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중선거구제 및 유급제 도입과 함께 출범한 제5대 부천시의회(의장 오명근)가 민선 4기 홍건표 부천시장 체제의 시집행부를 상대로 첫 행정사무감사를 지난달 22~30일까지 기획재정위·행정복지위·건설교통위 등 3개 상임위별로 마무리 했다.

제5대 시의회 첫 행정사무감사에 대해 오명근 의장은 지난달 21일 제132회 2차 정례회를 개회하면서 “대의적 측면에서 정책 집행의 잘못된 점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여 향후 정책 오류 재발을 방지하는 효율적인 감사가 되도록 하겠다”며 ‘정책 감사, 실속 감사’를 강조했으나, 전체적인 감사 기조는 시집행부가 제출한 감사자료에 근거한 ‘지적 감사’와 일부 지역신문에서 제기한 보도내용을 확인하는 등 ‘뒷북 감사’에 그치는 아쉬움을 남겼다.

행정사무감사를 이미 경험한 재선급 의원들 사이에서는 4년 전 지난 2002년 제4대 시의회 출범후 실시된 행정사무감사와 비교할 때 ‘긴장도’가 다소 떨어지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자료을 토대로 던진 질문에 대해 관계공무원이 “검토하겠다” 식의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받아내는데 그치는 경우가 많아 피감기관인 시집행부의 수감 분위기가 다소 느슨했던 것같다는 말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같은 지적은 2006 행정사무감사가 처음엔 의욕만 앞세운 채 피감기관인 시집행부가 제공한 감사자료에 의존한 나머지 피상적 접근에 그쳐 궁금증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답변을 받아내는 식으로 이어져 정작 ‘송곳 질문’이 실종됐기 때문이다.

감사자료에 의존하다 보니, 한쪽에서는 재정 여건이 심각하다고 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예산이 소요되는 데도 불구하고 실적이 저조하다고 지적하거나, 행정조직이 비대해진다고 지적해 놓고도 행정조직 확대를 요구하는 불협화음을 내는 모순도 나타났다.

여기에다 시의 정책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일부 점잖으신(?) 초선의원들도 ‘순서에 입각한’ 질문을 던지는데 급급해 전체적으로 별 이슈가 제기되지 않은 ‘맥빠진 감사’가 이어졌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무원의 시간외 근무 및 수당 지급, 인사 형평성 문제, 각종 위원회 회의 개최 횟수 및 위원 중복 위촉, 사회단체 및 민간단체 보조금 지원 및 정산, 주민자치센터 운영 프로그램, 교육경비 보조금 지원사업, 도로 보수 굴착에 따른 하자 발생문제, 건축물 부설주차장 관리 및 용도변경, 주정차 위반 범칙금 징수율 저조, 출연기관의 임직원 급여 및 위탁사업 성과와 임대료 체납문제 등등….

매년 감사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메뉴들이 예외없이 등장해 ‘입씨름 공방’을 벌였고, 특정 부서 및 기관을 상대로 선입견과 언론보도에 의존한 확인절차식 질문과 감사자료의 통계수치에 너무 연연해 정책적 접근을 통한 사업추진에 따른 문제점을 짚어내고 개선 방향 및 대안을 제시하는 사례는 극히 드문 채 감사장에서의 일문일답 내용이 걸러지지 않은 채 지역언론을 장식하는 예정된 수순을 밟은 채 끝나고 말았다는 ‘혹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재선의 김관수 의원(민주당·부천 차선거구)의 ‘송곳 감사’가 ‘정책적 접근’으로 이어지면서 그 맥을 초선의 윤병국 의원(열린우리당·부천 라선거구)과 김승동 의원(한나라당·부천 바선거구) 정도가 ‘날카롭고 정책적 문제’를 제기했을 뿐, 대부분은 감사자료에 근거한 확인차 질의 및 무리한 다그침 등으로 인해 긴장도를 떨어뜨린 채 ‘평이한’ 감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주요 현안사항과 집단민원 발생 및 발생 소지를 안고 있는 정책적 사안들, 해마다 반복되게 나타나는 감사 지적사항 등에 대한 집중 감사와 3개 상임위회별 의원 2~3명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이른바 ‘감사 드림팀’을 구성하여 주요 현안과제에 대해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다루는 감사 방식 도입 등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울러 3개 구청과 3개 보건소 등에 대해서는 중복된 사항이 있는 만큼 한꺼번에 감사를 실시하고, 감사 때마다 시간에 쫓겨 새벽감사까지 이어지는 관계부서 및 출연기관에 대한 보다 심도있는 감사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해볼만 하다 하겠다.

또한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산더미처럼 쌓인 자료를 갖고 씨름하는 것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다. 인터넷망이 구축돼 있고 의원 개개인마다 노트북을 지급한 만큼 종이문서 보다는 전자문서로 감사자료의 몸집을 줄이고, 기본적인 통계수치는 굳이 행정사무감사 기간이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을 정해 수시로 제공해 의원들이 정책적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면 행정사무감사 자료준비로 인해 시급한 민원이 뒷전으로 밀리는 문제점 등도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행정사무감사 때마다 시집행부에 제도개선을 촉구할 게 아니라, 시의회 역시 감사시스템의 구태(舊態)를 벗도록 하는데 지혜를 모아야만 할 것이다.

12월1일부터 시작되는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는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소관부서 업무 파악을 어느 정도 한 만큼 미리 대립각과 선입견을 세워놓고 예산 삭감 여부를 결정하기 보다는 관계부서의 정확한 사업 추진 계획과 의지를 충분히 듣고 시민의 입장에서 꼭 필요한 예산이 세워질 수 있도록 정책적 예산 심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