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 정경학부 학생들이 26일 오후 2시부터 부천시의회 4층 본회의장에서 ‘한국정부론’ 특강(지도교수 채원호 교수)의 일환으로 모의의회를 열고, 행정동 광역화에 따른 부천시 동사무소 통폐합 및 잉여건물 활용 조례안에 대한 찬반 토론을 벌여 조례안을 제정하는 지방의회 현장체험을 했다.

가톨릭대 행정학과생들의 이날 모의의회는 모의 의장을 맡은 박연희 양이 진행했으며, 상정된 안건은 ‘부천시 동사무소 통폐합에 따른 잉여 건물 활용 방안’에 대한 ‘부천시 행정동의 설치 및 동장 정수 조례 일부 개정조례안’이었다.

모의 시장을 맡은 유리나 양은 제안 설명을 통해 “부천시는 1973년 7월 인구 6만5천명에 8개 행정동으로 출발했으나 그간 폭발적인 인구 증가로 분동을 거듭하여 현재 인구 86만여 명 37개의 동으로 변모했다”며 “그러나 종전에는 면적에 대한 고려없이 인구기준으로 분동하여 현재 경기도 동 평균 면적은 5.40㎢, 전국은 4.7㎢이나 부천시는 1.45㎢으로 37개동을 합쳐도 전국 평균의 62%에 미치지 못할 만큼 협소하다”고 지적했다.

유리나 모의 시장은 “현재 부천시 37개의 동주민센터의 공무원 1인당 담당인구 수가 적게는 2천278명부터 많게는 3천340명에 달해 센터별로 무려 2.5배 차이가 나는 등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라며 “각 주민센터에서 민원사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역시 서울시 평균 5명 보다 적은 3명, 일반행정 분야도 7.5명보다 적은 5명에 불과해 질 높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 모의 시장은 “특히 동주민센터 민원처리 내용 중 주민등록 등ㆍ초본 발급, 인감증명 발급, 호적 등ㆍ초본 발급이 전체 민원의 81%나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정치권을 비롯한 중앙정부 차원에서 지방행정구역 개편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고 있고 동사무소 통폐합에 대한 중앙정부, 경기도, 서울시 등의 방침과 각 시ㆍ군의 추진방법도 달라 혼선을 빚고 있으며, 시의원 선거구 변경과 선거구별 의원정수 축소문제 등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행정정보공유제도가 확대 시행되면 동주민센터 민원 처리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어 소규모 행정동 통폐합이 시급하다는 의미와 같다고 볼 수 있다”며 “행정환경에 있어서도 IT기술의 발달, 정보화, 민원 온라인 등으로 동사무소 이용률이 낮아지는 반면, 복지문화, 도시재개발과 뉴타운 등 새로운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등 많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행정동 광역화로 통합 동(洞)에 인력을 보강하여 동 기능을 강화하고 잉여청사와 인력을 복지 등 새로운 분양 투입함으로써 시민생활 환경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동사무소 통폐합 문제는 민원사무 전산화와 주민생활 지원서비스 전달체계 혁신 등 동사무소 행정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역특성 및 주민편의를 고려한 행정구역 개편의 필요성에 대해 중앙정부는 물론 대부분의 자치단체가 공감하고 있어 시ㆍ군ㆍ구별로 동사무소 통폐합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천시가 추진하는 행정동 광역화는 공무원 총정원 동결을 배경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추가적인 재정부담 없이 증가하는 행정수요 해결과 시민편익 증진, 재정 건전화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라며 “통폐합되는 동사무소의 잉여건물은 시민의 복지시설, 문화시설로 재배치하여 새로운 행정의 민주화, 능률화를 추구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조례안에 대한 질의ㆍ답변과 일문일답이 진행됐다. 질의에 나선 모의의원 김연정 양은 “동사무소 통폐합은 시행되는 총액인건비제와 더불어 신(新)공공관리 정부혁신 중 하나로 시행되는 것”이라며 “동사무소 통폐합은 애초 김영삼 정부 때부터 검토가 있었고 김대중 정부시절 외환위기 극복과 국가경쟁력 강화, 비효율성을 제거하는 이데올로기 공세를 등에 업고 공공부문 구조조정이 착수되면서 대동제라는 이름으로 준비가 됐으나 현실적인 여러 어려움으로 실질적인 구조조정은 하지 못하고 일부 업무를 구청으로 이관하면서 동 직원의 수를 줄이는 것으로 마무리됐고, 최근 마포구의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인하여 전국적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김 모의의원은 “신공공관리론의 이념과 원리는 작은 정부론과 시장중심주의로, 목표는 능률성 제고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고, 이는 결국 정부의 규모와 기능을 축소할 수 밖에 없으며 구조조정을 수반한다”며 “이러한 것이 지방행정 개혁으로 이루어지는것이 총액인건비제를 통한 자치권 확대와 기능 이양이고 구조적인 면에서 행정계층을 축소하는 것과 읍ㆍ면ㆍ동 기능을 전환하는 것이지만 행정기관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동사무소 폐지 자체로는 비용절감이란 목적이 달성될 수 있을지에 관하여 의문이 든다”고 지적하며 답변을 요구했다.

답변에 나선 모의시장 유리나 양은 “행정동 광역화 사업은 2단계로 추진하며, 1단계는 인구 1만~ 2만명 이하의 소규모 읍ㆍ면ㆍ동 통폐합을 추진하는 것이며, 2단계는 현행의 행정구와 동을 통합해 이를 대체할 인구 15만~ 20만명 규모의 (가칭)타운으로 개편 추진된다”고 밝혔다.

그는 “동사무소 통폐합에 따른 잉여인력과 청사를 주민의 복지와 문화 등 새롭게 발생하는 행정수요에 투입하게 되며, 부천시의 경우 37개 동주민센터의 공무원 1인당 담당인구 수가 적게는 2천278명부터 많게는 3천340명에 달해 센터별로 무려 2.5배가 차이가 나는 등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라며 “행정동 광역화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불필요한 인력과 시설을 줄이고 남은 인력과 시설을 활용하여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예를 들어 마포구의 경우 인구 1만명 내외 소규모 동이 인구편차가 심해 상대적으로 행정서비스를 덜받는 점에서 착안, 서울시 최초로 행정동 경계를 조정해 동을 통합함으로써 예산을 절감하는 개선방안을 내놓았다”며 “총 24개동 가운데 4개동을 통합해 20개 동으로 축소하고 9개동은 경계를 조정해 행정서비스의 지역간 격차 해소와 통합에 따라 폐지된 4개 동청사는 문화복지시설로 활용해 주민 복지증진에 기여함에 따라 마포구의 선례가 확산돼 각 자치구마다 행정동의 통합 및 경계조정 등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2008년까지 서울시 총 517개 동 중 100여 동을 통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부천시의 행정동 광역화는 총정원 동결과 열악한 재정여건 속에서 추가 재정 부담없이 신규 행정수요에 대응하고 조직의 효율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시민에 대한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광역동 추진에 따른 여유 공공시설, 행정력을 시민복지 등 새로운 행정수요 분야에 투입, 활용함으로써 시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고 행정환경 변화에 대응한 탄력적 조직운영으로 행정효율을 제고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이어, 질의에 나선 모의의원 최근호 군은 “행정사무가 증가하면서 지방자치단체의 능력으로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없거나 전적으로 중앙의 관장사무여서는 안되는 사무들이 증가하고 있으며, 특히 개발행정ㆍ환경행정ㆍ교육행정 등과 관련되는 문제들이 등장하면서 지방자치단체와 중앙행정 기구와의 결합을 실현하는 수단으로 광역권이 설정되고, 광역제 행정의 도입이 촉진됐다”며 “지방이 지역적 특수성을 살리고 중앙정부에 의한 획일적ㆍ권력적 행정처리에 대해 완충적 역할을 담당하는 등 중간적 사무의 등장으로 인해 행정동 광역화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했다.

그는 “도시간의 행정협조가 이루어질 수 없는 제도상의 공백 때문에 생기는 예산의 낭비, 주민의 불만, 서비스 지연 등의 폐단을 극복할 수 하고 도시정부간에 기능적 연계성이 높아짐에 따라 행정 서비스의 중복을 피할 수 있고 생활권역(광역권역)에 대하여 전반적 협조에 의한 공동 행정처리를 모색, ‘행정의 협조’라는 측면에서 행정동 광역화는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광역행정에서는 재정적 격차 완화와 행정서비스 평준화를 도모할 수 있어 광역행정구역 내에서는 평준화(균등화)된 행정의 실현이 가능하다”며 “급속한 도시화에 대한 신축적인 대응과 도시의 한정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 도시활동의 외부효과와 사회적 비용의 분담, 님비(NIMBY) 현상의 극복 수단, 공동시설에 대한 설치, 운영(예를 들면 쓰레기 처리장, 하수처리장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지역간의 복지수준의 평준화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행정동 광역화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행정동 광역화에 따른 잉여건물은 어떻게 활용 될 것인지에 대한 방안에 대하여 설명해 달라”고 답변을 요구했다.

답변에 나선 김보미 모의총무국장은 부천시 행정동 광역화에 따른 잉여건물 활용방안으로 ▲보육원, 양로원 활용 ▲일반인에게 결혼이나 잔치 등 행사장 임대 서비스 ▲의료복지 서비스 및 심리 상담센터 활용 ▲민간업체나 개인에게 청사 매각 ▲탈북자나 출소예정자를 위한 재사회화 교육장소 활용 ▲결식아동, 노인을 위한 무료 급식센터 이용 등이 검토중이라고 답변했다.

이어 찬반 토론이 진행됐다. 반대토론에 나선 모의의원 송준용 군은 “잉여건물을 다른 시설로 이용한다고 해서 예산절감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오히려 정책을 시행하는데 따르는 예산이 추가로 지출되고, 구조적으로 부천시 원미구는 타 구와의 인구 분포도나 면적에서 굉장히 차이가 많이 난다”고 지적하며 “전반적인 부천시 개편이 필요한 만큼 아직까지는 법정동으로 동 통합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행정편의적인 발상”을 지적했다. “인구가 늘어나면 당연히 행정도 수요에 맞게 공무원이 추가 배치되고 행정조직도 늘어나야 된다”며 “진짜 시민의 입장에서 본다면 부천시도 시민이 불편하지 않게 주민의 편의를 생각해야 하는데 현재 행정동 광역화 발상은 행정편의적인 측면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꼬집었다.

찬성 토론에 나선 모의의원 김명진 군은 “잉여건물을 활용했을 때 장점으로는 동사무소 운영비, 동청사 건립비 등에 사용되는 비용 절감효과와 수준높은 문화ㆍ복지생활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부족한 인프라 확충, 동사무소 폐지시 가용인력을 규모가 커진 동사무소 행정 수요를 대비하고 사회복지 업무를 담당토록 하는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분야에 대한 칸막이 행정을 타파하고 통합행정을 통해 효율성을 증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동의 광역화는 적게 보면 소규모 동의 통합을 통한 주민편의 증진이지만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시초가 될 수 있다”며 행정동 통폐합을 찬성하는 결정적인 근거로 서울 마포구의 성공적인 통폐합 사례를 들었다.

그는 “마포구가 동사무소 통폐합으로 얻은 효과로는 △잉여인력을 동에 재배치하여 복지행정 강화 및 찾아가는 서비스 실현 △구에 주민생활지원과, 홍보과, 교육지원과, 전산정보과 등 4개 부서를 신설해 새로운 행정수요에 적극 대처 △3개 노후 동청사의 건물 신축비와 기존 4개동 운영비 등 예산 절감 △폐지된 동청사를 지역주민을 위한 치매지원센터, 어린이집, 청소년 독서실, 주민자치센터 등으로 폭넓게 활용해 대체시설비 효과 등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가톨릭대 행정학과생들은 이날 ‘부천시행정동의설치및동장정수조례일부개정조례안’을 표결에 부쳐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판단한 모의의원이 많아 조례안을 부결시키고 모의의회를 끝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