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7회 정례회를 개회중인 부천시의회(의장 한윤석) 3개 상임위원회(기획재정위ㆍ행정복지위ㆍ건설교통위)가 내년도 부천시 예산안 1조1천439억원(일반회계 8천33억원ㆍ특별회계 3천406억원)에 대한 예비심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건설교통위(위원장 주수종)의 8일 교통정보센터의 예산안 심사에서는 ‘경인로 중앙 버스전용차로’ 추진에 따른 예산 100억원 가운데 국비 25억원ㆍ도비 22억5천만원를 제외한 시비 52억5천만원에 대한 삭감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부천시 교통정보센터에서 올린 이 예산은 왕복 6차선(편도 3차선)인 경인로의 인천시계(사단사거리)~ 서울시계(동신아파트 삼거리) 6.19km 구간에 대해 ‘중앙 버스전용차로’ 공사를 추진해 버스의 수송 효율성 및 정시성을 확보해 시민들에게 질높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교통정보센터는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용역비 3억7천만원을 들여㈜신성엔지니어링에 ‘버스 전용차로 기본계획 및 기본실시설계’ 용역을 의뢰해 지난 3월18일 최종 보고회를 통해 타당성이 있다는 결론을 얻어내고 관련예산을 확보해 내년 7월 공사에 착공해 2011년 4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공사 착공에 앞서 내년 3월까지 관계부서 및 기관 협의를 거쳐 주민설명회를 개최하고, 4~6월 발주계획 수립 및 공사계약를 체결한다는 것이다.

‘중앙 버스전용차로’는 급행버스시스템(BRT)의 하나로 지난 2004년 서울시를 시작으로 부산과 광주시 등에서 시행하고 있으며, 불법 주정차 등으로 운행에 지장을 받는 가로변 전용차로보다 운행 속도가 한층 빨라지고 정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예산안을 심의한 시의회 건설교통위에서는 투자 대비 효과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며 탐탁치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노설ㆍ김문호 시의원 등은 가장 주된 이유로 경인로 부천구간(6.19km)만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시행할 경우 서울구간 및 인천구간에서는 연계가 되지 않는 단절현상으로 인해 오히려 병목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여기에다 왕복 6차선(편도 3차선)인 경인로의 도로 여건상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적용하기에는 너무 비좁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내년도 예산에 시비 52억5천만원을 세워주기가 곤란하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결국 교통정보센터에서 3억7천만원을 들여 실시한 용역은 서울시계와 인천시계에서도 ‘중앙 버스전용차로’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사장될 가능성이 높아졌고, 추진 과정도 경인로 인근 상가 상인들 및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수렴을 거친 뒤 용역 발주 여부를 신중히 검토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같은 선(先) 용역 추진, 후(後) 사업 추진에 따른 문제점은 비단 교통정보센터 뿐만 아니라 타 부서 등지에서도 비일비재하다시피한 실정이다. 시의회에서도 각종 사업추진을 위한 계획이 보고되면 타당성 검토를 위한 용역 실시를 부추기는 경우가 많은 관계로, 막대한 용역비(혈세)를 들여 언제나 그렇듯 사업 추진을 위한 타당성이 있는 쪽으로 결론이 나올 수밖에 없는 용역 결과물이 ‘안되면 말고’ 식으로 사장되는 우(愚)를 범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크고 작은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타당성 용역은 예산 편성을 위해 필요한 절차 가운데 하나임에는 틀림없지만, 가장 기초적인 주민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용역 추진 여부에 대한 신중한 판단을 내리는 것도 용역 결과물이 사장되지 않고 혈세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보이지 않는 행정 기법이라는 점을 시와 시의회 모두가 염두해 두었으면 한다.

부천시에서 추진하는 각종 사업이 부천시민을 위한 것이라는 점에서 가장 전제돼야 할 질문은 “시민(주민)에게 물어보았느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