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기초자치단체 지방의회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행태가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21일 오전 10시 개회한 부천시의회 제155회 임시회 2차 본회의가 또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시의회는 이날 시정질문에 대한 시집행부의 답변을 듣기로 했으나 30분이 조금 넘어 정회되는 소동이 빚어졌다.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은 시정질문 답변이 있을 때마다 벌어지고 있는 정회 소동은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은 낯익은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이날 정회 소동도 시의회와 시집행부간 그동안 채곡채곡 쌓인 앙금에서 출발하고 있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발단은 이렇다.

지난 13일 제155회 임시회 1차 본회의에서 김관수 의원(기획재정위원장)이 시정질문을 벌이면서 홍건표 시장을 향해 한마디 던졌다.

“지방의회는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법률적 권한을 갖고 의정활동 및 안건 심의 및 예산심사를 통해 집행기관인 부천시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법률적 행위를 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부천시장께서는 공식행사에서나 사석에서 또는 간담회 등 모임에서 의회가 시정을 발목 잡고 있다는 등 노골적으로 의회를 수차례 비방을 했다.

또한 지난 10월5일 방영된 헬로TV 경인뉴스퍼레이드 인터뷰 내용 중에는 ‘의회가 독선행정을 하고 있다. 대안 없이 무조건 예산을 삭감하고 안건을 부결한다’며 시정을 발목잡고 있다고 한 인터뷰 내용이 있는데 부천시장께서는 지방자치법을 읽어보지 않으셨단 말인가.

지방의회가 법률적 권한으로 안건을 심의하고 예산을 심사하는 법률로 정해진 의회 권한적 행위에 대해 본인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의회를 폄훼하고 부천시의회의 명예를 훼손하는 등의 발언은 지방자치법에서 정한 집행기관의 관리자로서 올바르지 못한 행위의 발언이라 생각된다. 시장께서는 의회와 시민들 앞에서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21일 시정질문 답변에 나선 홍건표 시장은 사전에 인쇄돼 배부한 시정질문 답변서 이외의 답변서를 준비하고 답변에 나섰다.

홍 시장이 답변서를 읽어 내려가는 도중 강동구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시정질문 답변서와 달리 별도 답변서를 제출해 답변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한윤석 의장도 별도 답변서를 제출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김관수 의원이 “시정질문 내용에 없는 답변을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하자, 홍 시장이 “시장의 시정질문 답변에 이래라 저래라 하지 말아달라”고 되받으면서 결국 정회됐다.

홍 시장이 준비한 별도 답변서 내용은 이렇다.

“물론 지방자치법에 의한 시의회의 권한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다고 ‘의회의 결정이 완벽하다’는 진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장은 시정을 총체적으로 추진하는 자치단체의 최고책임자로서의 법적 권리와 의미가 있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 시정의 중요한 정책이 정치권의 반대로 추진치 못하는 경우는 수시로 발생하는 것이 현대행정의 형태이다. 이때 시장으로서 의회의 결정을 수용할 것이냐, 아니면 재추진할 것이냐의 결정은 시장이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이 결정은 시장으로서의 리더쉽의 행태와 깊은 관련이 있다.

홍건표 시장(본인)의 경우 시정의 중요한 정책인 경우 재추진하는 결정을 해 왔다. 이 경우 대(對)의회의 이해와 설득을 위해 기장이 직접 상임위에서 설명도 하고 협조를 구한 바도 있다. 또 언론을 통해 사실을 공표하고 의회와 대(對)시민 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또 때에 따라 시민 모임에서 인사말을 통해 사실을 공표하기도 했다. 이는 시장으로서 당연한 시정 추진의 방법이고 수단이다. 시장은 시민이 선택한 부천시의 가장 큰 머슴이다. 머슴이 일을 하는 과정과 결과를 주인에게 고(告)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야 주인인 시민들이 시민의 숙원사업 추진상황과 시정 중요정책의 진행상황 등 궁금한 사항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많은 시민에게 시정의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시민생활에 편의를 도모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시장이 여러가지 통로를 통해서 공표한 내용이 모두 왜곡이나 허위 날조가 없는, 부천시의회에서 결정된 사실을 공표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정책이 ▲쓰레기 MBT 사업: 3회 부결- 4회째 승인됐고 ▲2008년 부천무형문화엑스포 예산 여러번 부결로 어려움을 겪었으며 금년 당초예산 100% 삭감- 1차 추경에 20억원 반영 ▲무형문화 공방거리 사업: 당초 100% 삭감- 1회 추경에 국비 포함 11억원만 계상하고 2차 추경 38억원 전액 삭감 ▲문예회관 건립부지 매각- 3회째 부결 등 시 주요 정책이 의회의 결정으로 진행을 못하고 표하고 있다는 사실적 내용이다.

또하나 명심해야 할 것은 현재 의회에서 부결되고 있는 중요 정책은 부천시 미래적으로 언젠가는 반드시 해결해야 되는 중요한 정책이며 시급성이 있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시장이 의회를 비방했는지, 의회가 시정을 통제한다는 법적 정치적 논리로 발목을 잡았는지는 언젠가는 자명하게 판단이 될 것이다.

홍건표 시장(본인)은 시정의 주요 정책에 관한한 그 어떤 정치적 타협없이 추진해 부천시 발전에 기여토록 시장으로서의 본분을 다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국가기밀이 아닌 사항을 사실대로 공표한 것에 대해 비방이라는 죄명으로 언론을 통제하거나 시정에 있어 시장의 입을 막으려는 행태는 반드시 지정돼야 할 것이다. 또 사실을 사실대로 시민에게 공표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운운하며 공갈 협박하는 형태에 대해서도 엄중 대처해 시장의 정당성을 확보해 나갈 것이며 시정의 일관성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참고적으로 사실을 사실대로 공표한 경우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는 법적 저촉사항이 아님을 알려드린다. 따라서 홍건표 시장(본인)에 대한 사과 발언은 취소해 주기 바란다”

부천시의회는 지난 7월9일 제153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 시정질문 답변 및 보충질문과 답변이 있을 당시에도 이와 유사한 형태로 시정질문 답변 과정에서 입씨름 공방으로 인해 본회의장에 출석한 홍 시장과 간부공무원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발언권 시위를 벌이는 등 정회 소동이 빚어진 바 있다.

또한 제5대 부천시의회 출범이후 전반기 오명근 의장 체제에 이어 후반기 한윤석 의장 체제에서도 시정질문 답변이 있을 때마다 홍 시장의 발언 내용을 둘러싸고 의원들간 옥신각신 했던 사례가 종종 있어 왔으며, 그때마다 애매모호한 사과 형태의 발언 또는 취소 등으로 어물쩍 넘겨오면서 시의회와 시집행부간 쌓인 앙금과 갈등은 여전한 가운데 살얼음판을 걷는 불안한 관계속에 결국 이날 또다시 파열음을 내고 말았다.

이런 가운데서도 부천시의회는 한나라당 소속 18명과 민주당 소속 12명 등 30명의 의원들은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치명적 한계를 안고 있다. ‘유구무언(有口無言)’인 점잖은 의원들이 시의회는 너무 많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부천시민은 안중에도 없는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의 모습이 한마디로 볼썽사납기만 하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나올 법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