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대와 14대 국회의원을 지낸 박규식(69) 전 국회의원이 지난해 11월 사면 복권된 것으로 밝혀져 향후 행보에 새삼 지역정가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규식 전 의원은 5일 오후 3시 <더부천>과 만나 “지난해 11월14일 사면됐다”는 사실을 참석한 지역인사들에게 직접 밝혔다.

어느새 고희(古稀)의 나이에 접어든 박 전 의원은 이날 롱코트에 보라색의 목도리를 걸친 옷차림에 엷은 색깔이 들어간 안경을 낀 세련된 패션 감각을 선보였다.

지난 1989년 4월 부천신문의 창간 준비작업을 본격화 무렵 초대 회장직을 맡아 부천지역 최초의 지역신문 탄생의 산파역할을 맡기도 했던 그는 “(박규식이) 사면된 사실을 대부수 부천시민이 모르고 있는데, 이러한 소식을 지역신문에서 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역신문의 역할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작년 11월14일 사면됐다. 박규식이 아직 (부천지역사회에) 살아있다”고 밝히는 대목에서는 목소리의 톤을 높이며 ‘부천지역사회에서 잊혀져가는 노정객(老政客)’으로 인식되는 것에 대한 서운감과 불만을 엿볼 수 있었다.

박 전 의원은 “앞으로는 지역사회에서 자주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도 여운을 남겨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규식 전 의원은 40대 중반의 나이(47)에 12대 총선(85년)에 민정당 후보로 당시 부천시·김포군·강화군 선거구에 출마해 신민당 안동선(71) 전 의원과 함께 나란히 당선됐다. 초선의원으로 국회 의정활동에서는 그의 강렬한 성격이 그대로 반영됐고, 이를 지켜보는 여론은 ‘카리스마를 가진 화끈한 성격이다’,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처럼 너무 튄다’식으로 찬·반으로 엇갈렸다.

이어, 중구와 남구 등 2개 선거구로 양분된 13대 총선(88년)에서는 6명의 정당 후보(민정당 이형기·민주당 최기선·평민당 김정웅·공화당 이경용·한겨레민주당 원혜영·제3세대 한상운가 출마한 부천시 남구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3만264표를 획득했으나, 3만616표를 획득한 민주당 최기선 후보에게 352표 차로 석패, 재선 고지를 밟는데 실패했다.

박 전 의원은 부천시 중구갑과 중구을, 남구 등 3개 선거구로 나눠 치러진 14대 총선(92년)에서는 민주당 공천을 받고 3개 정당 후보(민자당 최기선·국민당 김정웅·신정당 한상운)와 겨뤄 6만9천625표를 획득해 5만77표를 얻는데 그친 최기선 의원을 1만9천548표의 큰 표차로 13대 총선 패배를 설욕하며 소사구에서 확실한 정치적 기반을 다지는 듯했다.

하지만 박 전 의원은 15대 총선(96년) 당시 자민련 후보로 출마해 3개 정당 후보(신한국당 김문수·국민회의 박지원·민주당 이홍종)의 거센 도전장을 받으며 3선에 도전했으나, 1만4천238표에 그쳐 3만3천446표를 획득한 김문수 후보(당선)와 3만1천786표의 박지원 후보에게 밀렸고, 특히 금품 살포 등 불법선거운동을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최대의 정치적 시련기를 맞이했다. 그때가 그의 나이 58세 때였다.

결국 박 전 의원은 96년 5월21일 1심에서 징역 1년를 선고받았고, 같은해 7월25일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면서 16대 총선(2000년)과 17대 총선(2004년)을 건너 뛰게 되면서 부천지역 정가에서 멀치감치 멀어질 수 밖에 없었다.

이후 박규전 전 의원은 민선 2기 부천시장 선거(98년 6.4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이해선 시장후보를 측면 지원하기도 했으며, 지난 2005년 10.26 부천원미갑 국회의원 재선거에서는 민주당 조용익 후보의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맡아 정치적 발언을 서슴없이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박 전 의원은 “민주당은 50년 정통성을 가진 정당으로 부천에서 원미구민이 노무현 정권 탄생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했으나, 노무현 대통령은 자기를 탄생시켜준 정당을 버리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며 “민주당과 부천시민은 현 정권을 욕만 할 게 아니라 이번 재선거를 통해 배신과 분열의 정치를 통렬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그러나 박 전 의원의 부천지역 정가에서의 활동은 그다지 활발하지 못해 자연스레 지역 정치권은 물론 지역언론에서도 멀어져 ‘박규식’이라는 이름 석자가 지면이나 인터넷을 통해 보도되는 것이 거의 드물다시피했다.

그리고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중앙 정치권이 요동을 치고 있고, 내년 4월 18대 총선이 실시되는 주요 정치적 길목에서 올해 고희(古稀)의 나이인 재선의 노정객(老政客), 박규식 전 의원이 정치적 옥쇄에서 벗어난 자신의 정치적 사면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리면서 지역정가에 등장, 본격적인 활동을 할 것이라는 의욕을 내비쳐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규식 전 국회의원은 12대 총선에서 금배지를 단 이후 13대 총선 낙선, 14대 총선 재선, 15대 총선 낙선 등 4차례 선거를 치르면서 여러가지 정치적 상황과 자신의 의지 등으로 인해 매번 소속 정당을 바꿔가면서 출마했을 정도로 한국 정치사 만큼이나 격동의 정치인생을 밟았다.

1938년 1월1일 부천 출신으로 부호인 죽산(竹山) 박씨 집안에서 자랐다. 서울 경복고를 졸업하고 연세대 경제학에 입학했으나 제적당하고 고려대 국제경제학과와 동국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하버드대에서 수학했다.

주요 경력으로는 1970년 한진그룹 감사실장과 1981년까지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81년 민정당 중앙위원과 평통 자문위원, 부천로터리클럽 회장, 부천시정화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12대 국회의원 시절(85~ 88년) 민정당 경제과학위원회 부위원장, 노동대책위 및 재해대책위 부위원장, 국회 경제과학위원회 간사,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 국회 재무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85년 부천시새마을조기회 회장, 경복고 동창회 부회장, 고려대 부천지회 고문 등의 직함도 가졌다.

1990년 민주당 통일안보특위 위원장, 91년 민주당 부천남 지구당위원장 등을 거쳐 92년 제14대 국회의원에 당선돼 민주당 당무위원, 국회 행정위원장을 지냈다.
14대 의원으로 활동하는 동안 92년 10월 민주당을 탈당해 민자당에 입당했으나, 93년 9월 또다시 민자당을 탈당, 94년 6월 국민당에 입당했다. 국회 운영위원회 및 국회 노동환경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으며, 94년 7월 국민당과 신정당이 통합하면서 신민당으로 명칭이 변경돼 신민당 원내총무와 사무총장을 지냈다.

95년 5월 신민당을 탈당, 자민련에 입당해 부천소사구 조직책으로 임명돼 2000년 2월까지 자민련 부천소사지구당위원장을 맡았다.

별칭은 현호(玄湖)이며, 합기도가 3단이다. 취미는 등산이고 가족관계로는 이숙자 여사 사이에 2남1녀를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