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6월2일 실시되는 제5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기초지방선거(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면서 실현 가능성 여부에 촉각이 모아지고 있다.

국회 지방자치연구포럼(대표 민주당 이사종 의원)이 13일 국회에서 개최한 ‘기초선거 정당공천폐지를 위한 원로인사ㆍ국회의원 간담회’에서는 여야 정치권을 향해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여야 정치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지 못하는 이유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제기되고 있는 정당공천제 폐지 찬성론자들은 기초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은 공천을 받기 위해 지역구 국회의원과 원외위원장의 눈치를 보며 돈과 연줄에 의한 금권ㆍ연줄정치의 폐단이 사라지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유능한 인재들이 지역사회 일꾼으로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더많이 주어지고, 중앙정치의 입김에 예속된 지방정부의 풀뿌리 지방자치를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반면에, 정당공천제 폐지 반대론자들은 상대적으로 지역구 국회의원 및 원외위원장에 의존하는 경향이 줄어들게 되면 정당정치의 위축을 가져오고, 지역에 대한 적절한 감시ㆍ감독 가능이 소홀해지거나 사라져 책임정치의 실종 등 또다른 폐단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대세는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 폐지쪽에 있다. 시장ㆍ군수ㆍ구청장협의회와 기초의회의장협의회, 시민단체 등도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도 이같은 목소리를 언제까지 외면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국회 지방자치연구포럼 간담회에 참석했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는 “정당정치의 발전을 위해 기초단체장 공천은 폐지하되, 기초의원 공천은 유지하자”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원혜영 국회의원(부천 오정구)는 지난 6일 칼럼을 통해 “기초지방선거의 정당 공천은 폐지돼야 한다”며 국회 정치개혁특위의 조속한 논의를 촉구했다.

원 의원은 “1일 사회원로 55명이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이 정당공천제로 중앙정치권에 종속되는 바람에 지역경제와 민생문제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공천을 둘러싼 검은돈이 오가는 비리와 부패, 돈과 연줄에 좌우되는 금권ㆍ연줄정치의 종식을 위해’ 내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기초지방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촉구한 것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원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도 민주주의의 올바른 정착과 인물, 능력, 정책본위의 지방자치제 발전을 위해서는 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지방선거는 지역사회 현안과 비전을 중심으로 유능한 지역사회 일꾼을 뽑아 주민자치와 생활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것이지만, 정당공천으로 인해 지방자치가 뿌리채 흔들리고 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인물이나 자질, 정책과 공약 보다는 중앙당 간판을 보고 찍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가 성행하고, 무엇보다 공천을 둘러싼 비리와 부패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기초지방선거의 정당공천이 갖는 폐해들을 직시하면서도 이를 외면하는 것은 책임있는 공당의 자세가 아닌 만큼, 풀뿌리 민주주의가 비리와 부패, 중앙정치의 예속에서 벗어나 본연의 모습으로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가동해 심도있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풀뿌리 부천자치연대(준) 백선기 공동대표도 어제(13일) ‘사발통문((沙鉢通文)’이란 글을 통해 “ 정당공천제 폐지와 풀뿌리민주주의에 대한 거사를 제안한다”고 제언했다.

백 대표는 “지역에서 민관협력을 통한 시정참여와 시정감시 등의 시민운동을 하면서 이른바 당정협의회를 통한 정당중심의 정치논리가 중대한 지역현안에서 지방자치의 논리를 제압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며 “정책정당, 당원 중심의 상향식 정당이 착근하지 못한 조건속에서 정당 기호만 보고 찍는 이른바 ‘묻지마 투표’가 횡행하고 정책선거는 실종돼 이로 인한 부정부패와 지방의회의 견제기능 약화, 중앙정당의 지역정치(지방자치) 장악이 이루어지면서 풀뿌리민주주의의 질식과 유권자들의 불신은 그만큼 깊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부천지역에서도 지방자치와 내년 지방선거를 고민하는 뜻있는 여러 사람들과 시민단체들이 기초단위의 정당공천제 폐지운동(negative)에서부터 환경단체, 여성단체, 생활협동조합, 아파트자치회등 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새로운 지방자치,생활정치의 풀뿌리 씨앗들을 발굴하고 새로운 정치기획(positive)에 이르기까지 치열한 모색과 실천적인 성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인터넷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초자치단체장들이 주장하는 공천제 폐지에 동조하는 입장이며, 광역자치단체장 이외의 공천들을 없애자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나라당의 경우는 일부 개혁성향 의원들 사이에서 기초선거의 정당공천제의 폐지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여야 지도부와 국회 정치개혁특위에서 얼마만큼 적극성을 갖고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해 올 연말말까지 결실을 맺도록 노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현재 내년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에 출마를 위해 뛰고 있는 부천지역 인사들도 정당공천제 폐지가 가져올 유ㆍ불리에 따른 손익 계산에 분주한 가운데 “정당공천제를 폐지한다고 해도 소속 정당의 지원을 받기 위해 진골이니 성골이니 하는 문제로 선거과정에서 좀 시끄럽고 신경이 쓰이겠지만 공천을 받지 못하면 무소속 출마냐 불출마냐의 갈림길에서 고민할 수 밖에 없다”며 “정당공천제 폐지가 확정된다면야 경쟁은 치열하겠지만 홀가분하게 지역주민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더 열심히 뛸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들이 지배적이다.

이래저래 여름철이 지나고 찬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시즌부터는 내년 지방선거를 향한 예비 선량들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 역시 10월 재보선 결과에서 민심 향배를 가늠한 뒤 본격적인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