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18일 부천시의회는 추모공원에 함몰된 채 정파간 대립과 갈등의 모든 것을 다 보여준 축소판이었다.

부천시의회 출범 이래 추경예산안 중 추모공원 용역예산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소속 정당 의원들간 타협이 결렬돼 본회의가 자동 산회되는 초유의 사태가 제5대 시의회에서 발생했다.

18일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개회돼 의사팀장의 처리 안건 보고에 이어 열린우리당(11명)과 민주당(1명) 소속 의원이 본회의장 입장을 거부해 10시20분께부터 정회에 들어간 부천시의회 제135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는 이날 자정(밤 12시)을 넘기기 전까지 한나라당(18명)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간에 추모공원 건립 관련 2건의 용역예산에 대한 타협점을 끝내 찾지 못한 채 자동 산회되고 말았다.

본회의가 자동 산회되는 순간 시의회 청사 앞에서 하루종일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화장터 반대투쟁위 소속 주민 100여명은 환호성을 질렀다.

본회의 자동 산회 직후 홍건표 부천시장은 임시회가 속개되기만을 하루종일 기다렸던 국장급 간부공무원들과 회의를 갖고 대(對)의회 관계를 비롯한 향후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의장 집무실을 불법 점거해 오명근 의장과 함께 자동 산회가 되는 시간이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던 화장터 반대투쟁위 주민들도 자정(밤 12시)이 넘어서는 순간 약속이나 한듯 뿔뿔이 흩어져 시의회 청사를 빠져나갔다.

이날 오전부터 하루종일 내내 추모공원 건립 관련 용역예산 처리문제를 둘러싸고 벼랑 끝 대치 전선을 형성하며 타협점을 찾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도 결국 한 치 양보없는 극한 대립에 지쳐버린 탓인지 자동 산회를 확인하고 삼삼오오 흩어졌다.

막판 최종 타협안(한나라당- 장사시설 용역비만 반영, 열린우리당- 진입도로 용역비만 반영)도 본회의 자동 산회를 불과 2시간 남짓 앞둔 시각에 화장터 반대투쟁위 소속 주민들이 의장 집무실을 점거하는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의회사무국에서 경찰에 공권력 투입을 요청한 것에 대해 경호권 발동을 거부하며 의장 집무실 점거를 용인하는 관대함(?)을 보인 오명근 의장의 본회의장 진입이 원천 봉쇄되면서 무산됐다.

더구나 전체 의석 30석 중 18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다수당이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게 자신이 낸 타협안조차 9표를 던져주는 인색함을 보였고, 열린우리당 타협안에는 8표를 헌납하고 1표는 기권을 하는 등 집안 단속마저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런 일련의 과정속에는 2005년 10.26 원미갑 재선거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래 줄곧 시가 추진하는 추모공원에 반대 의견을 제시하며 광역화장장 건립 추진을 주장해온 임해규 의원이 자신의 지역구 출신 한나라당 시의원들에 자신의 추모공원 반대입장을 피력하는 연락을 직접 취하면서 추모공원 용역예산을 반영시키려는 것에 대한 제동을 거는데 지원사격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후 이들 시의원들의 목소리가 잦아들고 행동도 크게 위축되면서 정당 공천제에 의한 외부 압력에 끌려갈 수밖에 없는 시의원들의 처지는 십분 이해하면서도 다수당으로서의 원내 입지를 스스로 약화시키는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는 결과를 초래케 하고 말았다.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이날 오명근 의장의 두차례에 걸친 감금에 대한 진위(眞僞) 파악과 열린우리당의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협상 전략, 여기에다 공천권을 가진 윗선의 반응에 얽매여 정확한 사태 파악을 할 수 있는 지도부 및 리더쉽 부재로 갈팡질팡하며 끌려 다니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이와 반면에 11석으로 한나라당에 비해 의석 수에서 절대 열세에 놓인 열린우리당은 소속 의원들이 똘똘 뭉친 가운데 벼랑끝 협상을 통해 명분은 물론 실리까지 챙기며 향후 의정활동에 있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터닝 포인트'를 만들었다.

이날 본회의 자동 산회를 지켜본 시집행부로서는 무어라 딱히 말할 수 없을 만큼 믿었던 한나라당의 무기력하고 적전 분열을 안타깝게 지켜보면서 향후 원활한 시정운영을 위한 대의회 관계 설정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시집행부는 또 이번 임시회에 상정한 1천731억원 규모의 제1회 추경예산안과 각종 안건들이 본회의에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계류중)인 관계로 시정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 않도록 다음 임시회를 하루빨리 소집, 열릴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됐다.

이번 제135회 임시회 본회의가 자동 산회됨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 개회 직후 의사팀장이 본회의에서 처리할 안건과 추경예산안 등이 보고만 된 채 안건 상정이 안된 상태에서 추경예산안과 안건은 그대 남아 있는 상태(계류중)가 된다.

이에 따라 임시회 소집은 부천시장과 시의원이 할 수 있는 관계로, 빠른 시일내 임시회가 열릴 수 있도록 하여 본회의에서 이미 보고된 추경예산안과 안건을 상정, 처리하면 된다.

하지만 이날 자동 산회라는 부천시의회 출범 이래 16년만에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소속 의원들간의 장외(場外) 갈등과 대립이 이어질 경우, 다음 임시회 소집 날짜도 순연하게 돼 시집행부로서는 시정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홍건표 시장이 이날 임시회가 자동 산회된 직후 시의회에서 대기중이던 국장급 간부공무원들과 긴급 회의를 갖기로 한 것도 이같은 시정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는 것을 최소화하고, 새롭게 드러난 시의회의 역학구도에 대한 대처 방안 등을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시의회 파행의 키워드는 ▲추모공원 건립 관련 장사시설 실시설계 용역비(6억원)와 진입도로 개설 실시설계 용역비(2억1천만원)를 소관 상임위(행정복지위)에서는 통과(반영)되고, 예결위 심사에서는 전액 삭감된데 따른 것이다.

한나라당은 전체의석 30석 중 18석을 차지한 원내 다수당이라는 입장에서, 열린우리당은 비록 11석이지만 이번 예결위에서 5대4의 숫적 우위로 추모공원 용역예산을 처리를 놓고 한치 양보없는 벼랑끝 대치 전선을 형성하며 팽팽한 신경전이 하루종일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