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결국 터질 게 터졌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개최에 따른 개인 및 단체로부터 후원금을 모금하는 것이 관련 법령의 근거에 없이 이루어지고 있고, 관련법 조항에도 위배됐는데도 불구하고 시가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도 후원금을 거둬들인 것으로 의혹을 사고 있다.

또 PiFan 후원금 사용내역에 있어서도 영화제 행사에만 사용토록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경상운영비로 사용돼 각종 경조사 화환 및 공무원체육대회 자전거 협찬은 물론 200여만원짜리 선물, 인건비, 보험료, 단체 격려금, 각종 잡부금 등에 사용된 사실도 확인되는 등 영화제 사무국의 회계관리가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부천시의회 행정사무감사 사흘째인 26일 오후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김관수.민주당)의 PiFan 사무국에 대한 감사에서 영화제 사무국 직원들의 근태관리 및 잦은 해외출장에 따른 법정카드 과다 사용, 지난해와 올해 48회 해외출장에 따른 5건의 보고서 형식적 작성 제출 등의 문제는 빙각의 일각이 지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이 PiFan 관련 감사자료로 제출한 자료를 들춰낼 때마다 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들은 물론 소관부서인 문화예술과에서도 답변을 제대로 못할 정도로 문제점이 터져나오면서 결국 감사를 중단하고 저녁식사 후에 다시 요구한 자료를 받은 뒤 감사를 벌이기로 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PiFan 후원회에서 영화제 개최와 관련하여 개인 및 단체 등으로부터 모금하고 있는 후원금이 적법한 법규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느냐다.

포문은 백종훈 의원(민주당)이 열었다. 백 의원은 우선 여름 장마철 등이 끼여 있는 PiFan의 개최 시기를 조정할 의향이 없는가를 물었고, 이에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겨울 개최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세계에서 2번째 큰 영화제인 베를린영화제가 매년 2월에 열려 신작들이 발표되는 관계로 PiFan을 겨울에 개최할 경우 출품작을 채우기가 불가능하며, 여름영화제로 인식돼온 터에다 마켓을 위해도 현재 영화제 개최시기가 바람직하다”고 답변했다.

백 의원은 지난해와 올해 45회에 걸친 해외출장을 다녀온 것을 확인하고 해외출장 보고서 작성에 관한 자료를 요구해 5부를 제출받은 것과 관련, “너무 형식적이고 작성자 이름은 물론 작성 기간, 결재란도 없는 등 엉망으로 이런 출장보고서는 처음 받아본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집행위원장은 “(해외출장 보고서 작성에 대해) 행정적으로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으나 백 의원은 “소관부서인 문화예술과에서 철저한 지도점검이 필요하다”고 일축했다.

이어 백종훈 의원은 지난해 2억4천225만원과 올해 1억9천390만원을 각각 거둬들인 PiFan 후원금을 모금하는 법적 근거를 따지고 들어갔다.

백 의원은 우선 지난 2005년 9월5일 문화관광부(현 문화관광체육부) 영상산업진흥과에서 PiFan을 비롯해 부산ㆍ전주ㆍ광주 등 국제영화제조직위 등 국제영화제 및 영화제를 개최하는 사단법인 조직위와 관련 지자체 등지에 보낸 ‘국제영화제 회계관련 검토사항 통보’ 공문에 따르면 감사원의 당시 문광부 및 지자체 감사시 영화제조직위원회가 국제영화제 개최를 위해 개인ㆍ단체 또는 기업으로부터 받는 기부금ㆍ협찬금 등이 ‘기부금품모집규제법’ 등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밝히고 있다.

◆PiFan 후원금 모집 왜 문제되나= 공문에 따르면 당시 감사원의 지적은 영화제조직위에서 영화제 개최를 위해 개인이나 단체로부터 임의로 기부금을 받는 것은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위배되고, 특히 자치단체의 장이 조직위원회의 대표일 경우 자발적 기탁금이나 기업광고 계약 체결에 의한 대사 수령도 위법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 공문은 또 현재 영화제에서 받고 있는 찬조금, 기업협찬금 등을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저촉되지 않고 적법하게 수령할 수 있는 방안도 제시했다.

우선은 영화제조직위(법인)를 문화예술진흥법 제10조에 따라 ‘전문예술법인(단체)’으로 지정하는 방안으로, 전문예술법인(광역 시도에서 지정)으로 지정을 받게 되면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서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반대급부가 없는 기부금ㆍ후원금 등을 수령할 수 있다고 했다.

다음으로는 문화예술진흥법 제18조에 따라 한국문화예술진흥위원회를 통해 (조건부)기부금을 반는 방안으로, 기부금이나 협찬금을 직접 영화제조직위에 납입하지 않고 기부나 협찬하는 자가 문화예술진흥위원회에 해당 영화제에 줄 것을 조건부로 문화예술진흥기금으로 납부하고 문화예술진흥위에서 영화제조직위에 기금을 보조하는 것으로,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는 저촉되지 않으나 경상운영비에 사용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고 했다.

그 다음으로는 기부 권유나 광고 등을 하지 않았음에도 자발적으로 금품을 출연하여 자발적 기탁금을 받는 방안이 있지만, 부산ㆍ부천ㆍ전주 등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법인의 대표로 돼 있는 경우는 ‘기부금품모집규제법’의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행정자치부(현 행정안전부)의 견해라고 했다.

그밖에 기부금품모집에 관해 행자부(3억원 초과) 또는 특별시ㆍ광역시ㆍ도(3억원 이하의 경우)의 허가를 받는 방안과 정관ㆍ규약ㆍ회칙 등에 의해 회원이나 후원회원으로부터 가입금ㆍ일시금ㆍ회비 등으로 받는 방안(예 회비ㆍ후원금 등)이 있다고 했다.

백종훈 의원은 이같은 공문 내용에 의거해 PiFan조직위가 전문예술법인(단체)으로 등록돼 있는지를 물었고,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경기도에 신청에 하려 했으나 안된다는 구두 답변을 받았다”며 등록이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문화예술진흥위원회를 통해서도 후원금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PiFan 후원금을 받은 법적 근거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PiFan 후원금에 대해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의해서가 아닌 협찬 및 후원금을 받았다”는 답변만 되풀이 하자, 결국 이경섭 경제문화국장을 발언대에 세워 답변하도록 했으나 이 국장 역시 “영화제 후원금을 받는 것이 맞는지를 검토하겠다. 법령 위반여부를 검토한 후 보고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이에 김관수 위원장은 “부천시가 문광부 공문을 받고 경기도에 전문예술법인(단체) 등록을 신청하려다가 기각당했는데, 이는 영화제조직위의 대표가 부천시장으로 돼 있기 때문에 2005년 이전에 후원금을 모집한 것이 ‘기부금품모집규제법’에 위해됐다는 것을 인지하고 신청했던 것아니냐”고 추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