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300세대 이상의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승인하면서 교육청과 협의사항인 고등학교 부지 확보 조건과 관련해 여월정수장 부지를 '임의 지정'해 3곳 2천130세대의 공동주택건설 사업승인을 내준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학교용지확보에 관한 특례법’에는 300세대 이상 주택건설사업의 경우 교육청과 학교부지에 대한 협의를 벌이도록 하고 있다. 이는 학교부지를 확보하지 않고 대규모 아파트 건축이 추진될 경우 과밀학급 우려 등 교육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따르면 원미구 역곡2동 서경아파트 재건축 5개동 432세대와 삼신.진흥아파트 재건축 10개동 697세대, 그리고 중동역 대우 푸르지오아파트 12개동 1천1세대 등 3곳 2천130세대의 공동주택건설 사업에 대해 고등학교 부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여월정수장 부지를 고교 부지로 임의 지정해 사업승인을 내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들 3곳 주택건설사업은 사실상 고교 부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승인을 받고 아파트 신축공사가 진행중에 있다.

이와 관련 시는 지난해 6월 서경, 삼신․진흥아파트 재건축사업과 대우 푸르지오아파트 건축사업 승인을 내주기 직전 고교 부지와 관련, “경기도교육청과 협의에서 광역도시계획으로 확정되면 학교부지를 조정키로 결정한데 이어 도의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통해 여월정수장 부지를 고교 부지로 도시계획 결정을 하기로 하고 사업승인을 내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규모 재건축사업을 추진하면서 학교 부지 확보를 둘러싸고 부천교육청과 상당한 신경전을 벌였거나 벌일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약대주공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등 다른 공동주택 건설사업을 추진하는 곳에서 학교부지 확보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소지마저 남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교 부지로 확정되지 않은 여월정수장 부지를 고교 부지로 임의 지정한 것에 대해 초등학교 및 중학교 부지 확보와 관련,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선(先) 학교 부지 확보, 후(後) 사업승인’의 입장을 고수하는 있는 부천교육청의 입장에서는 상급기관인 도교육청에서 ‘학교 부지 임의 지정’을 통해 사업 승인을 내준 것은 학교 부지 확보로 인해 사업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다른 재건축 조합에서 형평성 시비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여월정수장 부지에 고교 부지 임의 지정을 통해 사업승인을 받은 이들 3곳의 주택건설사업은 2005년 9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어 여월정수장 부지에 고교 부지 사용여부를 둘러싸고 아직까지 구체적인 추진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학교 부지 확보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재 오정구 여월동 98의 5일대 5만6천887㎡(1만7천210평) 규모의 자연녹지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내 들어선 도시계획시설(수도시설)인 여월정수장 부지를 학교 부지로 활용하자는 의견은 지난 2001년 11월부터 정수장 운영이 중지됐다가 지난해 7월 환경부가 정수장 폐지 결정을 내리면서 제시됐다.

원혜영 부천시장이 재임할 당시 여월정수장 부지를 경기예술고처럼 경기도교육청에 무상으로 제공하고 시설비를 받아 특목고를 유치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환경부에서 국.도비 지원을 받아 건립한 상수도시설을 학교부지로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혀 흐지부지 됐다가 지난 6월 홍건표 시장 주재로 열린 지역구 국회의원 초청 시정보고회에서 원 의원이 여월정수장 부지에는 일반고교를 설립하고, 여월택지개발지구 내에는 특목고 설립를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원 의원이 당초 여월정수장 부지에 유치하려던 특목고를 여월택지지구 내에 설립 추진을 주문한 것은 특목고를 그린벨트 내 유치시 그린벨트 관련법상 해당지역 학생만 입학하는 제한을 받게 돼 그린벨트가 해제된 여월택지지구내에 특목고를 유치할 경우에는 부천 전역 학생들이 입학할 수 있는데 따른 것이다.

즉, 여월택지지구 내에는 고등학교 2곳이 들어설 예정이어서 1곳의 학교부지에 특목고를 유치하고, 여월정수장 부지에 유치하려 했던 특목고를 일반고교로 맞바꾸는 형식이다.

그러나 그린벨트 내에 일반고교 2개가 들어서는데 따른 문제점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시는 여월정수장 부지의 도시관리계획을 위한 용역을 지난 4월 발주해 지난 9월 시의회 용역보고안에 따르면 총면적 5만6천887㎡ 규모의 여월정수장 부지 내에 특목고(2만4천500㎡), 일반고(1만4천㎡), 도서관(1만2천801㎡), 수도시설(2천237㎡), 도시계획도로(폭 10m, 3천349㎡) 등이 들어서는 것을 제시했다.

이에 시의회에서는 중학교 부족문제, 특목고 유치의 법적문제 및 일반고교와 동일 부지에 입지시 위화감 조성문제, 여월택지개발사업과의 상관성 등의 검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관련부서 및 대한주택공사, 경기도교육청 등과 업무협의 및 절차이행을 위한 공기 부족으로 지난 10월부터 과업이 중지된 상태다.

시는 현재 협의 결과에 따른 용역 최종안을 작성한 뒤 시의회에 보고하고 주민의견 청취를 위한 관련 부서 협의 및 공람공고, 부천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도시계획시설 결정변경 및 지형 도면 승인고시 등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