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지역 역대 선거에서는 정당 및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던 ‘대변인’ 출신이 선거전에 뛰어들어 모두 실패해 ‘대변인 징크스’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소사구의 경우에는 이같은 징크스에 징크스에 발목이 잡힌 사례가 역대 선거에서 3차례나 있었다.

우선, 지난 96년 15대 총선에서 최장수 야당 대변인으로 활동했던 박지원 당시 의원(전국구)이 김문수 현 경기지사에게 패했다. 박지원 후보는 지난 92년 대선에서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입이 된 이후 민주당과 국민회의 대변인을 맡아 야당 최장수 대변인으로 활약하며 당시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지역구 의원에 도전했다가 신한국당 김문수 후보(현 경기지사)에게 1천660표 차로 낙마했다.

당시 김문수 후보의 선거캠프에는 이번 소사구 보선에서 당선된 차명진 후보가 선거기획실장을 맡아 선거를 총괄 지휘하며 승리를 이끈 주역으로 활약했었다.

박지원씨는 이후 97년 대통령직 인수위원과 98년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 대변인, 청와대 공보수석, 문화관광부장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청와대 비서실장 등을 역임하며 여권 실세로 활동했다.

이어,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는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 공보지원팀장과 노무현 후보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을 거쳐 청와대 춘추관장(홍보비서관)을 활동하다 출마한 김만수 후보가 열린우리당 후보로 한나라당 김문수 후보에 도전장을 던졌으나 대통령 탄핵 바람에도 불구하고 1만2천346표 차로 패했다.

선거에 패한 김만수 후보는 다음을 기약하며 다시 청와대로 컴백해 노무현 대통령의의 입인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김문수 전 의원이 5.31 지방선거 경기지사에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해 실시된 이번 7·26 소사구 보궐선거에서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이라는 높은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리틀 김문수’ 차명진 후보에게 6천837표 차로 또다시 패퇴하고 말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386 최근 중에 한사람인 김만수 후보의 경우 2008년 18대 총선에 도전장을 낼 것으로 보여 다음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김 후보는 낙선 사례 현수막에 “성원해 주셔서 감사하고 항상 여러분 ‘곁’에 있겠습니다”라고 밝혀 재기 의사를 분명히 했다.

소사구 선거에서의 ‘대변인 징크스’가 비껴간 유일한 예외는 이번 소사 보선에서 당선된 차명진 후보다. 차 당선자는 지난 2000년 이회창 전 대통령후보 언론담당 특별보좌역을 맡았고 2003년에는 민선 3기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공보관으로 활동하며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부천시 역대 선거에서 대변인 출신이 패한 사례는 소사구 외에 부천 원미을에서도 있었다. 지난 2000년 16대 총선 당시 현역 의원을 신한국당 후보로 출마한 이사철 전 의원의 경우다.

이사철 전 의원은 97년 8~11월까지 신한국당에 이어 당명칭을 한나라당으로 바꾼 97년 11~12월, 그리고 99년 8월~ 2000년 4월까지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재선에 도전했으나 15대 총선에서 이겼던 당시 민주당 배기선 현 의원에게 8천245표 차로 패했고, 17대 총선에서 리턴매치를 했으나 거센 ‘대통령 탄핵풍’에 밀려 배기선 의원에게 또다시 8천944표 차로 패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부천 오정구에서도 ‘대변인 징크스’ 사례가 지난 96년 15대 총선에서 있었다. 원혜영 현 의원의 경우다.

92년 14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후보로 금배지를 단 원혜영 의원은 15대 총선을 앞두고 95년 창당한 새정치국민회의 합류를 거부하고 지역주의 갈등 등을 내걸고 창립한 ‘국민통합추진회의(통추)’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15대 총선에 민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했다가 국민회의 최선영 후보에게 390표 차로 석패했었다.

원 의원은 낙선 후 이듬해인 97년 3월 노무현 대통령과 유인태·김부겸 의원 등 11명의 통추 멤버들은 서울 강남에 ‘하로동선(夏爐冬扇·여름의 화로, 겨울의 부채처럼 당장 필요하지 않으나, 나중에 긴요한 존재라는 의미)’이란 고깃집을 열고 99년까지 운영했다.

원 의원은 98년 민선 2기 부천시장에 당선돼 2000년 16대 총선에는 불출마했고 2002년 민선 3기 부천시장에 재선됐다가 2004년 17대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 시장직을 사퇴하고 재선 의원이 됐다.

원혜영 의원의 경우, 대변인 징크스를 비껴간 적이 있다. 1988년 한겨레민주당으로 정치에 입문할 때 대변인을 맡아 활동하다가 92년 14대 총선에서 당선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부천에서 ‘대변인 징크스’를 더 거슬러 올라가면 4선 의원을 역임한 안동선 전 의원에게도 있었다.

안동선 전 의원은 지난 84년 12대 총선에서 신민·민주·평민 통합당(신민당)으로 당선된 뒤 평화민주당(평민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다가 98년 13대 총선에서 평민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했다가 민정당 임무웅 후보에게 1천763표 차로 패한 적이 있었다.

안 전 의원은 이후 92년 14대 총선과 96년 15대 총선, 2000년 16대 총선에서 내리 3번 당선돼 원미갑에서 4선 의원을 지냈다.

이처럼 부천시 역대 선거에서는 ‘대변인’으로 활동하다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낙선한 사례가 우연의 일치이지만 상당히 많았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부천에서는 유일하게 소사구에서 15대 총선, 16대 총선, 17대 총선에서 내리 3번 당선된 김문수 의원은 소속 정당인 한나라당에서 대변인으로 활동한 적이 없지만, ‘소사구민과 서민의 대변인’ 역할을 충실해오며 경기도지사에 당선되는 등 정치 입문 이후 불패 신화를 이어가며 승승장구를 하고 있다.

김문수 경기지사에 이어 경기도청 공보관(대변인) 출신의 차명진 후보가 이번 7·26 소사구 보선에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김만수 후보에게 압승을 거둔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한번쯤 곱씹어볼만한 부천지역정가의 얘깃거리 중 한 대목이라 하겠다.