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말 따로, 행동 따로.’ 조례안 심의 과정에서는 문제점을 실컷 제기해놓고 정작 표결을 앞두고는 자신의 의견을 슬그머니 뭉개버리는 행태가 22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 조례안 심의과정에서 한나라당 소속의원들이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박종국·한나라당)는 이날 오전과 오후에 걸쳐 부천시교통정보센터를 사업소로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천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부천지역 거주 외국인에 대한 지원근거 마련을 위한 부천시 거주외국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 등에 대해 마라톤 심의 끝에 일부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원안 가결함에 따라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비판과 함께 시의회의 심의·견제기능이 상실돼 상임위 무용론마저 강력 제기되고 있다.

행정복지위는 이날 도시국 도시개발과를 뉴타운개발과로 명칭을 변경하고, 도시국 도시균형개발과를 신설하는 것이 포함된 부천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관련, 부천시 교통정보센터를 사업소로 신설하고 소관 사무를 교통기획·교통정보화 사업과 ITS(지능형교통체계)에 관한 사항, U-도시 인프라 구축 및 운영 등으로 규정하고 센터장을 5급 사무관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두고 논란을 벌인 끝에 당초 ‘보류’쪽으로 분위기가 기울었다가 심의과정에서 줄곧 문제점을 지적했던 의원들이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입장을 선회하고 말았다.

이로 인해 결국 ‘당대당(黨對黨) 표결’ 분위기로 급선회하면서 표결없이 원안가결했다.

관련 조례안의 찬성쪽에 선 한나라당 소속 의원들은 보류시 부천 구도심의 뉴타운개발에 차질을 빚는데다 국가 이양사무라는 점을 감안, 문제가 된 교통정보센터의 사업소 신설 및 U-도시 인프라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소관사무가 정보통신과와 혼선을 초래하는 등의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다수 의석을 의식한 나머지 표결하자는 입장으로 돌아서 버린 셈이다.

교통정보센터에 대한 심의 과정에서 U-도시(City) 인프라 구축 및 운영에 관한 소관사무에 대해 정보통신과 소관 사무라는 지적에 대해 시집행부는 교통관련 ‘U-교통’ 업무만 취급할 것이라는 입장도 관련 조례안이 통과되면서 묻혀버렸고, 임용된 지 1년이 채 안된 별정6급의 교통전문직(교통기획팀장)의 5급 사무관으로의 직급 상향 조정 및 공채과정에 대한 석연찮은 뒷맛 역시 ‘없던 일’로 돼버리고 말았다.

이날 행정복지위는 또 부천시 거주 외국인에 대한 지원근거를 마련해 지역사회 적응과 생활편익 향상 도모와 자립생활에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위한 부천시 거주외국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 역시 반쪽 조례안인 관계로 좀더 추이를 지켜보고 제정하자는 반대 의견을 끝내 외면하고 결국 원안 가결했다.

이 조례안에 대해 반대 의견을 개진한 의원들은 지원대상(제5조)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등에 따라 국내에서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거주외국인 및 외국인가정,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날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 국제결혼 이민자, 그밖에 한국어 등 한국문화와 생활에 익숙하지 아니한 자 등으로 규정한 단서조항이 타 지자체마다 다르고, 상위법도 마련돼 있지 않는데 경기도에서도 아직 검토중에 있는 등 개정 추이를 좀더 지켜보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행정복지위는 관련 조레안 중 ‘시장은 거주외국인 지원업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하여 다문화교류센터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는 문화교류센터의 설치·운영(제13조) 조항만 삭제한 채 원안 가결했다. 결국 부천시 거주외국인 지원에 관한 조례안은 알맹이만 쏙 빼놓은 채 조례안 제정을 발의한 시민단체와 시의원의 입장은 차단한 셈이 되고 말았다.

행정복지위가 이날 두 조례안을 원안 가결함에 따라 5급 1명이 늘어나는 대신 6급 1명이 줄고, 7급 2명·8급 1명·9급 2명이 각각 늘어나는 부천시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도 자동으로 원안 가결됐다.

행정복지위의 이날 조례안에 대한 마라톤 심의는 시집행부의 뜻을 올곧히 반영한 심의 결과로 결국 소속 의원 9명 중 한나라당 소속 의원 5명(박종국·김원재·김혜경·김혜성·오세완)이 대통합민주신당 3명(유중혁·김영회·윤병국)과 민주당 1명(김관수)의 반대 의견을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최종 결정단계에서는 정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발생하고 말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나라당 소속 의원조차도 “상임위 심의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을 줄곧 견지하다가도 최종 결정단계에서는 입장을 바꿔 버리는 말 따로 행동 따로 식 형태는 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라고 꼬집었다.

결국, 한나라당이 과반 의석(18석)을 차지하고 있는 이번 5대 부천시의회에 대해 ‘당대당(黨對黨) 표결’이란 카드를 들고 나올 경우 “되는 것도 없고 안되는 것도 없다”는 지적과 함께 부천시의회가 시집행부에 끌려가는 듯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의장단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편, ‘상임위 무용론’이란 곱지 않은 시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