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공천이 폐지되면 무조건 출마한다”, “정당공천제가 실시되면 제식구만 챙길텐데 굳이 발 담굴 필요가 있나?”, “정당공천이 폐지되든 안되든 무조건 출마한다”, “안철수 신당으로는 누가 나온다던데…”.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요즘 지역 정가에서는 출마를 저울질 하는 인사들 사이에 흔히 오가는 말이다. 그동안 여야 지역정치권에 거리를 두고 기초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인사들도 당원협의회(새누리당), 지역위원회(민주당) 사무실로 향하는 구애(求愛)의 발길이 차츰 늘고 있고, 대안으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3월에 창당할 신당(새정치 신당)에 발을 들여놓으려는 물밑 움직임도 있는 가운데 성큼 다가온 설 연휴기간에도 전국 곳곳에서 ‘설 식탁’에 오를 정치권의 최대 화두는 단연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여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6.4 지방선거의 ‘룰’을 정하기 위해 지난달 출범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6주 동안 아무런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는 31일까지 활동 시한을 2월말까지로 연장하기로 여야가 합의했다.

국회 정개특위의 최대 쟁점은 기초선거(기초단체장 및 기초의원 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로,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정당공천를 유지하되 상향식 공천(오픈 프라이머리)을 하자는 입장이고, 제1 야당인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면서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가 2월말까지 활동 시한을 연장했지만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에 대해 의견 접근을 이루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야 정치권이 6.4 지방선거에서 서로 좋은 성적표를 받아들기 위한 이해관계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은 “위헌(違憲) 소지 가능성과 공천 비리, 무검증 후보 난립 등 부작용이 심각해 상향식 공천(오픈 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 경선) 도입하자”는 대안을 제시하며 “대선공약 파기문제에 대해서는 대국민 사과를 할 용의가 있다”며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를 사실상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민주당은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는 국민과 약속한 대선 공약으로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배수진을 치고 결고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이 제시한 오픈 프라이머리에 대해서도 ”사람 모으기로 변질돼 예비후보자들이 자기 사람을 모으기 위한 뒷거래 등 후유증이 심각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국회 정개특위가 이처럼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문제를 놓고 여야가 팽팽히 맞선 가운데 지루한 공방을 벌인 것은 기초선거 정당공천이 폐지될 경우 현역 기초단체장과 기초 의원이 ‘현직 프리미엄’으로 유리해 4년 전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내세워 수도권 등지에서 야당 출신 후보들이 대서 당선된 민주당은 유리하고 새누리당은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인 정치적 셈법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6.4 지방선거의 주요 일정을 보면 설 연휴기간(1월30일~2월2일) 끝나고 이틀 뒤 입춘(立春)인 2월4일부터는 17개 광역단체장(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 등록 신청이 시작하고, 2월21일부터는 광역의원(시·도의원)·기초단체장·기초의원(시·군·구의원) 선거 예비후보 등록 신청(군수·군의원은 3월23일부터)을 선관위에서 받기 시작하면서 6.4 지방선거는 사실상 본격적인 서막을 올리게 된다.

결국 국회 정개특위가 활동 시한을 2월말까지로 연장키로 합의함에 따라 6.4 지방선거는 일단 기초선거 정당공천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예비후보자들은 ‘정당공천 유지냐, 폐지냐’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지역을 누비며 출마 여부를 저울질 하는 혼란스런 상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정치권에서 한치 양보없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는 이른바 ‘계륵(鷄肋)’이 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