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가 지난 7월15일 부천시의회 제188회 제1차 정례회에서 의결한 것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한 ‘부천시 업무제휴·협약 등에 관한 조례’가 부천시의회에서 기립 표결로 부결시켰다.

기립 표결에 참여한 25명의 시의원 가운데 찬성은 7명에 불과했다. 반대는 13명, 기권은 5명이었다. 해당 조례는 폐기됐다.

이 조례는 당초 지난 4월4일 윤병국 시의원이 6명의 동료의원의 서명을 받아 발의한 것으로 ‘시장은 업무제휴나 각종 협약을 체결한 후 부천시의회에 즉시 보고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같은달 13일 제170회 임시회 기간중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본회의 상정 여부를 심사하는 과정에서도 “자치단체장의 고유 권한을 지나치게 침해하고, 이 조례가 아니더라도 의회의 고유 권한인 의결권과 행정사무 감사권과 조사권으로도 행정부를 충분히 견제할 수 있다”는 여론에 의해 보류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7월4일 제188회 제1차 정례회 기간 중 기획재정위에서 본회의 상정 여부에 대한 심사를 하면서 ‘시장은 업무제휴나 각종 협약을 체결하기 전(前) 부천시의회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로 수정해 본회의에 상정해 통과됐다.

이에 대해 부천시 기획예산과는 당초 조례안을 발의했던 당사자인 운병국 시의원과 집행부간의 의견 청취 절차도 전혀 없었으며, 모든 업무제휴·협약시 시의회 사전 동의를 받는 사례는 전국 어디에도 없는 지방자치단체장 고유권한의 지나친 침해로 판단, 지방자치법 제107조 제1항에 근거해 시의회에 재의결을 요구했다.

시는 재의 요구를 한 배경에 대해 “이 조례가 시행될 경우 공공기관, 기업체, 교육·연구기관, 시민사회단체 등과 업무제휴와 협약 체결이 어려워지면서 부천시가 외부단체와의 연계 및 시스템 구축이 어려워지고, 일자리 창출, 보건의료분야, 지역경제 활성화와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사업 등 시민을 위해 긴급히 처리할 일들이 시의회 동의를 거치는 시간만큼 처리기간이 늘어나 시의 적절한 대응이 어렵게 되고, 전국 어디에도 전례를 찾기 어려운 만큼, 부천시의 고유의 자치권한을 침해하는 조례”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조례는 지난 2011년 2월 성남시의회에서 통과됐다가 성남시장의 재의 요구로 부결돼 부천시의회에서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됐다.

한편, 윤병국 시의원은 지난 4월 ‘부천시 업무제휴·협약 등에 관한 조례안’을 제안한 취지에 대해 “부천시가 기관 및 기업·단체 등과 체결하고 있는 양해각서(MOU)·합의각서(MOA)․업무협약 등이 부천시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불합리한 점도 수반하고 있다”면서 “의욕적으로 협약을 추진하는 중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임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협약을 체결하거나 실효가 없는 협약을 남발하는 사례가 생길 수 있으므로 이런 현상을 사전에 방지하고 이미 체결된 협약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 시의원은 “주요협약 체결시 지방자치법에 정한 지방의회의 의결사항에 해당하는 내용- 시 재정투입을 해야 하는 사업이나 예산 외의 의무부담·권리의 포기 또는 주민의 권리를 제한 등은 사전에 시의회의 동의를 받도록 명문화하고, 모든 협약 체결 후에는 시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며, 이미 체결된 협약도 매년 1회 이상 평가회를 개최해 그 결과를 시의회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효율적이고 실질적인 협약관리를 도모하기 위해 조례안을 제안한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