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승리의 일등 공신이면서도 목소리는 잦아들 수 밖에 없는 입장이 됐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결국 이변은 없었지만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간의 '박빙의 승부'가 선거인단의 직접 투표에 의해서가 아닌 1명이 5표 가치가 적용된 여론조사 20%에서 판가름난 것으로 20일 경선투표와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그동안 이명박 대선후보 당선자에 줄을 섰던 전국 243곳 당협위원장 가운데 150곳의 당협위원장은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대의원 20%·당원 30%·일반국민 30% 등 총 선거인단 18만5천80명 중 70.8%인 중 13만1천84명이 투표에 참여해 유효표 13만893표(무효 191표)를 개표한 결과, 박근혜 전 대표가 432표차로 이명박 전 시장을 이김에 따라 그동안 경선과정에서 절반 훨씬 넘는 당협위원장을 확보한 이 전 시장측이 선거인단 투표에서도 무난한 승리를 거둘 것으로 '큰소리 뻥뻥 치며' 낙관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비록 표차가 432표이고 검찰의 도곡동 땅 수사결과 발표 등이 선거인단의 표심이 영향을 미쳤다고는 하지만, 당원 및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당협위원장들이 발벗고 나서 투표 참여 독려를 줄기차게 해온 점에서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시장이 패한 것은 당협위원장의 체면을 구기게 하며 향후 지역구 조직관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얼굴을 가진 선거인단에 의해 구겨진 상당수 이 전 시장을 지지한 당협위원장들의 체면을, 1명이 5표 가치가 적용된 여론조사 20%에 참여한 얼굴없는 일반 국민들(5천490 샘플)이 체면을 살린 셈이다.

실제로, 지역별로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의 득표 현황을 보면 서울에서는 이 전 시장이 1만6천190표를 획득, 1만1천113표를 얻은 박 전 대표를 5천77표차로 이기는 바람에 이 전 시장이 이번 경선에서 역전을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

경기도는 이 전 시장이 1만2천779표, 박 전 대표가 1만2천543표로 이 전시장이 겨우 236표차로 밖에 앞서지 못했다.

그밖에 지역에서도 이 전 시장이 박 전 대표를 이긴 곳은 광주(李 1천338표·朴 853표), 전남(李 2천692표·朴 1천852표), 전북(李2천1431표·朴 1천581표) 등 16개 시·도 중 5곳에 불과했다.

반면, 박 전 대표가 이긴 곳은 부산(朴 5천789표·李 5천273표), 인천(朴 3천135표·李 3천89표), 대구(朴 5천72표·李 2천305표), 경북(朴5천111표·李4천455표), 경남(朴 4천748표·李 4천498표), 강원(朴 2천436표·李 1천866표), 충북(朴2천343표·李1천823표), 충남(朴 3천179표·李 2천271표), 대전(朴 2천404표·李 1천272표), 울산(朴 5천789표·李 5천273표), 제주(朴 852표·李 707표) 등 11곳에 달했다.

한편 부천지역의 경우도 선거인단 수가 3천146명(실제 투표는 1천957명)인 부천시의 경우도 4개 지역구 당협위원장 모두 이 전 시장을 지지하며 일찌감치 보험(?)을 들어 내년 4월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는데 청신호를 켰으나, 전체적인 선거인단 투표에서 패함으로써 '바닥 민심'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더구나 이번 경선과정에서 4개 지역구마다 당원 및 대의원들간에 갈등의 틈새를 보인 것을 당협위원장들이 적절하게 봉합하지 못할 경우 향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원미을의 이사철 전 의원(당협위원장)을 비롯한 원미갑의 임해규 의원·소사구의 차명진 의원·오정구의 박종운 위원장의 경우는 지역구를 관리하는데 있어서 호(好), 불호(不好) 관계에 대한 선을 확연히 구분하는 스타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기에다 이 전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3인은 그동안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든든한 원군(援軍)이 없어진 점과 대선 과정 및 결과, 그리고 범여권의 대통합민주신당(약칭 민주신당)의 대선주자 선출 등 제대로 된 정치적 카운트파트너가 형성될 경우 '홀로 서기'를 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다 이들 3인이 40대 중반의 나이라는 점에서 향후 정치적 롱런가도를 달리기 위한 입지를 다져나갈 경우 향후 정치적 업그레이드를 내심 생각하고 있는 잠재적 후보들의 보이지 않는 견제심리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내홍(內訌)의 불씨가 언제든지 도사려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라 하겠다.

따라서 이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승부처가 선거인단의 직접투표가 아닌 1명이 5표 가치가 적용된 여론조사 20%에서 결정났다는 것은 이명박 전 시장을 지지해온 당협위원장들에게 지역구 관리에 대한 새로운 과제를 안겨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