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통합민주당 윤병국 시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부천시의회 후반기 원구성을 앞두고 민주당 몫인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1석 가운데 부의장 경선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당일 즉석에서 본인 스스로 결정했으며, 결심에서 출마까지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털어 놓았다.

윤병국 시의원은 23일 오전 “나는 왜 부의장이 되려고 했는가”라는 제목의 공개한 ‘의정일기’를 통해 “거의 부의장실 열쇠를 잡았다가 아깝게 놓치고 말았다”면서 출마 배경 등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윤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부터 기초의원 정당공천제가 도입되면서 정당간 협의를 통해 원구성을 하는 것이 당연시 됐고, 그래서 전반기 원구성 때 시의회 의장은 한나라당이, 부의장은 민주당이 차지하고, 4석의 상임위원장 중 3석은 한나라당이, 1석은 민주당이 차지했다”며 “후반기에도 이 구도를 유지하리라 전망되며, 현재 의회는 한나라당이 18석, 민주당이 12석이어서 이런 구도면 서로 불만없이 무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구도를 미리 알고 있으니 한나라당은 의장 후보경선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고, 민주당은 부의장과 1석의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미묘한 흐름이 생겨 있었다”며 “선출 횟수를 존중하여 두 명의 재선의원들이 1석씩 나눠갖는 것이 무난해 보였지만, 초선의원이라고 못할 이유가 있냐는 기류가 형성됐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한달 동안 아무런 협의도 없고 조정도 없어서 자칫하다가는 같은당 의원들끼리 불편한 관계가 조성될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들었다”며 “그런 순간에 지난 20일 의원총회가 열렸고, 회의하러 갈 때까지는 그날 부의장 후보를 정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으나, 회의를 하다보니 그날 후보를 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후보를 따로따로 선출하기로 하고 누구나 출마할 수 있도록 해서 부의장 후보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그는 “그날까지 부의장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해 본 일이 없었고, 거론되고 있던 재선의원이 합의에 의해 추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는데, 자유롭게 출마할 수 있다는 기준이 거론되기 시작하면서 ‘나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라며 “결심부터 출마까지 채 30분이 안됐고, 부의장 후보 추천을 받을 때 재선의 한선재 의원이 추천되고 이어 ‘저도 해보겠다’고 말했다”고 부연했다.

윤병국 시의원은 “결국 6대6 동률이 나와서 나이가 많은 한선재 의원님이 부의장 후보가 됐지만, 하마터면 자신이 부의장이 될 뻔 했다”며 “한선재 의원은 평소 존경해왔을 뿐더러 여당 의원들에게도 두루 신망을 받는 분이어서 자신이 (부의장 후보가) 안된데 대해 조금도 불만이 없지만, 부의장 후보로 나서기까지 30분 동안에는 망신이나 안당하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절반이 자신에게 표를 준 것을 보고는 스스로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후보자 정견발표 때 말한 내용은 △당대표가 있으니 부의장이 꼭 당의 간판일 필요는 없다. 그러므로 하극상은 아니다 △초선의원이 부의장이 된다면 권위를 찾기 보다는 실무형 부의장으로서 의회개혁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며 “혼자 나와서 추대되는 것보다 민주적 경쟁을 거치는 것이 한선재 의원께도 훨씬 명분 있고 당당한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는데, 뜻밖에 동률까지 가서 아슬아슬하게 떨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경선 후) 이틀 동안 정말 뜻하지 않게 자신이 부의장이 됐다면 어떤 개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며 “답답해보이던 의회사무국의 몇가지 시스템들은 부의장이라면 손쉽게 고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부의장실에도 전문위원을 두고 의회가 활발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도들을 연구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며, 연구된 제도는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후 결정하고, 의장과 상시 협의하고 여러 상임위원회의 안건 처리를 두루 살피며 대집행부 관계에서 의회 중심주의를 구축해 나가는 것도 부의장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부의장의 새로운 역할론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그는 “하여간 뒤늦게 꿈 한번 잘 꾸었다”면서 “부의장이 아니라서 조금 더 어렵기는 하겠지만 자신이 꾼 꿈을 실현시키려고 노력은 할 것이며, 순간적으로 결정한 자신의 의견에 동의해 주신 분들이 함께하면 가능하고, 나아가 당선된 한선재 의원이 자신이 꾼 꿈 이상을 실현시키실 분이기 때문에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후반기에도 직책없는 무관의 의원으로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 하겠다”고 했다.

한편 초선의 윤병국ㆍ강동구 시의원이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후보로 도전장을 낸 것과 관련, 민주당 소속 의원들간에도 이런저런 뒷말이 무성하다.

민주당의 경우 12석 가운데 4선의 유재구, 3선의 유중혁, 재선의 한선재ㆍ김관수 시의원 등 4명을 제외하곤 초선이 강동구ㆍ윤병국ㆍ신석철ㆍ김문호ㆍ변채옥ㆍ이환희ㆍ김영회ㆍ백종훈 등 8명이어서 초선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세를 형성하기 손쉬운 탓에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 도전장을 내 혼전이 벌어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제5대 부천시의회에서 18석으로 절대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인 민주당의 경우 소속 의원들간 똘똘 뭉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는 만큼, “당초 구도대로 부의장 및 상임위원장을 합의 추대하는 모습이 더 바람직했다”는 여론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다.

더구나 한나라당 의장선출을 위한 경선구도가 재선급 이상 의원들이 모두 뛰어드는 바람에 3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모두 초선 의원이 차지하는 상황이 전개되면서 “6대 시의회에서는 의정활동 경험이 전혀 없는 초선이 의장하고 상임위원장하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나올 것”이라는 이야기가 시의회 주변에서는 나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