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별시와 광역자치단체의 구(區)의회, 즉 기초의회를 폐지해 광역의회로 단일화하고 광역단체장 임기를 현행 3연임에서 2연임으로 제한하고, 광역단체장과 교육감의 러닝메이트제 또는 공동 후보등록제 도입, 기초단체장은 공천 폐지 대신에 상향식 공천(여야 동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 또는 클로즈드 프라이머리- 당원 제한 경선 도입) 등을 추진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은 당헌·당규개정특위(위원장 이한구 의원)에서 마련해 1월 중순께 발표하고 구체적인 방안은 국회 정치개혁특위 결정에 따르기로 했다.

새누라당 홍문종 사무총장도 5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지방자치제도 개선안을 설명하면서 기초의회를 폐지하고 광역의회가 기초자치단체까지 견제토록 한 개선안에 대해 “그동안 지방의회가 방만하게 운영돼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기초의회가 폐지되면) 서울시와 경기도에서만 각각 100여명의 지방의원이 줄어들며 전국적으로 따지면 엄청난 숫자”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누리당은 전국 시·군·구 기초의회 폐지를 추진하고 있지만, 행정권이 시장·군수에게 있는 도 단위의 경우, 도의원으로 이들을 견제할 수 없기 때문에 특별·광역시의 기초의회만 폐지해야 한다는 안을 놓고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기초의회 폐지 방침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기초의회 정당공천 폐지’를 접기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기초의회가 사라지면 공약은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특별·광역시 구(區)의회 사실상 폐지, 교육감과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제 도입, 광역 시도지사의 3선 연임 금지, 국민 참여 경선제 도입 추진 등을 들고 나선 것에 대해 민주당은 5일 오후 박용진 대변인 논평을 통해 “한마디로 지방자치와 정치개혁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마구잡이 방안이고, 풀뿌리 민주주의를 바로 잡자는 (민주당의) 제안에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뿌리째 뽑겠다는 엉뚱한 발상을 내놨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지금까지의 정치개혁과 지방자치제도 개선 논의에 혼선을 야기하고 기초공천 폐지 대선공약 말바꾸기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의도일 뿐”이라며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이런 의도에 말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중대 논의의 절차가 무시되고 논리가 엉망이라면 반드시 그 이유가 있는 법인데, 새누리당의 정치적 꼼수는 기존 논의를 뒤엎겠다는 것이 분명하다”며 “민주당이 이런 무책임한 태도를 강력히 비판하고 막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때 기초선거 정당 공천제 폐지는 여야의 공약이었지만, 5개월여 앞으로 다가운 6.4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여야의 신경전이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광역의회 선거는 정당 공천을 하면서 기초의회 선거에서만 정당 공천을 없애는 것은 위헌이라는 주장도 제기돼 논란의 소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여야는 기초공천제 폐지와 관련해 오는 28일 열리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마지막 전체회의에서 결론을 낸다는 계획이지만, 기초의원과 기초단체장 모두 공천을 폐지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새누라당의 견해차가 커 어떤 결론을 낼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여서 기초선거 출마 예정자들의 ‘혼란’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