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는 21일 오전 10시 중소 영세상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것으로 지적받고 있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내용을 담아 의원발의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부천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ㆍ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안’에 대한 재의 요구에 따른 당일 일정의 제168회 임시회를 열고, 비밀투표를 실시한 결과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해 출석의원 3분의 2이상 찬성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서 결국 조례안이 폐기됐다.

이 조례안은 부천시의회 여야 의원 19명의 발의로 직전 임시회인 제167회 임시회(1월13~19일)에서 만장일치로 통과 됐으나, 경기도에서 “상위법령에 위배된다”는 검토 결과를 부천시로 회신함에 따라 부천시장이 시의회에 재의를 요구해 이날 임시회를 열고 이같이 처리됐다.

지방의회에서 처리한 안건에 대해 시집행부에서 재의 요구를 할 경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을 해야만 종전 안건이 의결된다.

이에 따라 직전 임시회에서 의원발의를 통해 만장일치로 통과된 SSM관련 조례안이 재의결되려면 이날 29명의 시의원이 모두 참석한 관계로 20명의 찬성표가 나와야만 했다.

이날 부천시의회는 표결 방식과 관련, 김관수 의장이 의장 직권으로 ‘비밀투표’를 제안했으나 장완희 의원(한나라당)이 기립투표를 하자고 해 표결방식을 결정하기 위한 거수투표를 실시해 비밀투표로 결정해 표결에 부친 결과, 찬성 18명ㆍ반대 10명ㆍ무효 1명으로 결국 관련 조례안이 폐기되고 말았다.

상위법에 저촉된다는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19명의 의원 발의돼 만장일치로 통과됐던 SSM 관련 조례안은 발의에 서명한 ‘1명의 이탈표’까지 생기면서 한달여 만에 결국 폐기됐다.

SSM 규제 관련 조례안의 쟁점은 3년간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SSM 등록을 제한하는 범위를 어디까지 두느냐’ 였다.

지난해 11월에 통과된 정부의 ‘유통산업발전법’은 재래시장으로부터 500m 이내에 신규 입점하는 SSM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이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부천시의회에서 의원 발의로 통과된 조례안은 거리 제한을 두지 않고 부천시내에 신규 입점하는 모든 SSM에 대해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대규모 점포 개설시 30일 이전에 개설계획서를 시장에게 제출하고, 유통업 상생발전협의회와 별도로 등록심의위원회를 두어 등록심의 절차를 거치도록 해 SSM 신규 입점 조건을 보다 강화한 것이다.

부천시의회가 의원발의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SSM 규제 관련 조례안인 ‘부천시 전통상업보존구역 지정 및 대규모ㆍ준대규모 점포의 등록제한 등에 관한 조례안’을 폐기함에 따라 직전 임시회에서 시집행부가 상정했던 정부 표준안 조례를 오는 3월8일 열리는 제169회 임시회에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 주목된다.

부천시의 SSM 규제 규제 관련 조례안은 원점에서 재검토가 불가피하게 됐으며, 제167회 임시회처럼 시는 표준조례안을 상정하고, 시의회는 의원 입법으로 조례 제정을 추진하는 모양새는 갖추기 힘들 것으로 보여 상호 협의를 통해 상위법령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례안을 마련, 제정하는 방안이 모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SSM 규제 관련 조례안이 제정이 안될 경우에는 부천시 전통상업보존구역인 21개 전통시장 내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입점에 따른 중소 상인들의 보호망은 사실상 없어져 무장 해제 상태가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