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실시되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박원순(55) 범야권 단일 후보가 후보등록 마감일인 7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회에 무소속으로 후보 등록을 마쳤다. 서재경 희망제작소 상임고문이 박 후보를 대리에 후보 등록을 했다.

박원순 후보는 이날 선관위에 배우자의 재산을 포함해 마이너스(-) -3억7천278만원의 재산을 신고했고, 최근 5년간 세금 납부액은 1억1천850만4천원을 신고했다. 체납액은 본인은 없었지만 부인의 회사에서 3년간 1천227만7천원의 체납이 발생했으나 현재는 모두 해소된 상태다.

박원순 후보는 20년 가까이 시민단체에서 활동해 온 한국 시민운동 역사의 산 증인이다. 1956년 경남 창녕에서 7남매 중 여섯째 아들로 태어나 중학교 졸업 후 상경해 경기고를 졸업하고 75년 서울대 사회계열에 입학했으나, 입학한 지 3개월 만인 75년 5월 고(故) 김상진 열사의 추모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투옥돼 4개월간 옥살이를 하고 학교에서도 제적됐다.

출소 이후에는 복교가 되지 않아 단국대 사학과에 입학, 독학으로 사법고시를 준비해 1980년 사시 22회에 합격해 대구지방검찰청 검사로 발령을 받았지만 1년만에 사형 집행 참관과 사람을 잡아놓은 일이 싫다는 이유로 검찰을 떠났다.

박 후보는 1983년 변호사 개업을 한 뒤 1986년 고(故) 조영래 변호사와 함께 ‘부천경찰서 권인숙 성고문사건’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이후 박종철 고문치사사건, 구로동맹 파업사건, 보도지침사건, 한국민중사사건, 미문화원 방화사건 등 굵직굵직한 시국사건의 변론을 맡으며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했다.

1988년 진보적 성향의 법조인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창립 멤버로 활동하다가 1991년 8월 영국행을 택해 1년을 보내고, 미국에서 1년을 보낸 뒤 돌아와 1994년 참여연대를 설립, 시민운동가로 첫발을 내딛었다.

참여연대는 기존의 진보진영과는 다른 방식으로 정치권, 재벌, 공공기관 등의 개혁을 주도했다. 사법개혁운동, 소액주주권리찾기, 국회의원 낙선·낙천 운동, 국가보안법 폐지 운동 등 ‘저항’이 아닌 ‘합법적’ 방식으로 주류사회에 맞섰고, ‘1인 시위’라는 독특한 시위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는 참여연대 사무처장으로 일하면서 조직운영을 정상궤도에 올려 놓았고, 이후 2002년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 주겠다”며 참여연대 활동을 중단하고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설립을 통해 기부와 나눔 운동을 시작했고, 2006년에는 ‘희망제작소’를 개소하면서 시민 참여에 의한 지역발전 운동에 주력했다. 그는 2009년까지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 총괄상임이사를 지냈다.

박원순 후보는 2006년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받았으며 ‘세상을 밝게 한 100인’, ‘희망 이웃돕기 유공자 포상식 국민포장’ 등을 수상했고, 저서로는 ‘역사를 바로 세워야 민족이 산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 나눔', ‘한국의 시민운동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등이 있다.

성공한 시민운동가로 이름이 알려진 이후에는 정치 입문 권유도 받기도 했다가, 마침내 지난달 초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시민사회에서 현실 정치권으로 활동 무대를 옮겼다.

박 후보는 5% 내외의 미약한 지지율로 시작했지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단일화를 이뤄내며 단숨에 유력 야권 주자로 부상했고, 지난 3일 범야권 단일후보 통합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하며 민주당,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시민사회를 대표하는 단일 후보로 확정됐다.

지방선거가 시작된 1995년 이후 서울시장 선거에서 무소속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된 사례는 없으며, 정치권 인사와 비정치권 출신 인사가 여야 1대 1 대결구도를 형성하게 된 것도 처음이다.

가족으로는 부인 강난 여사와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