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명근 의장도 본회의장 밖에서 대기하던 이환희 의원에게 다가와 “공식 사과하시오”라고 요구하는 등 양당 의원들간에 옥신각신 입씨름이 오고갔다.

급기야는 유재구 의원이 “이환희 예결위원장이 보고한 것이 맞다”며 지원사격에 나섰고, 김혜성 의원이 “그렇지가 않다”고 맞서는 등 양당 의원들간 “누가 맞고, 틀리느냐”에 대한 공방이 오고 갔으며,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도를 갖고 예산안을 보고한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양당 합의안에 대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면서 ‘추경예산안 처리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흘러 나오기도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 안과 밖에서는 전혀 다른 행동을 보여주고 말았다.

정회시간에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양당 합의안이 열린우리당 협상안을 수용한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며 성토하는 분위기였으나, 본회의장에 들어서는 순간 입을 꾹 닫고 마는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밖에서는 성난 사자요, 안에서는 샌님’이라는 지적을 받기 충분했다.

정회 도중 이환희 예결위원장은 “어떤 의도도 없었다. 당초 예결위에서 심사한 예산안을 보고하면, 다른 의원이 양당이 합의한 수정 예산안에 대한 보고가 있을 것으로 알고 예결위서 심사한 예산안을 보고한 것일 뿐”라고 거듭 주장했다.

결국, 양당 의원들은 이환희 예결위원장이 “착오로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사과를 하는 문구를 넣어 양당이 합의한 대로 추경예산안에 대한 정정 보고를 하는 것으로 합의, 이날 오전 11시4분께 속개돼 5분만에 11건의 안건을 통과시키고 ‘반나절 임시회’는 별탈없이 폐회했다.
임시회가 폐회된 뒤 시집행부에서는 한때 장사시설 용역비 6억원 삭감에 실망하는 듯했으나, 시의회가 건교부 GB 승인후 예산 편성을 적극 검토, 긍정적인 방향으로 처리한다는 의견을 부기로 밝힌데다, 이번 임시회에서 오히려 소관 상임위에서 삭감됐거나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이 부활된 점 등을 감안해 큰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한편 제136회 임시회가 열리는 동안 부천시의회 앞에서는 본회의 방청신청이 제한된 가운데 화장터반대투쟁위원회 소속 주민 150여명이 추모공원 용역예산의 반영을 반대하며 항의 시위를 벌였으나, 임시회가 끝난 직후 별다른 불상사없이 자진 해산했다.

이날 관할 경찰서인 부천중부서는 시의회의 요청에 의해 3개 중대 병력이 시의회 정문 앞에 도열해 화장터 반투위 주민들의 청사 진입을 통제했다.

●… 지난해 5.31 지방선거에서 중선거구제로 선출돼 출범한 제5대 부천시의회가 당대당(黨對黨) 구도가 형성되면서 적신호(赤信號)가 켜지고 있다.

지난 18일 자동 산회된 제135회 임시회와 31일 반나절 일정으로 폐회한 제136회 임시회에서 보여준 부천시의회 모습은 소속 정당 의원들간의 힘겨루기와 같은당 소속 의원들간의 불신과 갈등, 그로 인한 대립관계가 스며들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시집행부가 추진하는 각종 정책 및 시책사업들이 원내 다수당이냐, 소소 의석이냐에 따라 ‘당론’에 의한 안건 및 예산안 처리가 전제되는 구도로 인해 지역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직결되는 사안을 다루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근간인 기초의회마저도 중앙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정쟁(政爭)의 장(場)’으로 변질돼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시집행부 역시 단체장이 속한 정당이 시의회 내에서 다수 의석이냐, 소수 의석이냐를 먼저 생각하고 기관 대 기관으로서 견제와 감시 기능 보다는 시정 협조가 우선이라는 시각이 팽배해 같은 정당 소속 의원들만 믿고 안건과 예산안 처리를 의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로 인해 단체장과 같은 정당에 속한 의원들과 다른 정당의 의원들간에 시집행부가 올린 안건과 예산안에 대하 찬·반 논리의 대립각을 형성, 정책 결정을 하는 시의회와 사업 및 예산을 집행하는 지방정부(시집행부)간의 불편한 관계가 형성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낳게 하고 있다.

이처럼 중앙정치권 구도로 전개되는 지방의회의 허약한 입지가 부천시의회의 내부 속앓이를 겪게 하는 동인(動因)으로 작용해 지난 18일 자동 산회된 제135회 임시회와 31일 반나절 일정의 제136회 임시회에서 ‘시의회 파행 운영’에서 보여줄 대목은 그런대로 다 보여주 셈이다.

전제 의석 30석 가운데 18석의 과반 의석을 넘어선 다수당인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집약된 ‘당론’마저 열린우리당과 협상과정에서 적전 분열 양상을 보였고, 결국엔 자당 의원들끼리 불신의 늪에 빠지는 등 허약한 모습을 보여 향후 의회 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내부 진통을 겪는 내홍(內訌)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아직은 이른 감이 있지만, 후반기 의장 후보가 지금의 18명 의원들 가운데는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의 이른바 ‘맨파워의 실종’을 말해주고 있다.

이에 반해, 11석으로 의석수에 열세에 놓인 열린우리당은 유일한 1석의 민주당과 12석이라는 탄탄한 내부 결속을 유지하며 일단 정해진 ‘당론’을 완강하게 고수하는 협상 전략을 이번 2차례 파행 임시회에서 유감없이 발휘해 향후 의회 운영에서도 호락호락하지 않는 견제 역할을 할 것임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