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비주류 의원(42명)과 원외 당협위원장(49명) 등 91명은 13일 박근혜정부 ‘비선 실세’ 최순실(60ㆍ구속) 국정 농단 의혹 사건과 관련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발표한 성명서에서 “국민 분노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는 만큼,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새누리당 해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정 정상화를 위해서는 거국내각 구성이 시급하다”며 “이를 위해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새누리당 비주류 측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 대선 주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시국회의’를 열고 “어제(20일) 촛불집회에서 우리는 국민의 분노를 보았고, 대한민국의 희망도 보았다”면서 “국민 분노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고, 감히 국민들께 용서를 구한다”며 성명서를 발표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비상시국회의는 자유발언 형식으로 진행돼 28명이 발언대에 올라 현 시국에 대한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무성 전 대표는 박 대통령의 거취에 대해 “사태가 심각하고 수습이 어려운 이유는 헌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께서 헌법 위배의 몸통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며, 대통령은 국민의 이름으로 탄핵의 길로 가야 한다”고 밝혀 여당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승민 의원은 “지금은 대통령도, 당도, 모든 걸 내려놓고 던져버려야 할 때이며,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이 나라와 국민의 희생이 너무 클 것 같다”면서 “지금 국민께서 가장 원하는 것은 정치혁명이며, 대통령께서 이제는 개인을 생각할 게 아니라 국가를 생각해서 대통령의 결단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해 사실상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어제 목격한 촛불 민심이 과연 어느 정도로 증폭될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면서 “야당이 거국중립내각 성립을 위해 내세우는 두 가지 조건을 깊이 고민하고, 결단해야 할 시점이 이미 다가왔다. 이제 당도, 그리고 대통령께서도 결단해야 할 시점”이라고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탈당과 거국 내각 수용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경원 의원은 “비워야 채워지고 버려야 얻는다. (박 대통령이) 이제 애국적 결단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하고 새누라당의 진로에 대해서도 “발전적인 해체를 통한 재창당을 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것(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은 특정인의 일탈이 아니라 대통령 본인의 문제로 몸통은 대통령이어서 꼬리 자르기가 불가능한 것이고, 대통령 자신의 문제를 빼놓고 얘기해서는 수습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국민 판단은 대통령직을 수행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라며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새누리당 입당한 지 23년이 됐는데 이렇게 위기에 봉착한 적이 없었고, 도저히 이 상태에서는 대통령직을 유지하기 어렵다는데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는 만큼, 그동안 대통령이 해온 과정에서 잘못된 점은 진심으로 환골탈태하고 당을 해체한다는 심정으로 모든 것을 내려 놓을 때 다시 살 날 수 있다”며 그동안 줄곧 주장해온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을 통한 대통령 상시 감찰, 최순실 비리를 근본적으로 파헤치기 위한 특별법 제정, 최순실 국정농단 조사위원회 신설 등을 요구했다.

김 전 지사는 “국정 농단 조사위원회에서 당명 개정 과정 등 새누리당 창당 과정에 (최순실이) 참여했는지 여부도 낱낱이 밝혀내고, 친박과 비박 싸움을 할 게 아니라 국가 위기를 극복하고 구국을 위한 회의로 지속돼야 한다”고 말하고, 당 지도부 사퇴와 관련해서는 “지도부가 물러나야 한다고만 해서는 안된다. 비상시국회의가 구체적으로 틀을 갖춰 일을 하다보면 우리가 당보다 잘할 수도 있고, 야당보다 대안을 잘 내놓아 국민이 주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지난 4.13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사철 부천원미을 당협위원장은 “저 또한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으려고 청와대와 친박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 무진장 애썼다. 정말 창피하다”면서 “박 대통령이 지금 무슨 힘과 능력, 권위로 이 나라를 이끌겠다는 것이냐. 솔직하게 ‘대통령이 물러나라’, ‘하야하라’고 말해야 하며 “박 대통령은 언제까지 물러나고 60일 이후에 대통령선거를 하자고 로드맵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은 새누라당 비주류 측이 이날 발표한 성명서 전문(全文).

새누리당 국회의원·당협위원장 비상시국회의 성명문

오늘 새누리당 국회의원과 당협위원장들은 참담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어제 촛불집회에서 우리는 국민의 분노를 보았습니다. 또한 대한민국의 희망도 보았습니다.

국민 분노에 대한 모든 책임은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있습니다.
감히 국민들께 용서를 구합니다.

우리는 역사와 국민 앞에 죄인입니다. 집권 여당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정말 잘못했습니다.

최순실과 그 주변 인물의 국정농단을 한 점 의혹 없이 밝히도록 하겠습니다. 드러나는 범죄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심판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이미 수명을 다했습니다. 건강한 보수의 가치와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의 새누리당으로는 안됩니다. 이제 보수정당은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이에 우리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아래의 사항을 결의합니다.

첫째, 새누리당은 국민 앞에 반성하고 또 반성합니다. 국민이 용서하실 때까지 사죄할 것입니다. 아울러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새누리당 해체를 추진하겠습니다

둘째, 국정정상화를 위해서는 거국내각 구성이 시급합니다. 이를 위해 대통령은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셋째, 어떠한 경우에도 헌정중단은 있을 수 없습니다. 야당은 국회와 헌법질서 안에서 국정수습 관련 논의에 임해야 합니다. 지금은 여야 모두 정쟁에서 벗어나 국가와 국민을 위한 국정정상화를 최우선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를 구성하겠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책임감 있는 자세로 지금의 국가위기를 헤쳐 나갈 것을 국민들께 다짐합니다.

2016년 11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