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 의장실의 5.18 드라마
-대한노인회 부천시 오정구지회장 류영수

5월18일 광주 민주화 운동의 27주년이 되는 날 아침이다. 오늘은 의회에서 노인요양원 건립 관련 예산안과, 춘의동 추모공원 조성을 위한 관련 예산안 등 우리 노인들의 중요 관심사의 심의가 있는 날이었다.

부천시 3개구 노인회 지회장이 모처럼 참관을 하기로 하고 10시 개회를 앞둔 시간에 의회에 나왔다. 개회시간은 10시로 되어 있으나 교섭단체간 협의사항이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멘트가 있은 얼마후 의원들이 입장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한나라당 의원만이 입장하고 열린우리당 의원은 안보인다. 이어 오명근 의장이 입장하여 개회를 선언한 후 회의가 진행되려는데, 김모 의원의 의사진행 발언으로 1시간 예정의 정회가 선언된다.

그리하여 5.18 의장실 드라마 시나리오는 이 시간부터 그 막이 열리는데, 1시간 예정의 정회는 계속 연장되며 해괴한 드라마가 연출된다.

1. 의사진행 담당자의 수차례 설명은 의장이 의원들과의 협의가 계속 진행중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소문은 의장이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감금되어 있다는 것이다.

2. 드디어 저녁시간이 되었건만 의회가 속개될 기미는 없고 온갓 루머만 난무하는데, 가장 실감나는 소문은 '밤 12시의 임시의회 마감 시간'을 기다린다는 것이다. 드디어 의장실 정치드라마의 시나리오 하이라이트가 선명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3. 저녁 7시경부터 의안 반대시위대가 의장실 입구를 완전 점령하여 자리를 펴고 장기 임전태세를 갖춘다.

4. 저녁 10시 무렵 반대시위대는 의장실에 진입하여 의장실을 완전 점령한다. 이때 시의원들은 수수방관으로 일관한다.

5. 드디어 의사진행을 바라는 방청자들과 반대시위대와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숫적으로 절대 우세한 반대시위대는 의장실과 출입문 복도를 완전 점령했고, 일반 방청자(노인회 3개구지회장 포함)들이 의장과의 면담을 위해 의장실 진입을 시도하며 격돌이 벌어진다.

6. 그런데 이상한 일은 의회사무국 직원들이 방청자들의 의장 면담을 전면에서 저지하는 것이다. 기회 균등의 원칙에 따라 의장과의 면담 주선에 앞서야 할 그들이 왜 그랬을까?….

7. 참지 못한 방청자들은 힘으로 밀어보려 했지만 역시 역부족이다. 더구나 방청자측은 노약자, 그리고 연약한 여성단체 부녀자들이다. 힘으로 당해 낼 수는 없었으나 그래도 뚫어보려고 반대시위대의 철옹벽을 향해 돌진해 보지만 모두 헛일이다. 더구나 시위대에는 서울 구로구지역 젊은 장정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었다고 했다.

8. 수차례에 걸쳐 양측간에 전쟁을 방불케 하는 격돌이 계속된다. 그 와중에 방청객 여성 1명이 철제 문틀에 머리를 부딪쳐 아이 주먹만한 혹이 생기며 쓰러지기도 했다.

9. 드디어 밤 12시, 시나리오의 휘날레와 함께 시위대는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고, 방청자들은 통한의 눈물울 머금어야 했다.

10. 전쟁이 끝난 자리에는 오명근 의장이 측근 의원들과 함께 서서 한마디 말이 없다. 어찌 보면 의기양양한 자세이다. 참으로 뻔뻔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처참한 전쟁에 패배한 시민에게 시민을 대표하는 의회 의장이 위로의 말 한마디 없이 내려다보는 그의 자세에 환멸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11. 목격자들의 말을 들으면 오명근 의장은 쇼파에 앉아서 진입을 막는 시위대와 진입을 위해 돌진하는 방청자간의 처절한 육탄전을 히쭉히쭉 웃으며 바라보더라고 했다. 오명근 의장은 무었이 그렇게 즐거워서 웃고 있었을까요?….

12. 1차전이 끝난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의장실 옆 회의실에서 시위대와 방청객들이 합석을 하게 된다. 그때 시위대 한 젊은이가 내뱉는 말, “늙은이들이 아무것도 모르면서 일당 받아 가지고 떠든다” 참으로 한심스러운 일이다…. 순수한 우리 노인 단체지도자와 여성단체 지도자들이 이런 식으로 매도를 당하다니 이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5.18 의 교훈…. 이번 사태는 1. 오명근 의장의 의사 처리 의지가 없었음이 들어났다.

첫째, 오전에 있었든 정회 시도가 의도적이다.
둘째, 오전중에 회의 속개를 위해 의장석에 나올 수 있었는데도 기피했다. 셋째, 외부 인사의 압력(모 국회의원)으로 그나마 의지가 꺾였다.
넷째, 의지가 사라진 오 의장은 방청객측 면담을 외면했고, 시위대측 인사만을 입실시켰다.
다섯째, 양측간의 충돌로 불상사(부상자 등)가 일어날 가능성이 컸었는데도 경위권 발동 등 시민 보호를 위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
여섯째, 시민을 위한 안위와 봉사의지가 젼혀 보이지 않았다.

2. 장례문화는 시대의 변천에 따라 필연적으로 화장문화로 변화가 될 것이며, 이것은 노인만을 위한 복지사업이 아닌 사실상 전체 부천시민을 위한 복지사업이다.

3. 5월18일은 금요일이다. 오늘이 저물면 토요일, 일요일은 연휴다. 그런데 이날 부천시 행정은 거의 공백이 됐다. 시장, 각구청장, 시청국장, 과장, 관련 팀장 일반 직원 등 수십명의 공무원이 아침 9시부터 밤 12시까지, 시민 편의를 위한 봉사는 못하고 의회에서 시간 낭비를 했다. 물론 시의원들의 고충도 예외는 아니다.

4. 나는 그 와중에도 한가지 소득을 얻었다. 나도 그 처절한 격동 장에서 한동안 힘겨루기를 했다. 하지만 80 노인이 어찌 그 젊은이들을 당할 수 있으랴.

허둥지둥 하는데 반대편 시위대 중에서 젊은 아낙들이 어르신 다치면 안된다며 자기편 젊은이들을 타일러 끌어낸다. 그말을 듣든 젊은이들도 쉽게 물러선다.

얄미운 감정속에 애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서 그 북새통에도 우리 노인들은 모두 무사했다.
폐자의 신세로 의회의 정문을 나서는데 정문 앞에서 시위대 들이 패트병으로 땅을 치며 만세를 외치고 있다. 나는 그들에게 손을 흔들어 승리를 축하해주었다.

그때 아까 나를 도와 주든 그 젊은 여자분이 다가오더니 “어르신 안녕히 가십시오” 한다. 승부가 끝난 우리에는 적군도 우군도 없고, 오직 이웃이 있을 뿐임을 다시 한번 깨닫는 순간이다.

우리 모두 이제 남은 과제는 물리적 충돌이 아닌 타협과 화합의 지혜로 맺었으면 좋겠다. 다만 이번 사태의 총채적 책임을 면할 수 없는 오명근 의장은 부천 시민에 대한 사죄의 길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2007년 5월1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