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의회는 15일 오후 제188회 제1차 정례회 제4차 본회의를 진통 끝에 개회, 제8대 부천시민 옴부즈만으로 내정된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에 대한 위촉동의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부결시켰다.

27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8표, 반대 14표, 기권 5표가 나왔다. 기권 5표가 찬성 표로 갔다손 치더라도 부결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제8대 부천시민 옴부즈만 위촉동의안은 이번이 4번째 부천시의회에서 제동이 걸렸다.

백선기 현 부천시민연합 이사장의 위촉동의안이 2번(전반기와 후반기) 부결됐고, 김준영 전 부천노총 의장의 위촉동의안이 부결된데 이어, 이번에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까지 김만수 부천시장의 낙점을 받은 3명의 내정자가 부천시의회를 통과하지 못한 채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제6대 후반기 부천시의회와 민선 5기 김만수 부천시장은 임기를 채 1년도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최악의 불편하고 냉랭한 관계에 놓이게 됐다.

제6대 부천시의회는 29명 의원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14명, 새누리당 소속이 12명, 통합진보당이 2명, 진보정의당이 1명으로 분포돼 있다.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으로서는 과반(15명)이 안되는 관계로 통합진보당 및 진보정의당과의 공조 틀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으나, 전반기 출범 초기에만 공조의 틀이 잠시 동안 유지됐을 뿐 의정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틈새가 벌어졌고, 대선 정국 이후에는 공조의 틀을 유지할 수 있는 명분마저 사라지면서 같은당 소속 의원 개개인간 호불호(好不好) 관계로 갈등의 골이 깊어진 탓에 김만수 시장을 지원할 의회 내 동력마저도 힘을 잃고 말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시집행부의 입장 또는 의중을 시의회 내 전달하고 있는 몇몇 의원들은 되레 같은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 다른 당 소속 의원들과도 첨예하게 대립하는 관계로, 소속 정당을 떠나 의원들과의 접촉을 통해 이견(異見)을 조율할 수 있는 지략(智略)을 가진 의원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듬해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시점마다 역대 시집행부의 민선시장과 부천시의회와의 관계가 싸늘하게 돌변했다는 점을 곱씹어보지 않더라도 시민옴부즈만 위촉동의안의 4번째 부결은 김만수 시장은 물론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소속 시의원들로서는 구겨진 체면 못지않게 냉기류가 형성된 시집행부와 시의회 간 관계를 봉합할 수 있는 증간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당내 인사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불편한 관계는 내년 6.4 지방선거의 역학구도가 드러날 때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의회에서 4번째 부결된 ‘제8대 부천시민 옴부즈만 위촉동의안’과 관련, 시집행부에서 옴부즈만제도에 대해 시의회에 어떤 선택의 카드를 제시할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4번 부결됐다고 해서 옴부즈만제도를 폐지하는 것도 자칫 여론의 역풍에 휘말릴 소지가 있고, 내정자를 누구로 선택하느냐와 더불어 과연 이같은 상황에서 옴부즈만을 하겠다고 나설 인사가 있을 것인가에도 의구심이 들 정도로 시의회의 옴부즈만 위촉동위안의 찬반 표결은 예측할 수 없는 ‘럭비공’으로 전락해 시집행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반면에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은 동료 의원들간에 불협화음(不協和音)이 있는 듯 하더라도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1~2명의 열외 의원까지 예상해 12석의 열세를 만회할 정도로 ‘플러스 마이너스 알파((±α)’까지 염두해 두고 14석의 민주당과 물밑 접촉과 조율을 벌여 간혹 전리품을 챙겨오고 있다. 이번의 2개 안건의 전리품은 기대 밖의 성과를 거둔 셈이 됐다.

이에 따라 이번 ‘부천문화재단 대표이사 해임촉구 결의안’과 ‘제8대 부천시민 옴부즈만 위촉동의안’의 표결 결과는 어느 의원이 찬성과 반대 표를 던졌는지를 분석하는 것조차 큰 의미가 없게 됐다.

다만, 김만수 시장의 의회 내 지지 의원은 최소 한자릿수라는 것만은 가늠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의원들이 이탈표를 따진다고 한들 의회 내 시선은 그리 탐탁치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시집행부의 경우도 시의회와의 ‘사전 조율’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이번 6대 시의회는 소속 정당과 보조를 맞추는 팀윅 보다는 의원들의 개인 플레이가 유독 눈에 띈다는 점에서 어떤 정책이나 사업추진에 있어서 ‘사전 조율’이 그 어느때보다도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안건 상정 이후 ‘물밑 조율’에 나서는 경우가 많아 시의회 분위기를 사전 감지하고 대처하는데 뒤처지고 있는 실정이다.

공직사회 내에서 상정된 안건에 따라 시의회와의 관계 형성을 하는 분위기를 조율하는 업무감각을 가진 간부공무원이 보기 드문 점도 민선 5기에서 나타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듬해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의 시집행부의 ‘협상력 부재’는 역대 부천시의회에서 되풀이되고 있는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선시장의 임기말 ‘레임덕(Lame Duck·임기 만료를 앞둔 공직자의 권력 누수)’ 현상을 거론하기에는 공직사회 특유의 정서가 작용하는 것으로 밖에는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아무튼 부천시민 옴부즈만제도는 시집행부와 시의회 모두에게 ‘앓는 이’로 전락해 시의회나 시집행부 모두에세 실익이 없는 이른바 ‘제로섬게임(zero-sum game)’이 돼버린 셈이다.

한편, 제8대 부천시 시민옴부즈만 위촉 동의안은 지난 2011년 12월15일 제7대 부천시 시민옴부즈만으로 활동해온 한병환 시민옴부즈만이 지난해 4.11 19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자진 사퇴한 후 현재까지 3명을 위촉대상자로 선정해 시의회의 동의를 요청했으나 이번까지 포함해 모두 4차례에 걸쳐 부결된 채 장기 공석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