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지난 27일 오는 10월26일 실시되는 부천원미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할 후보로 당초 예상을 뒤엎고 올해 40살인 무명의 정치 신인 조용익 변호사에게 후보공천을 주었다.

부천 원미갑에서만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터줏대감으로 올해 70살의 노정객(老政客) 안동선 전 의원(이하 ‘노정객’으로 표현)이 30년 나이 터울의 정치 신인에게 쓴잔을 마신 셈이다.

노정객은 29일 오전 <더 부천>과의 인터뷰를 요청해올 정도로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의 정치 역경이 고스란히 베인 춘의동 사무실에서 노정객을 만났다.

노정객은 자리에 앉자마자 대뜸 “민주당 한화갑 대표가 공천을 못줄 이유가 있다”는 말을 던지며 “민주당은 한화갑 사당(私黨)이고 지역정당”이라고 지적했다.

노정객은 “민주당은 국민지지도가 4% 정도로 한계가 있는 정당”이라며 “부천토박이표와 충청표 등을 두루 흡수할 수 있는 자신을 외면한 것은 지역정당을 고착화 시키는 것”이라고 말을 이어갔다.

조용익 변호사에게 후보공천을 준 것에 대해 노정객은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같다”며 “내가 (민주당)후보로 나오면 열린우리당 이상수 후보가 고전할 것이고…”라는 말을 던졌다.

노정객은 한화갑 대표가 민주당 대선 후보 및 최고의원 경선 당시 기업인들로부터 총 10억50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불구속 기소돼 1심에 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10억50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심 공판이 진행중인 점 등을 설명하며 “한대표가 최근 개인신상문제로 정치적으로 ‘무언가 있다’”고도 했다. 자신이 민주당 후보공천을 받으면 열린우리당 이상수 후보에게 득(得)이 안된다는 것에 대한 부연이었다.

노정객은 또 “첫 여론조사에서 18대 3으로 앞섰는데 하루 아침에 두번째 여론조사에서 2%정도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여론조사는) 공천을 주지 않은 구실을 만들기 위한 요식행위에 불과했다”고 후보공천 과정의 불만을 털어놓았다.

“서울시지부에서 40여명이 모여 안동선이를 공천해야 한다고 결의하고 중앙당에 건의한 것조차도 무시했다”면서 노정객은 자신에 후보공천을 주지 않을 것을 감지하고 “후보공천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 26일 민주당을 탈당했다”고 밝혔다.

노정객은 잠시 말머리를 돌려 민주당을 한때 탈당(2002년 8월)했다가, 국민통합21에 참여해 같은해 12월에 자민련에 입당했다가 지난해 1월 민주당에 복당한 배경을 설명했다.

“민주당을 탈당한 것은 당시 노무현 대선후보를 민주당이 지지하는 바람에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물론 대미(對美) 관계 악화로 인한 안보문제가 불안해질 경우 경제가 어려워지는 등 나라의 앞날을걱정해 노무현 후보의 노선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서 였다”고 말했다.

노정객은 민주당에 복당한 이유에 대해서는 “당시 총선구도가 정당 대결구도였기 때문에 당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오늘의 어수수선한 시국은 민주당이 문을 열어주었기(노무현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노정객은 “이번에 민주당을 탈당한 것은 차라리 잘된 일”이라며 10.26 부천원미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할 계획을 털어놓았다.

“국가 정체성을 수호하기 위한 자유진영 165개 보수단체의 연합체인 ‘자유민주비상국민회의(비상국민회의·7월26일 결성)’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고, 대령 출신을 주축으로 결성된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며 “두 단체는 국가 정체성과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싸워온 사람들이 모인 단체로 자신의 정치적 배경과 같아 이들 보수애국단체의 지원을 엎고 출마하겠다”고 말했다.

“50년 정치인생 결산하는 마지막 기회, 명예롭게 유종의 미 거두고 싶다”

노정객은 중부권 신당 출마에 대해서는 “중부권 신당은 현재 진행중이어서 상황을 보아가며 참여 기회를 타지하겠다”면서 “현재로서는 보수애국단체를 배경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노정객은 민주당 얘기를 또 꺼내 들었다. “당에 원로가 없다”면서 “한화갑 대표가 당에 기여한 원로들을 다 몰아내는 등 당 장악욕이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노정객은 “노무현 정권과는 타협의 여지가 없이 반대한다”며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리를 부정하는 세력은 국가 정체성 확립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10.26 부천원미갑 국회의원 재선거 출마를 결심한 만큼 부천시민에게 한 말씀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노정객은 “50년 야당정치 생활을 해왔다(안동선 전 의원은 1956년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입학한 뒤 중퇴하고 정치에 입문, 올해로 49년째다)”면서 “명예롭게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노정객은 “이번 재선거가 50년 정치를 결산하는 마지막 기회이자 후배를 키우는 기회로 삼겠다”면서 “지역주민들께서 마지막 기회를 주면 국가와 못다했던 지역발전을 위해 헌신한 뒤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노정객과 인터뷰를 마친 뒤 그의 사무실에서는 오랜 동지적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민주당 후보공천 실패 등을 화두로 정치얘기를 하고 있었다. 이들은 “재선거는 투표율이 낮은 만큼 고정표를 결집시키면 한번 해볼만한 싸움”이라며 조직력 결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노정객을 오랫동안 보좌해오고 있는 박상규 전 시의원, 박효열 전 시의원, 송창섭 재부천 강원도민회 명예회장 등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노정객의 춘의동 사무실을 나서자 도로 맞은편에 위치한 대성빌딩 2층에 선거사무실을 차린 민주당 공천을 받은 조용익 후보의 대형 현수막이 한 눈에 들어왔다. 자신의 이름을 따 ‘부천을 바꾸는 조용한 힘!’이라는 캐치프레이즈가 노정객(老政客)의 30년 세월을 뛰어넘는 세대교체의 흐름을 말해주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