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박근혜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세월호 침몰 희생자들을 위해 30초간 묵념을 하고, 애도의 마음을 담아 미국 백악관에 게양된 성조기를 한국 정부에 전달하고, 백악관 목련 묘목을 갖고와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기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 마련된 정상회담장에 들어선 뒤 “오늘 우리의 만남을 (세월호) 사고의 희생자와 실종자와 사망자들을 기리는 시간으로 시작했으면 한다. 이들을 위해 잠깐 묵념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제안한 뒤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한국민들이 깊은 비탄에 빠져 있는 시기에 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또 박 대통령님과 한국 정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지금은 미국민을 대표해 이런 사고에 대해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하고자 한다. 한국의 동맹국으로서 그리고 친구로서 나는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데 대해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한 위로의 마음을 담은 징표로 사고 당시 미국 백악관에 게양돼 있던 성조기를 삼각 나무 케이스에 담아 전달하면서 “미국에는 군인이나 참전용사가 목숨을 잃었을 때 그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미국 국기를 증정하는 전통이 있다”고 설명했다.

성조기와 위로 전문이 담긴 증서에는 “이 성조기는 세월호에서 많은 생명이 희생된 당일 백악관에 걸려있던 성조기로서 미국 국민을 대표해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국민들에게 바친다”며 “세월호 사고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어려운 시기에 미국이 한국과 함께 하고 있다는 것과 한국을 우리의 동맹국이자 친구라 부를 수 있다는 증서를 갖고 있음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번 사고로 대다수의 학생들이 희생된 경기 안산 단원고등학교에 백악관 남쪽 정원의 뜰에서 가져온 목련 묘목을 전달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위로 전문에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로 목숨을 잃은 수백명의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애도하며, 희생된 학생 대다수가 공부하던 단원고등학교에 백악관의 목련 묘목을 바친다”며 “이 목련 묘목으로 이번 비극을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분들에게 미국이 느끼는 깊은 연민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애도의 뜻을 담았다.

오바마 대통령이 단원고에 기증한 목련은 미국의 제7대 대통령인 앤드류 잭슨(Andrew Jackson·재임기간 1829~1837년) 대통령이 먼저 세상을 떠난 부안 레이첼(Rache)을 기리기 위해 집에서 가져온 목련 싹을 심은 1800년대 중반부터 백악관 잔디밭을 장식해 왔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잭슨 목련(Jackson magnolia)’은 수년 동안 여러 대통령들에게 많은 정서적 가치를 부여했으며 1928년부터 1988년까지 20달러 지폐의 뒷면에 백악관 남서부 쪽에 홀로 서 있는 ‘잭슨 목련’의 그림이 새겨지기도 했다고 청와대는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나는 두 딸을 가진 아버지이다. 우리 딸들의 나이가 희생 당한 학생들과 거의 비슷하다”며 “지금 현재 그 부모님들의 마음이 어떤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고 거듭 위로했다. 또 안산 단원고에 전달한 백악관 목련 묘목에 대해 “목련은 아름다움을 뜻하고, 또 봄마다 새로 피는 부활을 의미한다”고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