 대표는 “이젠 범박공부방이 사라지고 아이들의 울타리가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그동안 공부방을 거쳐 간 아이들이 한 명 한 명 떠올라 미처 해주지 못했던 것들, 후회되는 일들이 마음을 괴롭게 하며 눈물이 나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오랜 시간 동안 공부방을 남몰래 도와온 자원봉사 모임 천사회 식구들이 위로를 건네고 있지만, 지금 우리는 부천시의 결정이 ‘아동 최선의 이익’인지 재고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지 범박공부방이라는 ‘비인가 아동복지시설’만의 고민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범박공부방은 ‘우리 사회가 어떤 가치를 우선해야 하는지’결정할 때가 됐음을 나타내는 표석이다.


▲범박공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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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 미인가 시설 ‘범박공부방’ 운영 지원 해법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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