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의장 한윤석)와 부천시(시장 홍건표)가 시정질문 답변을 둘러싸고 동네 주민간 ‘감정 싸움’ 하듯이 티격태격 하다가 결국 파행으로 치닫고 있다.

9일 오전 10시 개회된 제153회 제1차 정례회 2차 본회의는 시정질문에 대한 시집행부의 답변과 보충질문 및 답변을 듣고 끝낼 예정이었다.

정상적으로 진행됐다면 이 시간쯤이면 보충질문으로 본회의장이 후끈 달아올라야 하는데, 점심시간 이후 정회한 본회의를 속개되지 않은 채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여월택지개발지구내 노인복지시설과 관련된 시정질문 답변에 나선 장용운 주민생활지원국장이 답변서에 적힌 내용대로 읽지 않고 몇군데 빼고 읽어 내려가자 관련내용을 질의한 김관수 기획재정위원장이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제동을 걸었고, 장 국장이 즉답을 피하는 상황에서 홍 시장이 ‘답변 내용에 대해 왜 따지냐’는 식으로 한마디 던지면서 본회의장이 술렁였고, 급기야는 장 국장이 “의원님들 조용히 하고 자리에 앉아 달라”고 본회의장 질서유지(?)에 나서려는 돌출 발언을 하는 바람에 의원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말았다.

평소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로 의회사무국장을 지내 시의회의 생리를 익히 알고 있는 장 국장이 왜 이같은 돌출 발언을 했을까.

아마도 의회사무국장을 지낸 터여서 의원들과 친분이 있는 터여서 양해를 구한다는 게 그만 순간적으로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하지 않아야 할 발언을 한 것으로 내심 짐작해볼 수 있다.

하지만 그의 돌출 발언 배경을 좀더 깊이 들여다보면 ‘에둘러’ 표현하지만, 시집행부 내 지역과 인맥의 작용에 따른 ‘정서의 오만’과 시의회 내 정파간 ‘불신의 공존’이라는 두가지 축이 상충하고 있는데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시의회와 시집행부 간의 대립각은 적당한 선에서는 필요하지만, 시집행부 내 ‘정서의 오만’이 작용해 결론이 뻔한 감정 싸움에 너나없이 뛰어드는 것은 시정의 동반자 관계라는 양 기관 모두에게 이로움을 주지 못하는 과잉 행동에 불과한 것이다.

본회의장에서 주인 격인 시의원들을 향해 “조용히 좀 해달라”고 한 말은 시의회와 시집행부 간에 쌓이고 쌓인 감정의 골이 씻겨지지 않는 한 앞으로도 얼마든지 제2, 제3의 돌출 발언이 나올 수 있는 서막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또한 시의회 내 ‘불신의 공존’은 본회의장의 주인들끼리 정파와 호불호(好不好) 관계로 나눠진 채 ‘존경하는 아무개 동료의원님’을 아무리 언급한다고 해도 정책에 대한 분명한 선을 그어주지 못하는 시의원들 간의 이해관계 속에서 시 집행부의 거센 도전을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장 국장의 발언으로 몹시 흥분했던 시의원들은 의원 총회를 열었으나 아무런 결론없이 본회의를 속개해 시정질문 답변을 듣고 보충질문 및 답변을 하기로 했다. 또 한번의 파행이 있을 수 있는 본회의장으로 걸어들어간 것이다.

동네 주민들끼리 슈퍼마켓에서 막걸리 한잔 하다가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부천시의회 본회의장에서는 제발 그만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