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동안 ‘파행’으로 치닫던 부천시의회 제173회 임시회가 정상화돼 시집행부가 상정한 제2회 부천시 추경예산안 등 주요 안건 심사를 마치고 일사천리로 끝마치고 5일 제2차 본회의를 끝으로 폐회한다.

숨가빴던 제173회 임시회의 파행에서부터 정상화까지의 일정을 정리해 보았다.

부천시의회(의장 김관수)는 당초 지난 8월24일 제173회 임시회를 개회하려 했으나, 민주당측에서 발의한 상임위원 및 특별위원회 위원을 정당별 의석수에 따라 선임토록 하는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첨예한 대립으로 임시회 개회조차 하지 못한 채 의사일정을 하루 변경하는 등 ‘파행’을 거듭하는 진통을 겪었다.

한나라당 소속 12명의 시의원들은 ‘교섭단체 개정조례안’의 본회의 상정 저지를 위해 8월25일부터 본회의장을 밤샘 점거했고, 이에 맞서 민주당 소속 김관수 의장은 ‘의장 직권’으로 임시회 개회를 미룬 채 8월26일부터 민주당과 진보개혁연대(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소속 시의원 14명(의장 제외)만 참여한 채 상임위원회를 개회해 안건 심사를 강행토록 했다.

한나라당 시의원들은 주말과 휴일(8월27일과 28일)에도 본회의장 밤샘 점거를 계속한 가운데, 임시회 파행 4일째인 8월29일 ‘선(先) 한나라당 교섭단체 등록, 후(後) 3당 교섭단체 대표간 합의로 교섭단체 개정조례안의 이번 회기 상정 철회’ 안이 제시되면서 파행을 거듭하던 임시회의 정상화에 청신호를 켰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은 8월29일 오전에 서강진 행정복지위원장을 대표하고 당현증 의원을 간사로 하는 교섭단체 등록을 마쳤으나, 민주당에서 제2회 추경예산안을 다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을 ‘4:4:1(민주당:한나라당:진보개혁연대)’로 하자는 추가 제안을 해오면서 최종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결국, 이날 오후 9시 김관수 의장은 서강진 한나라당 대표에게 본회의장 밤샘 점거에 대해 8월30일 오전 10시까지 ‘본회의장 강제 퇴거 명령’이란 최후 통첩을 보낸데 이어, 오후 9시30분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있던 한나라당 의원들에게도 이같은 사실을 문자메세지로 통보됐다.

한나라당 12명의 시의원들은 8월30일 오전 본회의장 점거와 관련 ‘부천시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그간 역대 부천시의회는 부천시 살림을 심의하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오랜 관례와 원칙에 의해 상임위원회별로 정파와 무관하게 윤번제에 의거 3명씩 총 9명으로 구성 운영해 왔다”며 “제173회 임시회에 민주당 의원들이 상정한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운영 개정 조례안’은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교섭단체 대표가 추천하는 인원으로 구성하자는 것으로, 연합된 다수당을 이용해 타협과 협의를 무시하며 일방적 독주와 횡포를 합법화하고 독소 조항을 명문화하려는 오만불손한 의도를 묵과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담은 성명서를 발표하며 ‘본회의장 강제 퇴거 명령’을 비판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시가 지났지만 역대 부천시의회 초유의 동료 의원들에 대한 ‘본회의장 강제 퇴거 명령’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은 가운데, 이날 오후 3시 진보개혁연대 대표 김은화 시의원(민주노동당)이 제시한 ‘이번 회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구성은 종전처럼 소속 정당과 무관하게 각 상임위 소속 의원 3명이 윤번제로 참여토록 하는 관례를 적용하고, 내년에 3당이 다시 합의하자’는 중재안에 대해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받아들이면서 파행을 거듭하던 제173회 임시회가 닷새만에 정상화됐다.

이로써 내년도 부천시 본예산을 종합심사하게 될 예산결산특위는 지금까지 해왔던대로 3개 상임위별로 정당 구분없이 윤번제에 의해 기획재정위에서는 당현증ㆍ원정은(한나라당), 이진연(민주당), 행정복지위에서는 경명순ㆍ원종태(한나라당), 김은화(민주노동당), 건설교통위에서는 김영숙ㆍ김동희(민주당), 김현중(한나라당) 등 9명(한나라당 5명, 민주당 3명, 진보개혁연대 1명)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부천시의회는 이에 따라 8월30일 오후 5시 미뤄졌던 제1차 본회의가 개회돼 시집행부를 상대로 시정질문에 이어 각 상임위별 제2회 추경예산안 심사가 이뤄졌고, 8월31일 안건 심사, 9월1일 조례안 심사, 2일 예결특위의 제2회 추경예산안 종합심사를 마치고 5일 제2차 본회의를 열고 이번 회기에 상정된 각종 안건을 처리하고 폐회할 예정이다.

‘부천시의회 교섭단체 및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 처리를 놓고 여야간 첨예한 대립과 갈등으로 파행을 거듭하던 제173회 임시회는 우여곡절 끝에 ‘파국’은 면했으나 앞으로 3당 교섭단체 대표간 ‘교섭단체 개정조례안’의 처리 방향을 놓고 더욱 치열한 신경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석 중인 2명의 시의원을 선출하는 오는 10월26일 실시되는 재ㆍ보궐선거 결과가 이번 제173회 임시회의 파행이 또 또다시 재현될 지 여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6.2 지방선거를 통해 구성된 제6대 부천시의회는 정원 29명 가운데 민주당이 14명, 한나라당이 12명, 민주노동당 2명과 국민참여당 1명이 참여하는 진보개혁연대로 출범해 과반수(15석) 의석을 차지한 정당이 없지만 야권 연대의 굳건한 공조틀 속에서 민주당과 진보개혁연대가 17석으로 다수당으로 시의회를 이끌어 왔다.

하지만, 민주당에서 2명이 선거법위반과 유고로 인해 2명이 공석중이어서 10.26 재보선 결과에 따라 의석 분포도에 있어서 미묘한 변화가 예고되는 관계로, 이번에 문제가 됐던 ‘교섭단체 개정조례안’에 대해 3당 합의로 ‘없었던 일’로 하지 않는 한 제2의 임시회 파행 정국은 언제든지 재현될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추석 연휴가 지나기 무섭게 부천지역 정가는 시의원 2명을 뽑는 부천시 마선거구와 차선거구의 10.26 재보선에 총력전을 펼 것으로 보여 선거 열기가 조기에 불을 뿜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