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는 개최하되 불필요한 예산낭비는 없도록 해야 한다.”

총 30석 가운데 18석의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한나라당이 사실상 주도하는 제5대 후반기 부천시의회(의장 한윤석)의 ‘부천무형문화엑스포’에 대한 분명한 입장이다.

지난해 프레(Pre) 엑스포에 이어 올해 원년(제1회) 엑스포로 개최되는 ‘부천무형문화엑스포 2009’ 개최 동의안을 12석으로 의석수에서 열세에 놓인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도비 20억원 선(先) 확보를 전제로 시비 20억원을 편성하는데 동의해 준다’는 조건부 승인 방침을 이번 제150회 임시회에서 1천130억원 규모의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철저히 지켰다.

한나라당 시의원이 5명, 민주당 시의원이 4명인 기획재정위원회(위원장 김관수ㆍ민주당)는 지난 18일과 19일 2009엑스포 예산 20억원은 삭감없이 예결특위(위원장 윤병국ㆍ민주당)로 넘기는 대신, 부천영상문화단지 내 무형문화재 공방거리 2단계 조성공사 관련 공유재산관리계획안은 ‘부결’시켜 관련예산 39억원이 자동 삭감돼 여전히 ‘앓는 이’로 남겨 놓았다.

기획재정위는 특히 2009엑스포 예산 20억원을 삭감하지 않고 예결특위로 넘기면서 ‘부기(조건)’를 달았다. 골자는 ‘도비 20억원 확보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시비 20억원이 편성되더라도 집행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획재정위의 이같은 ‘부기’는 민주당 시의원 5명, 한나라당 시의원 4명으로 구성된 예결특위의 20일 추경예산안 종합심사에서도 그대로 수용해 2009엑스포 예산 20억원을 승인해주기로 결정했다.

시집행부로서는 엑스포 예산 20억원이 삭감없이 반영됐지만 도비 20억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쓸 수 없는 예산을 거머쥔 셈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또 한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무형문화재 공방거리 2단계 조성공사 관련 공유재산관리계획변경안을 기획재정위에서 ‘부결’된 이유다.

부천영상문화단지 내 한옥 9개동이 건립된 1단계 공방거리 일대를 경기도에서 경기문화마을로 조성한다는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방거리의 추가 조성은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만큼 어렵다’는 게 기획재정위의 기본 입장이다.

이런 점에서 부천시가 역점시책사업으로 추진해 5대 문화사업과 더불어 6대 문화사업에 포함된 ‘부천무형문화엑스포’ 관련 행사 및 사업(공방거리)은 김문수 경기도지사에게 ‘키(Key)’를 쥐어준 셈이 되고 말았다.

2009엑스포 개최 행사비 20억원은 김 지사의 시책추진보전금으로 언제 내려보낼 것인가, 그리고 공방거리 2단계 조성공사 관련 공유재산관리계획변경안 및 관련예산 39억원은 ‘경기문화마을’ 조성계획을 내놓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 집행부에서는 앞으로 ‘김심(金心ㆍ김문수 경기지사의 마음)’을 움직이는데 총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게 됐다.

시의회는 그 결과를 지켜보면서 ‘엑스포의 예산 낭비’를 차단하는 한편, 내실있는 엑스포 개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여야 시의원이 보조를 함께 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훗일 있을 책임론은 뒤로 한 채 일단은 ‘엑스포 공동운명체’라는 살얼음판 위를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