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과 민주당이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 공천에 일반 유권자를 참여시키는 공천배심원제를 도입키로 하는 등 당내 공천제도 개선에 착수해 그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나라당 당헌ㆍ당규 개정 특별위원회(위원장 황우여 의원)는 지난 5일 국회의원 선거(총선)와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에 ‘국민공천 배심원단’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했다.

당 공천심사위원회가 경선 등 상향식 공천이 아닌 전략 공천 등의 방법으로 단수 후보를 확정했을 경우 후보의 적격 여부를 30명 안팎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이 심사토록 하고, 비례대표 후보자들은 예외없이 배심원단의 심의를 거치도록 한다는 게 골자다.

국민배심원단의 3분의 2가 부적격이라 판단할 경우에는 후보자에서 제외시키라고 최고위원회에 제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는 6.2 지방선거에서 시ㆍ도당이 결정한 공천 후보자를 비토할 수 있는 권한을 배심원단에 부여한다는 것으로 도입 과정에 적지않은 진통이 예고된다.

광역 및 기초의원 등 지방의원 선거에서도 당원협의회 별로 경선이나 후보자추천위- 운영위 심사 등 상향식으로 후보자를 선출하도록 하고, 지역구 공심위에 들어간 위원은 비례대표 후보로 선출될 수 없도록 하고, 비례대표 후보도 공심위가 아닌 별도의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원회’를 두어 심사를 까다롭게 한다는 방침이다.

특위는 상향식 공천을 경선을 통해 제도화하자는 취지에 따라 국회 정치개혁특위에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 도입을 건의키로 했으며, 다만 이 경우 상대 당의 약한 후보를 지지하는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날 경선을 치르도록 해야 하는 관계로, 여야간 합의를 거쳐 법 개정을 해야 할 뿐만 아니라 현역에 유리하다는 회의적인 반응이 적지 않아 도입 여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명직 최고위원 3명 중 1명은 반드시 여성을 임명하도록 했다.

◆민주당 통합과 혁신위원회(위원장 김원기 전 국회의장)는 ‘시민공천 배심원’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시민, 사회단체 전문가 및 지역 시민 등에서 1천명 내외의 배심원 ‘풀(POOL)’단을 구성한 뒤 이 가운데 200명 안팎을 무작위로 뽑아 당 공천심사위가 추천한 복수의 후보 중 1명을 지방선거 후보로 최종 결정하는 방식이다.

당선 가능성이 큰 곳 가운데 일정 규모 이상의 인구를 가진 기초자치단체장 선거(전국 50∼60곳 정도)를 위주로 배심원제를 적용할 계획이지만 광역시 적용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공천배심원제는 일체의 정당적 기득권을 허물고 정치 신인과 시민사회 등의 정치적 진출을 공정하게 보장하는 틀이라는 게 민주당 통합과 통합과 혁신위의 주된 취지다.

민주당은 이달 말까지 최고위와 당무위, 중앙위 의결을 거쳐 당헌-당규를 개정한 뒤 내달 중순께 1차로 배심원제를 적용할 기초자치단체 등을 발표한다는 방침이지만, 당무위원인 일부 시-도당 위원장들이 공천 과정에서 기존 당원의 참여가 배제된다는 이유 등으로 배심원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어 실제 당헌-당규 개정이 이뤄지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여성-청년-장애인 배려와 다른 야당과의 선거연대 차원에서 지방의원의 15% 이내에서 지방의회의 의원 후보를 중앙당에서 전략 공천할 수 있도록 관련 당헌-당규를 개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