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회에 이해와 협조를 요청하되 빌 붙어서 쫓아다니며 밥 사고 술 사면서 일하지 말고 공개행정에 입각해서 업무를 처리해 달라.”

홍건표 시장이 지난 3월20일 기획재정위원회가 MBT 신축공사와 (가칭)무형문화재 공방거리 조성 관련 공유재산관리계획 변경안에 대해 보류 결정을 내리자, 이날 오후 5시30분 시청 대강당에 6급 이상 공무원을 비상소집시킨 가운데 열린 ‘시정 현안사항 특별교육’을 통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면서 했던 말로, 한동안 부천시 공직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홍 시장의 이같은 발언이 7개월이 지난 후 그대로 실천에 옮겨진 모범 사례(?)를 지난 19일 부천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의 교통정보센터 현장방문 후 이루어진 점심식사 자리에서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행정복지위는 이날 오전 11시 원미구 중2동 소재 부천시 교통정보센터를 현장방문한 것은 센터를 사업소로 신설하고 소관 사무를 교통기획·교통정보화 사업과 ITS(지능형교통체계)에 관한 사항, U-도시 인프라 구축 및 운영 등으로 규정하며 센터장을 5급 사무관으로 상향 조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부천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과 부천시 지방공무원 정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개회중인 제139회 임시회에 상정됨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다.

이날 현장방문에는 부천시 총무국장, 건설교통국장, 총무과장, 정보통신과장, 자치행정과장, 시민봉사과장 등을 비롯한 관계공무원 8명이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복지위 소속 의원들과 관계공무원 등 20여명은 이날 교통정보센터를 방문한 후 점심식사는 같은 상임위 소속 의원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특별메뉴로 쇠고기 갈비찜으로 식사를 했고, 6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식대는 행정복지위 소속 의원 9명분은 시의회에서 30만원을, 부천시 공무원들의 밥값은 총무국장이 30만원을 각각 계산했다는 것이다.

관련 조례안 심의를 위해 해당 상임위 소속 의원들과 관계공무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점심식사를 하면서, 밥값은 따로 계산한 것은 홍 시장이 당부했던 것처럼 ‘지킬 것은 지킨’ 셈이지만, 점심식사 장소와 관련 조례안 심사를 앞둔 시점 등 어딘가 석연치 않은 뒷맛을 남기게 하고 있다.

행정복지위는 지난 22일 오전과 오후에 걸쳐 부천시 행정기구 설치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등에 대해 마라톤 심의를 논란 끝에 원안 가결했다.

문선(文選) 고악부편(古樂府扁)의 군자행(君子行)에 나오는 시구인 ‘과전불납리 이하부정관(瓜田不納履 李下不整冠·오이밭에서는 신을 고쳐 신지 말고 오얏나무 아래에서는 관을 고쳐 매지 않는다)’이란 말이 이런 경우를 두고 할 말 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