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출연기관인 (재)부천문화재단의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부천시의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와 행정복지위에서 “방만한 경영에 따른 예산 과다 편성”과 “문어발식 민간위탁사업” 등의 이유를 내세워 10~20%의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벼르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부천문화재단측은 “10% 정도의 예산을 삭감할 경우 부천지역 여성 및 청소년 정책과 사업이 실종될 수 밖에 없다”며 편성된 예산의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부천문화재단은 내년도 예산으로 총 103억4천799만원을 편성했다. 여기에는 재단사무국(56억6천987만원), 판타스틱 스튜디오(10억4천329만원), 4개 박물관(7억8천491만원), 여성회관(7억33만원), 청소년수련관(6억1천833만원), 부천여성청소년센터(5억9천898만원), 건강가정지원센터(2억6천768만원), 산울림청소년수련관(6억6천889만원) 등의 예산이 포함된 것이다.

이 가운데 이들 8개 기관을 유지 관리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소요될 수 밖에 없는 경상적 경비는 인건비 32억5천723만원, 관리비 17억715만원, 공간유지비 26억9천33만원 등을 모두 합쳐 76억6천371만원이다.

이같은 비용은 구조조정 등 운영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누가 맡든지 간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예산이다.

결국, 부천문화재단이 관리 운영하는 8개 기관에서 실제 쓰여지는 사업비는 20억1천621만원에 불과하다.

그럼, 실제 부천시에서 내년도에 부천문화재단에 지원하는 출연금과 7개 위탁기관에 지원하는 민간위탁금은 얼마일까.

시는 부천문화재단의 재단사무국에 4억5천339만원의 출연금을 비롯해 판타스틱 스튜디오에 4천354만원, 4개 박물관에 9천283만원, 여성회관에 1억3천946만원, 청소년수련관에 3천178만원, 부천여성청소년센터에 6천588만원, 건강가정지원센터에 1억781만원(전액 국도비), 산울림청소년수련관에 1천604만원 등 9억5천76만원에 불과하다.

내년도 사업비 20억1천621만원 가운데 부천문화재단 8개 기관의 사업비 9억5천76만원을 지원하는 셈이다. 나머지 10억6천544만원은 문화재단에서 벌어들이는 자체 수입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부천문화재단에서 부천시의회에 올린 내년도 전체 예산안에 대해 10~20%의 예산을 삭감할 경우, 부천문화재단에서는 아예 사업을 하지 말고 8개 기관의 시설 유지 관리만 하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라는 것이나 다를 바 없게 되는 셈이다.

인건비와 관리비, 공간유지비는 기본적으로 소요되는 경상비용이기 때문에 문하재단 예산을 삭감하게 될 경우 사업비만 삭감할 수 빆에 없는 결과가 초래돼 사업을 중단하거나, 문화재단이 부천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더 많은 자체 수입을 올릴 수 밖에 없게 되는 셈이다.

박두례 상임이사가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와 행정복지위의 예산안 심사에서 “부천문화재단에서 올린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삭감해서는 안된다”고 강변한 것도 시에서 부천문화재단에 지원하는 예산(재단 출연금 및 민간위탁금) 가운데 순수 사업비는 9억5천76만원에 불과하다는 이유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천시의회 기획재정위와 행정복지위가 시의 출연기관인 부천문화재단의 방만한 경영과 문어발식 민간위탁사업을 추진한다며 문제를 삼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다는 것은 오히려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더 잘 꿰뚫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판타스틱 스튜디오를 문화재단에서 관리 운영을 맡도록 민간 위탁을 승인한 것도 피치못할 사정(운영주체인 티브이앤투데이의 임대료 체납)이 있었고, 향후 다른 위탁기관에 맡기도록 한다는 전제를 둔 사실은 재선급 이상 시의원들은 소상히 알고 있다.

인건비 문제는 문화재단 뿐만 아니라 현재 출연금과 민원 위탁금이 지원되는 시 산하 출연기관과 복지시설 등지에서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로 매년 행정사무감사 때도 단골 메뉴로 지적되고 개선을 요구해온 사안이다. 공공시설의 운영 및 유지, 관리릉 위해 필요한 인력과 그에 따른 인건비, 유지관리 등은 운영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한 부담할 수 밖에 없는 경상적 예산이라는 점에서 개선이 쉽지 않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부천지역 여성 및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사업 전개 및 보다 질높은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본래의 제기능을 찾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는 여성회관과 청소년수련관 등 2개 민간위탁사업을 문화재단이 떠안을 수 밖에 없게된 현실적인 문제 등은 고려돼야만 할 것이다.

복사골문화센터라는 한 지붕에 모여 있던 3가족(문화재단, 여성회관, 청소년수련관)이 독립된 기능과 역할을 되찾기 위해 이제 막 분가(分家)를 하려고 하는 시점이다.

여성회관과 청소년수련관이 정상적 궤도에 오를 경우 부천문화재단이 계속해서 민간위탁으로 운영하느냐 문제는 차후에 논의해도 늦지 않다.

따라서 부천문화재단에서 편성안 예산이라는 이유로 뭉뚱그려 예산 삭감에만 초점을 맞출 경우 본의아니게 부천시의회가 부천지역 여성 및 청소년 정책 및 사업을 퇴보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하물며 부천시와 도시 경쟁력 측면에서 해당지역 주민들을 위해 보다 질높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앞다투어 나서고 있는 인근 지자체의 부천문화재단과 비슷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기관들의 내년도 예산에 편성한 순수 사업비를 비교해도 부천문화재단이 과다 예산을 편성했다고는 볼 수 없다.

실제, 내년도 사업비만을 기준으로 성남문화재단(재단) 80억원, 고양 문화재단(재단 운영) 35억원, 안산 문화의전당(직영) 21억원, 의정부 예술의전당(시설관리공단 운영) 15억원, 안양문화예술회관(시설관리공단 운영) 12억원 등에 달하고 있다.

여기에다 군포시 문화예술회관(직영) 6억원, 포천 반월아트홀(직영) 5억8천만원, 과천시민회관(시설관리공단 운영)은 5억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직영) 2억5천만원, 양주문화예술회관(직영) 2억원, 평택시 남부문예회관(직영) 7천만원 등 1개 회관만 운영하는 사업비다.

이같은 비교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부천시의회가 부천문화재단의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하면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오히려 문화재단 설립 본래의 기능과 역할 중에 가장 대표적인 매년 시기별, 주제별, 대상별로 파트를 나눠 선보이는 공연프로그램에 대한 시민 참여도와 성과 등을 근거로 사업비 예산을 조정, 검토하여 부천시민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얼마만큼 충족시켜 주느냐, 지역내 다양한 문화예술단체들과의 커뮤니티 형성 등을 통한 문화마인드 및 경쟁력 제고에 얼마만큼 기여하고 있는냐에 대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옳다고 보여진다.

부천문화재단의 경우, 재단사무국을 비롯해 8개 기관에 시가 지원하는 순수 사업비 9억5천여만원이 너무 많기 때문에 삭감 예산을 검토하는 것이라면, 86만 부천시민을 위한 문화욕구 총족과 여성 및 청소년을 배려하는데 부천시의회가 너무 인색하다는 비판 여론을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